[사진=CJ제일제당 홈페이지]
식품업계가 바이오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홈페이지]

[이뉴스투데이 박예진 기자] 포화상태에 이른 식품업계가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에서 바이오산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 증가 등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바이오산업이란 유전자 재조합이나 세포융합, 핵 이식 등 생명공학을 이용해 새로운 약품·품종·경제성이 있는 물질을 개발하는 것을 일컫는다.

1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대상·오리온 등 주요 식품업체가 바이오사업 확대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타 산업과 연계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식품업계는 기존 단백질·건기식 사업 경험과 소재사업을 바탕으로 의학·약학 분야와 접목한 레드바이오, 미생물·효소 등을 활용해 제품이나 연료 등을 생산하는 화이트바이오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김관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교수는 “전통적인 식품업계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최근 대체육, 가정간편식(HMR), 바이오 등 타 산업과 연계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면서 식품업계 전반적인 구조가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식품산업 구조 및 인력 현황 분석’에 따르면 식품산업과 문화, 첨단기술 등 타 산업과 연계 가속화로 부가가치가 상승하면서 식품제조업 국내총생산(GDP)는 2019년 22조5016억원으로 2018년 대비 3.80% 증가했다.

CJ제일제당 생명공학 솔루션. [사진=CJ제일제당 홈페이지]
CJ제일제당이 기존에 진행해오던 화이트바이오 사업을 확장한 데 이어 레드 바이오 사업 진출에 나섰다. 사진은 CJ제일제당 생명공학 솔루션. [사진=CJ제일제당 홈페이지]

CJ제일제당은 4대 성장엔진 중 하나로 웰니스(웰빙과 건강을 뜻하는 피트니스의 합성어)를 꼽고 레드바이오에 집중하고 있다. 개인맞춤형 토탈 건강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그동안 CJ제일제당은 바이오산업으로 식품첨가제·사료첨가제 부문을 영위해 왔다. 최근에는 아미노산 생산으로 축적된 미생물 기반기술과 역량을 바탕으로 생분해 플라스틱 등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확장한데 이어 본격적인 레드 바이오 사업 진출에 나섰다.

지난달 해외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업 바타비아 바이사이언스의 지분 76%가량을 2677억원에 인수하면서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을 시작할 계획이다.

바이오 위탁개발생산이란 세포·유전자 치료제,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등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 개발 회사에서 일감을 받아 원료의약품, 임상시험용 시료, 상업용 의약품을 생산하는 사업이다. 위탁개발생산 세계시장 규모는 연평균 25~27%씩 성장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140~160억달러(16조5000억원~18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7월에는 생명과학 전문기업 천랩을 인수하며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차세대 신약 기술 개발에 나섰다. 향후 진단·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등에 확장 적용할 예정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사람의 몸속에 존재하는 미생물과 유전자를 일컫는 말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천랩 아주대의료원 마이크로바이오틱스와 공동연구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019년에는 벤처기업 고바이오랩에도 투자하는 등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외부 투자와 협업을 지속해 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그린바이오에 이어 화이트바이오와 레드바이오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CJ제일제당은 식품과 바이오 비중이 대략 6대 4가량으로 기존 사업을 확장해나간다는 계획이다”고 말했다.

지난 4월 ‘큐라티스 오송바이오플랜트’에서 허인철 오리온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조관구 큐라티스 대표가 모여 청소년·성인용 결핵백신 기술도입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오리온홀딩스]
지난 4월 ‘큐라티스 오송바이오플랜트’에서 허인철 오리온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조관구 큐라티스 대표가 모여 청소년·성인용 결핵백신 기술도입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오리온홀딩스]

오리온홀딩스는 ‘오!그래놀라’, ‘닥터유 단백질바·드링크’ 등 대용식과 건강기능식품 성장에 힘입어 지속 성장을 위한 신사업 분야로 건강을 선택했다. 올해 상반기 닥터유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70%, 54%로 고성장했다.

바이오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며 식품을 넘어 ‘헬스케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리온홀딩스는 국내 금융권 제약·바이오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한·중 제약·바이오 발전 포럼’을 정기 개최하는 등 플랫폼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포럼에서 발굴된 바이오 기술은 국내외 바이오 학계와 의료계 전문가의 객관적인 기술 평가와 시장성 검증을 거친다. 최종 선정된 국내 바이오 기술은 중국 합자법인이 중국 내 임상·인허가를 추진한다.

한국의 우수한 바이오 기술을 현지 시장에 선보이면서 초기 바이오사업 역량을 키운 이후 장기적으로 합성의약품, 신약개발 등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발병률이 높은 암 중증질환과 전염성 질환 등을 조기 발견하는 진단 분야를 초기 바이오 사업 영역으로 선정했다. 지난달에는 중국 내 암 체외진단 제품 양산을 위한 현지 생산 설비 구축을 완료했다.

생산 설비는 중국 파트너사인 ‘산둥루캉의약’의 생산 공장이 있는 산둥성 지닝시에 구축됐다. 지난 9월 암 체외진단 제품 개발을 위한 실험실을 준공한데 이어 대규모 양산 설비를 갖추며 중국 바이오 시장 진출 토대를 착실히 다졌다.

오리온 관계자는 “신사업 분야로 건강 카테고리를 선정하면서 간편 대용식과 바이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고령화사회 가속화와 코로나19 확산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 관련 사업이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강도 PBAT 소재와 고강도 PBAT 소재로 만든 생분해 제품. [사진=대상]
고강도 PBAT 소재와 고강도 PBAT 소재로 만든 생분해 제품. [사진=대상]

대상은 배양육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를 위해 엑셀세라퓨틱스, 스페이스에프 등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배양육은 살아있는 동물 세포를 배양해 별도의 도축과정 없이 세포공학기술로 생산하는 인공고기다.

그동안 대상이 쌓아온 글로벌 영업네트워크와 아미노산, 미세조류 등 바이오소재 사업역량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 엑셀세라퓨틱스가 보유한 배양배지 제조기술을 더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2023년까지 공동개발을 완료한 후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앞서 스페이스에프와 업무협약으로 대상은 배양육 대량 생산을 위한 기반도 갖췄다. 업무협약에 따라 배양육 대량생산을 위한 배양 설비를 도입하고 배양 공정을 확립, 제품화하는데 협력한다.

배양육 시장은 2030년 글로벌 육류 소비량의 10%가량을 배양육이 대체하게 될 거라고 전망된다.

또한 소재사업 범위를 넓혀 고강도 생분해성 플라스틱(PBAT) 사업 본격화에도 나서고 있다. 고강도 PBAT는 인장강도가 약한 일반 PBAT 소재를 개량한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업을 위해 대상은 지난달 23일 이사회를 열고 SKC, LX인터내셔널과 함께 합작법인을 설립에 나섰다. 대상은 합작사에 4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합작사는 2023년 상업화를 목표로 국내 연간 7만톤 규모 생산시설로 지어질 예정이다.

대상 관계자는 “1960년대부터 바이오기술 혁신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서 식품·건강기능식품·제약·사료 등 산업분야에 다양한 소재를 공급해왔다”며 “아미노산 소재나 전분·당 등이 식품이나 사료에 쓰일 수도 있지만 제지나 다른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오사업 확대 역시 같은 개념”이라며 “이번 합작법인으로 새로운 소재 사업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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