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V80. [사진=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V80. [사진=현대자동차]

[이뉴스투데이 조채원 기자] 제네시스가 출범한 지 올해로 어느덧 6년 차에 접어들었다. 제네시스는 해가 거듭될 수록 판매량를 늘리며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고급차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국내 시장의 경우 제네시스는 현대자동차 내에서 비중이 20%를 차지할 정도다. 미국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국내 제네시스 차량은 총 1만9298대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5.9% 증가했다. 6월 판매량은 183.7% 늘어난 4454대가 팔려 월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문제는 유럽이다. 지난 5월 유럽 진출을 선언했지만 미국 시장과 달리 헤리티지를 중요시 하는 이 지역 소비자를 설득할 브랜드 스토리, 낮은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타이거 우즈 사고·반도체 품귀 극복

현대차의 약진은 위기 속에서 빛을 발했다. 타이거 우즈 사고, 반도체 부족 등 구조적 위기를 전환점으로 삼아 성장했다.

지난 2월 23일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가 오전 7시께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에서 제네시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80을 운전하고 가던 중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로 크게 다쳤다. 우즈는 발목뼈가 부서지고, 두 다리에 골절상을 입어 수술을 받았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후 해외 언론 다수는 우즈의 사고와 관련해 GV80의 안전성을 조명했으며, 미국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실제 3월 이후 월 판매량이 2000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현대차·기아는 반도체 위기 관리 능력을 발휘해 미국 시장에서 최대 경쟁사 중 하나인 포드를 앞섰다.

현대차 그룹의 지난해 미국 시장 판매 비중은 8.5%로 역대 기록인 2011년 8.9%에 근접했고 지난 1월~5월에는 9.4%를 기록, 포드보다 1만3523대 많은 17만4043대를 판매해 사상 처음으로 포드를 제쳤다.

◇프리미엄 車 본고장 유럽 진출

제네시스는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프리미엄 자동차 기업이 각축전을 벌이는 유럽 시장에도 진출했다.

지난 5월 4일 회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럽 주요 매체를 대상으로 온라인 프레스 콘퍼런스를 열고 유럽 진출을 공식 선언하며 론칭 일정을 발표했다.

대형 세단 G80와 대형 SUV GV80의 차량 주문을 시작으로 중형 스포츠 세단 G70와 도심형 중형 SUV GV70를 뒤따라 선보일 계획이다.

제네시스 G70 슈팅 브레이크.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 G70 슈팅 브레이크. [사진=제네시스]

유럽 전략형 모델로 G70 슈팅 브레이크를 2.0 가솔린 터보 엔진과 2.2 디젤 엔진 2종으로 운영하며 올 하반기 유럽 시장에 출시한다.

또 유럽이 최대 전기차 시장인 점을 고려해 2022년까지 3종의 전기차를 투입해 전동화 브랜드로의 전환도 추진, G80 전동화 모델을 시작으로 전용 전기차 1대를 포함한 전기차 2종을 잇따라 출시한다.

이외에도 유럽 고객이 제네시스만의 차별화된 상품성과 브랜드 철학을 확인하고 차량을 구입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인 ‘제네시스 스튜디오’를 오픈한다. 유럽 내 첫 스튜디오는 현지 판매를 먼저 시작하는 독일의 뮌헨과 영국 런던, 스위스 취리히에 자리잡는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G70 슈팅 브레이크는 제네시스 브랜드 정체성이 반영된 역동적인 외관과 슈팅 브레이크의 실용성을 겸비한 모델”이라며 “유럽 시장의 선호도를 반영한 전략 차종으로 현지 고객을 만족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급차 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

대중차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고 제네시스 또한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현대차의 고급차 시장 진출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대중차 브랜드로 인식된 가운데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구권 브랜드와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에는 유럽 고급차 브랜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픈카인 컨버터블 모델을 만든 경험이 없으며 헤리티지가 없는 아시아 브랜드로 유럽 시장애서 성공을 단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닛산의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는 유럽 시장 진출 10년 만인 지난해 철수했으며, 혼다 어큐라는 진출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렉서스 또한 미국과 달리 유럽에선 판매량이 부진하다.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사진=제네시스]

연구·개발(R&D) 투자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고급차, 즉 플래그십 세단은 해당 브랜드의 기술력과 역량을 총집중한 결정체인 만큼 투자 또한 대대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률과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매출액 대비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현대차 그룹의 매출액은 12억2130만유로로 폭스바겐, 토요타, 다임러에 이어 전 세계 4위를 기록했지만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은 33억39200만유로로 2.7%에 불과했다.

해당 상위 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4.3~8.1%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기업의 자금 여력에 따르는 연구·개발(R&D) 투자 역시 35억75500만유로로 매출액 대비 2.9%에 불과해 매출액이 재작년보다 감소한 포드의 R&D 투자 비중(5.6%)를 한참 밑돌았다.

매출액은 글로벌 톱 수준이지만 고급차 브랜드를 보유한 경쟁사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낮다는 것은 미래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할 수 있음을 뜻한다.

대중차에서 시작한 현대차는 100년의 헤리티지를 보유한 브랜드와의 경쟁에 뒤늦게 뛰어들어 아직까지 추격자 위치에 있지만, 제네시스의 성공은 곧 완성차에 기반한 현대차의 명운을 짊어지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제네시스가 국내 및 미국에선 성공했지만 중국에선 몇 년간 고전하고 있다. 중국 토종 브랜드의 기술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유럽은 브랜드 충성도가 매우 놀은 지역으로 명품 브랜드라는 자격을 설명하는 스토리텔링 등 지역 특성을 잘 반영한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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