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자랜드]
전자랜드 파워센터 용산본점에서 고객들이 제습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전자랜드]

[이뉴스투데이 신하연 기자] 지난해 ‘집콕’ 트렌드 확산으로 프리미엄 가전 교체의 수혜자였던 가전 양판점이 올해 이상기후 영향 속에 주력제품인 에어컨 판매가 급감하자 울상을 짓고 있다.

이른 더위가 시작된 지난 5월, 유통가는 여름 가전 프로모션을 앞당기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역대 최장기간(54일) 장마로 성수기 특수를 누리지 못했던 에어컨 수요 선점을 위해서다.

하지만 폭염을 예고했던 전망과 달리 오락가락 빗줄기가 이어지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에어컨은 가전양판점의 한해 농사를 좌우하는 중요 품목이다. 여름 가전 성수기인 6, 7월 중에서도 통상 7월은 대목으로 통한다. 평균적으로 6월 판매량의 1.5배에 달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 평균 강수일은 11일이었다. 3일에 1차례꼴로 비가 내린 셈이다. 7월 시작하는 늦장마도 39년 만이다.

지난해 프리미엄 가전 수요 증가에 힘입은 높은 기저치도 부담스럽다.

롯데하이마트의 경우에도 당장 2분기 매출액의 역성장이 유력해지고 있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하이마트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7.4% 줄어든 1조337억원, 영업이익은 17.2% 감소한 573억원을 기록해 컨센서스(711억원)을 크게 하회하는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프리미엄 대형가전을 찾는 고객 문의가 늘고 식기세척기, 의류관리기 등 ‘편리미엄’ 가전이 주목받으면서 매출액(9559억)과 영업이익(257억원)이 각각 전년동기 대비 3.3%, 31.8% 증가했던 지난 1분기과 대비되는 성적표다.

지난해 7월 50%나 빠졌던 에어컨 매출액은 2분기에도 전년동기에 비해 30% 감소가 추산된다.

반면 제습기는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다.

전자랜드 집계 결과, 지난 5월부터 제습기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6월 한 달간 판매 수량만 해도 전년동기 대비 40%가까이 성장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작년의 긴 장마에 이어 올해 잦은 비가 계속되며, 한동안 외면 받았던 제습기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며 “기후의 변화가 가전제품의 인기까지 좌지우지하는 현상이 앞으로도 반복해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7월 ‘늦더위’ 변수를 기대해볼 만하다.

계절 가전인 에어컨 실적은 날씨 상황과 직결된다. 6월에 비해 비가 주춤한 7월 들어서 전자랜드에서 팔린 에어컨은 작년 동기보다는 50%가량 늘었다.

‘지각 장마’가 8월까지 이어진다는 당초 전망과는 달리 현재 장마전선이 제주도 남쪽 해상에 머무르면서 예상보다 일찍 물러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폭염이 지속되면서 올해 장마가 1973년 이후 48년 만에 가장 짧은 장마로 기록되는 경우, 뒤늦은 무더위와 열대야로 인해 에어컨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인한 정부 차원의 이동 자제도 긍정적으로 작용 가능하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상대적으로 가전제품 구매 수요도 비례한다.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포어 김포공항점 내 디지털 체험존 전경. [사진=롯데하이마트]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포어 김포공항점 내 디지털 체험존 전경. [사진=롯데하이마트]

한편 지난해부터 에어컨 소비 부진이 누적되면서 가전 양판점에서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4월 자체브랜드(PB) ‘하이메이드’ 브랜드 강화를 위해 카테고리를 세분화하고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출시 직후부터 두달여간 하이메이드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2020년 4월 1일~6월 2일)보다 46%나 증가했다.

온라인몰에도 하이메이드 브랜드 전문관을 새롭게 선보이고 PB브랜드 수요 확대에 나서는 이유다.

집에서 여가를 보내는 ‘집콕족’이 늘며 게이밍PC, 콘솔게임, VR기기 등 디지털가전 수요가 늘어난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 디지털 체험 매장 콘셉트의 메가스토어도 13개점으로 늘렸다.

전자랜드도 자사 온라인몰을 강화하고 가전 제품 외 새로운 서비스 운영도 시작했다.

최근 가락시장 법정 도매 법인인 서울청과와 합작해 만든 과일 브랜드 ‘선한과일’을 정식으로 론칭, 네이버 쇼핑 라이브를 통해 론칭 기념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매월 다양한 제철 과일 상품을 추가할 예정이며, 과일이 자라나는 과정을 고객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과일의 생육상태도 홈페이지에 꾸준히 게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계절 이슈 품목인 에어컨을 대체 가능한 품목이 아직까지는 없다”라면서 “(가전 양판점이) 온라인몰 확대나 건조기, 제습기, 의류관리기 혹은 소형가전 프로모션에 집중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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