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소유한 상가 건물에서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원장들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의료인들은 의료기관을 운영하기 위해 입지를 선정하고 임대료가 적당한 건물에 입주해 병·의원을 운영하기 마련이다.

임대인들은 의료기관이 입주하면 그 자체로서 건물의 가치가 올라갈 뿐만 아니라 약국 및 또 다른 병·의원을 유치하는데도 도움이 돼 대부분 환영한다. 다만 임차인 입장에서는 병원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일반적인 업종과 다른 점들이 있어 임대차계약의 체결, 이행 과정에서 다양한 종류의 분쟁을 겪곤 한다.

먼저 입주 과정에서 가장 주의할 점은 그 건물이 자신의 종별에 맞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 살피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임대인이 공사를 해줄 의향이 있는지와 언제까지 해줄 것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또 만약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을 체크하는 것이다.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문제는 엘리베이터 시설이다. 예를 들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시설이 필요한 경우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법률’ 및 시행규칙에 따라 엘리베이터 내부의 유효 바닥면적을 확보해야 하는데 임대인이 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그 공사 약속을 해주기로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

공사를 해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임대인이 병원 입주시점까지 공사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개원에 차질을 빚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등 환자의 나이나 신체 상태를 고려할 때 계단을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사소한 공사문제로 개원이 늦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또한 의료법 시행규칙은 의료기관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화재나 그 밖의 긴급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 방충, 방서(防鼠), 세균오염 방지에 관한 시설, 채광 환기에 관한 시설, 전기 가스 등의 위해 방지에 관한 시설, 방사선 위해 방지에 관한 시설 등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런 주요 시설을 갖추지 못할 경우 개설 신고 자체가 반려될 수 있다.

이런 필수적인 시설 공사들 중 일부를 임대인이 해주기로 했다면 임대차계약서 특약에 그런 내용들을 기재해두고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의 조치도 함께 명시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전기 공사가 약속한 기한까지 완료되지 않을 경우 그 기간 동안은 임대료를 면제한다는 식으로 특약을 설정할 수 있다.

무사히 입주가 된 이후에는 천정에서 누수 발생이나 공용 전기의 빈번한 단전, 임대료의 급격한 인상 요구, 퇴거 과정에서 무리한 원상복구 요구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누수의 예를 들면 대기실이나 진료실, 레이저장비 등에 물이 떨어지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더 이상 진료를 할 수 없다. 최근 자문했던 사례에서는 병원에 발생한 대규모 누수로 인해 장기간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자 원장이 건물주, 위층 세입자, 인테리어 공사 업체, 관리사무실 등을 피고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다. 공사업체들 간에 누가 더 큰 잘못을 했는지 시비를 따지는 데에만 1년 이상 소요됐다.

누수가 발생하는 것을 미리 예견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누수 발생 시 병원에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미리 고지하고 원인과 발생 일수에 따른 배상 방법을 미리 설정해 놓는다면 소송까지 이르지 않고 분쟁을 마무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병원 임대차계약을 종료하고 다른 곳으로 이전할 때 권리금 관련 문제다. 과거에는 임차인들끼리 주고받는 권리금이 제도권 밖에서 암암리에 이뤄졌지만 2015년 상대임대차보호법 개정 이후에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방해할 경우 임차인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에게 귀책사유가 있어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에는 권리금 보호를 주장할 수 없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가장 흔한 임차인의 귀책사유는 3기 이상의 차임 연체다. 부가세를 빠뜨린다거나 지급 날짜를 착오해 계약갱신청구권이나 권리금에 관한 권한을 상실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밖에도 계약종료 시 원상복구의 문제, 폐기물 문제, 관리비 부담 문제, 교통유발부담금 부담 문제 등 다양한 분쟁들이 발생한다.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미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그 해결 방법을 계약서에 담아놓으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좋은 입지의 상가를 발견한 경우 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틈도 없이 계약금을 입금해야 하거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에는 적어도 표준임대차계약서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불리한 특약이 기재돼 있는지 여부 정도라도 체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분쟁들이 이미 과거에 여러 차례 발생해 그 해결방법과 판례, 조정사례 등이 집적돼 있으니 이 점을 기억하고 문제 발생 시 적절한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하자.

 

<오승준 변호사 약력>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이화여자대학교 로스쿨 외래교수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의료,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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