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민 오토비즈컴 대표
오정민 오토비즈컴 대표

국내 최대 자동차 행사인 ‘서울모터쇼’가 ‘서울모빌리티쇼’로 명칭을 변경하고 오는 11월 25일부터 12월 5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다.

서울모터쇼 조직위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19로 순연했던 일정을 밝혔다. 행사 명칭 변경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전동화가 가속화되고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봇, 온라인 이동수단 플랫폼 등 모빌리티 분야가 확장하고 있는 세계적인 흐름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보다 어쩌면 서울모터쇼의 관심과 평가가 저조한 상황에서 변화를 모색한 명칭의 변경일 수도 있겠다. 1995년 첫 회 100만명 수준의 관람객을 자랑하던 행사가 2015년을 기점으로 60만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도 조직위의 공식 발표 관람객 수는 62만8000명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 거론된 내용을 보면 다양한 온라인 미디어 채널의 등장으로 굳이 오프라인 현장에 올 필요가 없어졌다거나 많은 완성차 메이커들이 불참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직위는 이 이유에 위안을 삼아서는 절대로 안된다.

서울모터쇼는 세계자동차산업연합회(OICA)가 공인한 국제모터쇼이자 명실상부 자동차 선진국인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자동차 행사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공연 등을 현장에서 직접 보는 생동감이 다르듯, 아무리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가 발달했어도 직접 보는 감동을 따라갈 수 없다. 이런 감성을 터치할 수 있는 시대에 맞는 기획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이동수단으로서 자동차의 역할이다. 자율주행, 전기, 수소 등 친환경 첨단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말이다. 고성능의 기준이 엔진의 마력, 출력을 이야기하던 때부터 한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로 바뀌더라도 그 기술력을 선보일 수 있는 장은 분명하다. 과거 콘셉트카 디자인이 상용화될 수 있는 현실에도 남들보다 먼저 실물로 직접 볼 수 있다. 사이드미러가 사라져도 실내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 말이다.

관람객이 많이 찾길 바라면서 주최측이 만든 규칙에 가두려 하면 안된다. 가령, 차에 손도 못 대게 한다거나 은연중에 관람객의 신분을 나누는 듯한 응대, 재입장 불가 등 관람객에게 불편을 주는 어수선한 운영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부대행사들도 단순히 구색을 갖추기보다는 실제 관람객들을 위한 체험의 장이 돼야 할 것이다.

필자가 20대부터 함께한 서울모터쇼는 완성차와 유관 업체의 기술력을 뽐내는 장이자, 자동차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특히 자동차 관련 유명인사를 만날 수도 있고, 심도있는 세미나와 부대행사 등을 통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2년을 손꼽아 기다리던 행사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평가가 썩 좋지 않다. 일부 의견이긴 하지만 “모터쇼를 가느니 모 건물의 지하 주차장을 가는 게 더 낫다”거나 “수입차 전시장에서 보는 것이 편하다는 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올해도 벌써부터 여러 언론에서는 코로나19 상황과 참가 업체 수가 줄어들어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1월 1일 현재 완성차 업체는 현대기아차, 제네시스, 벤츠, BMW, 아우디, 미니, 포르쉐, 마세라티만 참가한다. 제네시스를 별도 브랜드로 해도 10개 미만이 참가하는 것은 사상 최소다. 많은 업체가 불참했던 2019년에도 완성차 업체 21개 브랜드가 참가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SK텔레콤, 카이스트(KAIST) 등의 자동차 시스템, 모빌리티 기술력을 선보이는 기업들도 참가한다는 소식이다. 다만 B2C가 아닌 B2B라고 고상하게 뒷짐지는 콘셉트가 아닌 관람객 중심 행사의 면모를 나타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주최측의 유연한 행사 기획이 필요할 것이다. 조직위가 정해 놓은 전시부스 참여 기준도 과거의 영광에 젖어 있는 태도는 안된다. 행사에 불참한 완성차 업체가 참가비 예산으로 구독자 많은 유튜브 채널들에 광고하는 것이 낫다는 말이 나와서 되겠는가.

앞에서 언급했듯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와 가치가 있기에 보다 많은 업체와 협의할 수 있는 방향을 열어두고, 참가기준, 참가비 등에 대한 허들을 낮출 필요도 있다고 판단된다. 정부부처도 이름만 올리는 타이틀이 아닌 실제 행사 운영에 보탬이 되는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메인 주최측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조직 구성 외에도 독자적인 전담팀이 필요해 보인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 외에도 전시 행사와 마케팅 홍보 전문가, 학계와 기술 전문가, 정부부처, 유관단체, 언론 등이 함께하는 팀이 필요할 것이다. 나라장터 입찰을 통해 필요한 부분만 용역으로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팀으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출 팀 말이다.

끝으로 필자도 자동차 행사를 주관해봤고, 마케팅 홍보 용역 경험이 있기에 주최측의 노고와 현실에 대한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래도 서울모터쇼 아니 서울모빌리티쇼는 소위 ‘맨땅에서 헤딩’하는 단계가 아니지 않은가. 많은 관심과 인지도를 갖고 있는 행사이자 든든한 업계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요한 건 자동차 산업의 발전처럼 관람객의 기대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는 점이다. 고답적인 태도가 아닌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춘 기획 운영이 필요하다. 부디 유연해지자. 필요하면 놀이동산, 백화점은 물론 맛집, 인플루언서, 핫플레이스 등의 운영 방식도 참고할 수 있다. 프레스데이에만 완성차 업체 광고모델 연예인이 오지 말고, 퍼블릭데이에도 관람객들을 만나게 하자.

부디 이번 서울모빌리티쇼는 코로나19로 인해라고 시작되는 핑계가 아닌 코로나19에도 인산인해 라는 평가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는 1995년 서울모터쇼 첫회부터 빠짐없이 관람하며 우리 자동차 산업의 발전과 미래의 모빌리티 혁신을 바라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저자 약력>
- 현 오토비즈컴 대표
- 현 고려대 온라인마케팅 겸임교수
- 전 현대캐피탈 오토인사이드 대표
- 전 SK엔카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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