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건강보험공단에서 공무원들이 병원에 나왔는데, 임플란트 관련 차트랑 장부를 달라고 해요. 어떻게 해야 하죠? 지금 병원으로 와주실 수 있나요?”

가끔 자문 계약 관계에 있는 의사 선생님들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상황을 파악해보면, 병원에서 ‘현지조사’가 진행 중인 경우가 있다.

현지조사란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와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절차인데 행정조사기본법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성을 띠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자료 제출을 거부할 명분도 없고, 조사를 회피하기도 어렵다는 뜻이다.

현지조사 과정에서는 요양기관의 요양급여와 비용의 청구가 적법타당한지 여부, 국민건강보험법, 의료법, 약사법 규정 등 준수여부 등을 조사하게 되는데 사소한 문제가 발견된다면 가벼운 경고나 환수조치로 마무리 된다. 반면 장기간의 부당청구나 심각한 법률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영업정지이나 형사 고발 조치까지 이뤄지기도 한다.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세무조사만큼이나 두려운 절차다.

“현지조사가 나왔을 때 모든 절차에 다 협조하고 무조건 순응해야 할까”를 묻는다면, 변호사로서 할 수 있는 조언은 법률과 규칙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는 당연히 협조하되 불필요한 자료를 내주거나 당황한 나머지 추궁하는 혐의를 무작정 인정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현지조사가 나왔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조사명령서와 관계서류 제출명령서 등이다. 이런 문서를 통해 적어도 오늘 이뤄지는 조사의 목적이 어떤 것인지(즉 정기조사 대상에 선정된 것인지 아니면 기획조사인지), 내가 준비해야 할 최소한의 서류는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조사자는 자료 제출을 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등 무서운 이야기를 하지만, 그런 이야기에 너무 흔들리지 말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조사 목적과 범위를 파악해보자.

다음으로는 보건복지부나 보건소에서 공무원이 나왔는지 아니면 심평원이나 건강보험공단 직원들만 나왔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좋다.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심평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전문인력을 지원받아 현지조사반을 구성하되 보건복지부 조사담당자를 반장으로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법률에서 현지조사 권한을 ‘행정기관’에만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아닌 심평원, 건강보험공단에서 나온 직원들만으로 한 현지조사는 위법하다는 것이다. 이를 기억한다면 현지조사 과정에서 어디까지 협력해야 할지 하나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이후 조사 과정에서는 요양기관의 인력・시설・장비 등의 현황, 진료기록부, 조제기록부, 본인부담금수납대장, 요양급여비용(약제비용)계산서 등 법정 보존의무 서류, 국민건강보험관련 법령에 의한 요양급여비용 청구내역 등을 확인한다. 그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조사자가 환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수진내역을 확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환자의 입장에서는 오래 전에 가볍게 받은 진료내역을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의사가 어떻게 설명했고 본인이 어떤 동의를 했는지 신경 쓰지 않고 있다가 조사자의 갑작스런 질문을 받고 잘못된 답변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식으로 몇 명의 진술을 확보하고 증거자료로 가지고 가는데 그 과정을 꼼꼼히 지켜보고 환자 이름 등을 메모해 둬야 한다. 간혹 병원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환자의 진술만 남는 경우가 있는데 환자의 경우에도 상황을 이해한 이후에는 법정에 서서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조사를 마친 후에는 위반 혐의를 인정하는 확인서에 서명을 요구하는데, 이 확인서에는 정말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만약 본인이 전혀 인정할 수 없는 사실까지 확인서에 기재돼 있다면 정중하게 서명을 거절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만 인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현지조사가 끝난 후에는 조사에서 확인된 사항과 확인서를 바탕으로 사전처분통지서가 발송되는데, 여기서부터는 공식적으로 법적 다툼의 영역으로 보인다. 환수 금액, 영업정지 기간, 과징금 전환 시 부과되는 금액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행정소송 등으로 대응하는게 좋을지, 아니면 이 정도에서 마무리할게 좋을지 결정해야 한다. 사전 통지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면서 처분 시기 등을 조율하는 방법도 지혜롭게 활용하면 좋다.

마지막으로, 조사 전 과정에 있어서 부당한 요구에는 정중히 거절해야 하지만 불필요한 마찰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조사자의 자존심을 건드리거나 서로 감정이 상하는 말을 주고받으면 괜히 이런 것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지 찝찝하고 불안하다.

 

<오승준 변호사 약력>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이화여자대학교 로스쿨 외래교수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의료,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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