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시술은 평소보다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진료기록부 작성이나 환자에게 하는 설명 등도 시스템화를 통한 대비가 필요하다.

오늘은 제모 등 레이저 시술 과정에서 화상 등 흔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설명하고자 한다.

사례 #1 제모전문 병원을 운영 중인 A의사는 인중 부위 제모시술을 시행한 후, 인중 부위에 붉어짐이 있다고 호소한 환자에 대해 스테로이드를 처방했다. 이후 물집, 분비물 등이 발생해 광선조사기(Derma light)를 이용해 635나노미터(nm)레이저 시술을 했으나, 결국 타 병원에서 화상 진단을 받고 흉터가 남게 됐다.

A는 통상적인 제모시술 과정에서 흉터가 남았다고 항변했지만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레이저를 이용한 제모 시술 시에는 화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항상 있으므로 의료진은 특히 신청인의 얼굴 부위에 대한 제모 시에는 화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여 시술을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면서 치료비와 위자료 합계 600만원의 배상을 권고했다.

사례 #2 피부과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B는 레이저 시술하기 전, 환자에게 최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 등을 설명해 주고 환자로 해금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주고 있다. 그런데 유독 예민했던 환자 a가 주관적 불만족과 가벼운 화상에 관한 이의를 제기했고 합의가 되지 않아 결국 법정 공방까지 가게 됐다. 의사 B는 실수한 부분이 없으니 당연히 승소하겠거니 생각했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미용성형술은 외모상의 개인적인 심미적 만족감을 얻거나 증대할 목적에서 이뤄지는 것으로서 질병 치료목적의 다른 의료행위에 비해 긴급성이나 불가피성이 매우 약한 특성이 있다”며 “시술 등을 의뢰받은 의사로서는 의뢰인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만감과 의뢰인이 원하는 구체적 결과에 관해 충분히 경청한 다음 전문적 지식에 입각해 의뢰인이 원하는 구체적 결과를 실현시킬 수 있는 시술법 등을 신중히 선택해 권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술의 필요성, 난이도, 시술 방법, 당해 시술에 의해 환자의 외모가 어느 정도 변화하는지,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부작용 등에 관해 의뢰인의 성별, 연령, 직업, 미용성형 시술의 경험 여부 등을 참조해야 한다”며 “의뢰인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한 설명을 함으로써 의뢰인이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시술을 받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의사 B의 설명이 부족함을 지적했다.

코디 상담을 거쳐 의사의 직접 상담도 5분 이상 했는데 부족하다고 하니 B는 도대체 어떻게 환자에 대한 사전설명을 해야 할지 고민이다.

사례 #3 의사 C는 환자에 대한 종아리 제모 과정에서 약간의 붉어짐 증상이 발생했고 어쨌든 본인의 실수임을 인정하고 앞으로 발생하는 치료비는 모두 부담해주기로 약속했다. 1~2달 정도 화상 치료를 해주면 해결될 것으로 예상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환자는 6개월이 넘도록 여러 곳의 피부과, 한방병원 등을 전전하며 계속해 치료를 받고 있고 육안으로 확연히 증상이 나아졌음이 확인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결국 몇 달 동안 물어준 병원비만 100만원이 넘어간다.

사례 #1에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설명한 바와 같이 레이저를 이용한 제모 시술 시에는 화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항상 있어 의료진은 주의를 기울여 시술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시술에 동반되는 흔한 증상’ 이라거나, ‘다른 환자들은 잘 참는데 왜 당신만’ 같은 논리는 잘 통하지 않는다. 효과가 덜하더라도, 강도를 약하게 조정해서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다.

그리고 사례 #2에서 법원이 언급한 것처럼, 미용목적의 시술에 있어서는 다른 시술에 비해 강도 높은 설명의무가 부과되므로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과 그 종류 등을 최대한 상세히 동의서에 기술해야 하고 부작용 발생 가능성까지 전부 고려해서 환자가 결정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줘야 한다. 핵심은 동의서다. 동의서가 없으면 위 사례의 의사 B처럼 증거 부족으로 낭패를 보기 쉽다.

그렇다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디까지 배상을 해줘야 할까. 주변에서 사례 #3의 의사 C와 같이 사고 후 합의에 어려움을 겪는 원장들을 한 번 쯤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치료비는 내가 부담해 주겠습니다” 라는 약속이 사안을 쉽게 마무리할 수 있게 돕기도 하지만 소위 블랙컨슈머를 만나게 되면 C처럼 장시간 고생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결국, 질병 치료목적이 아닌 비급여 미용 시술에 있어서는 결과에 대한 의사의 책임이 보다 가중된다고 해석할 수 있고 개정법에 따른 비급여진료비에 대한 설명, 기타 시술에 관한 동의서 작성 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불필요한 경제적 손실을 입지 않도록 신중한 합의를 해야 한다.

만약 불합리하게 높은 액수의 합의 요구가 계속된다면, 의사협회공제회 등 보험사에 사고신고 접수를 해 심사를 받아보게 한다거나,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 또는 중재를 신청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승준 변호사 약력>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이화여자대학교 로스쿨 외래교수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의료, 스포츠)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