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국내 완성차업계의 2021년은 조금 특별하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차량용 배터리 수급난 등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5개사 모두 ‘무분규 임금 및 단체협약 타결’이라는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사상 최초다.

사실 이달 초만 해도 아슬아슬했다. 현대자동차, 기아, 쌍용자동차, 한국GM 등 4개 사가 지난 8월 여름휴가를 전후로 임단협 타결을 이뤄냈으나 르노삼성자동차가 복병이었다. 노조원들은 “지난해 협상도 진척이 없는데, 회사는 2년 연속 기본급 동결을 제안한다”라며 “그렇게 되면 4년 연속 동결인데, 계속 오르는 물가를 생각하면 말이 안 된다”고 반발하던 차다.

다행히 지난 3일 르노삼성자동차는 국내 완성차업계 5개사 중 마지막으로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마무리했다. 사측의 제안대로 기본급은 그대로 하되, 일시 지급금을 830만원으로 높였다.

앞서 노조 규모가 가장 큰 현대자동차도 여름휴가 전 일찌감치 노사가 손을 잡았고, 매각을 앞둔 쌍용자동차는 벌써 12년째 무분규 협상이다.

특히 사상 최초 무파업 타결을 이룬 주역은 기아다. 줄곧 강성노조로 분류되던 기아는 무려 10년 만에 임단협을 타결하는 역사를 썼다.

이 같은 결과 덕분에 여름휴가 이후 파업 리스크에 시달렸던 국내 자동차 업계는 모처럼 활력을 되찾았다. 다가오는 추석명절 전 임금 등 협의를 끝내고 안정적으로 가을 생산라인을 구동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들의 기대도 크다. “귀족노조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한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내던 이들도 업계 노조들의 변화에 “올 가을 이후엔 신차 생산이 원활해질까 하는 예측을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있다.

이러한 노사관계의 변화는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내연기관차 시대가 저물고 전기차 시대 전환기를 맞으며 앞으로의 완성차업계의 변화도 예정된 수순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 제네시스를 비롯한 자동차 브랜드들은 향후 내연기관차 제조를 중단하고 전기차만을 만들겠다고 앞다퉈 선언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에 주력하게 되면 자동차 생산 환경과 인력 규모와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전기차는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들어가는 자동차 부품 숫자가 현격히 줄어 지금과 같은 생산인력은 크게 줄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완성차 업계도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변화 속 갈등보다는 화합과 상생이 살 길”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5개 완성차 기업 모두 ‘무혈 협상’이라는 역사를 쓴 올해, 조금 더 나아가 보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업계는 지난달 수출 실적에서 깜짝 반등을 보이며 선전했다. 특히 르노삼성차와 쌍용차는 전년 같은 달에 비해 189.4%, 132.7%를 넘는 판매 증가율을 보였다. 르노삼성차는 XM3, 쌍용차는 스포츠&칸을 해외 각국에 공격적으로 론칭해 성공했다. 열악한 환경 속 일궈낸 고무적인 성과다.

반도체와 차량용 배터리 수급 문제 등이 생각보다 더욱 길어지며 발목을 잡지만, 그래도 ‘가화만사성’이다. 노사가 더 이상의 갈등을 지양하고 힘을 모아 노력한다면 원활한 공급 대응과 해외 수출시장 안착에 좀 더 빨리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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