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6일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유상증자를 위한 주식 총수 정관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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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조채원 기자] ‘메가 캐리어’의 탄생으로 화제가 됐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고비를 넘기며 순항하고 있는 가운데, 합병 이후 예상되는 ‘오너 리스크’가 제기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오너 문제로 치명적인 위기로 치달았던 전적이 있어서다.

KDB산업은행은 지난 17일 대한항공 ‘경영평가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했다.

경영평가위는 채권금융기관 소속 직원과 회계·경제·경영·항공산업 등 분야의 외부 전문가를 위촉해 매년 경영 성과를 평가하고 성과가 저조한 경영진은 교체·해임할 수 있다.

대한항공도 같은 날 산은에 인수합병 후 통합전략(PMI) 계획을 제출했다. 경영평가위는 PMI가 확정되면 대한항공의 사업계획 등을 반영해 상반기 중에 경영평가 목표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경영평가위 출범위가 탄생한 배경은 지난해 양사 합병 공식 발표 직후 있었던 재벌 특혜 논란과 박삼구 금호그룹 전 회장과 산은의 관계에 있다.

한진KAL과 조현아·강성부 KCGI 펀드·반도건설 3자 연합이 경영권을 두고 분쟁을 일으키던 상황에서 산은이 혈세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수년간 경영권이 불안한 상황이었다.

2014년 12월 터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일명 ‘땅콩 회항’ 이후 한진그룹이 18차례에 걸쳐 정부 각 부처의 압수 수색을 받는 등 시련을 겪다 그 여파로 조양호 전 회장이 별세하자, 이후 벌어진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권 분쟁이 일었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으로 인해 지금에 이르렀다.

2002년 그룹 회장에 오른 박 전 회장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06년에 대우건설을 인수했고 2008년에는 대한통운을 그룹사에 통합했다.

두 회사를 인수하는 데 들어간 돈은 10조원으로, 당시에도 박 전 회장이 무리한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유동성 위기가 닥쳤고 금호그룹은 2009년 6월 산은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기에 이른다.

금융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2009년 금호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때 이미 부실화됐고 구조조정을 진행해 2014년 자율협약을 마쳤지만, 항공기 리스 등으로 부채 비율이 높았던데다 박 회장이 그룹 재건에 아시아나항공을 쌈짓돈처럼 쓰면서 유동성 위기가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논란이 된 ‘기내식 대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이뉴스투데이DB]

이러한 사항을 고려했을 때 통합이 성공적으로 안착되려면 흔들림 없는 리더십이 필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비, 지원, 여객 등에서 중복 인력을 재배치하고 노선·운항시간대 다양화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을 포함한 비용 절감에 대한 노력 없이는 시너지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지만, 양사 모두 부채는 물론이고 이전의 기억으로 불안과 불신이 높아 이를 실행할 만한 추진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 건의 경우 산은이 한진그룹에 M&A를 제안한 형식이었던 만큼 정부 지원은 이어질 것이나, 대한항공이 12조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를 감당할 수 있으려면 회사 안팎에 부채를 넘어서는 시너지 효과를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 또한 "아시아나항공 자체는 꾸준히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우량 회사였다"며 "코로나19로 늘어난 대한항공 부채에 금호그룹과 박 회장에 대한 금융시장의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던 전력이 있어 시장에서 신뢰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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