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3분의 2 이상을 수주하며 4개월 연속 수주 1위를 차지했음애도, 전반적인 글로벌 업계 불황으로 그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진은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 유조선(VLCC). [사진=한국조선해양]
우리나라가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3분의 2 이상을 수주하며 4개월 연속 수주 1위를 차지했음애도, 전반적인 글로벌 업계 불황으로 그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진은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 유조선(VLCC). [사진=한국조선해양]

[이뉴스투데이 박현 기자] 우리나라가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3분의 2 이상을 수주하며 중국을 제치고 4개월 연속 수주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올해 누적 수주량 1위인 중국과의 격차도 12%포인트로 좁혔다.

하지만 올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 자체가 반토막이 난 데다 수주 잔량도 지난 2003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 조선업계 ‘세계 1위’라는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는 평가다. 더욱이 연간 누적 수주잔량에서도 중국에 열세로 나타나 진정한 1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갈길이 바쁘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04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우리나라가 전체의 69%에 달하는 72만CGT(13척)를 수주했고, 중국 25만CGT(11척, 24%)과 핀란드 3만CGT(1척, 3%)가 뒤를 이었다.

다만 올해 1∼10월 글로벌 누계 발주량은 1156만CGT로 지난해 같은 기간(2240만CGT)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 누계 수주실적은 중국 522만CGT(251척, 45%), 우리나라 377만CGT(107척, 33%), 일본 105만CGT(69척, 9%) 순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6월 말에 중국과의 누계 수주실적 차이가 39%포인트까지 벌어졌지만, 10월 말 기준으로 12%포인트까지 좁혔다.

누계 발주량을 선종별로 보면 S-Max급 유조선은 69만CGT(23척)로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으나 초대형 유조선(VLCC)과 A-Max급 유조선은 각각 77만CGT(18척)와 74만CGT(28척)로 30% 이상 감소했다. 그 가운데 1만2000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의 누적 발주량은 67만CGT로, 전년 동기 대비 58% 급감했다.

전 세계 수주잔량도 10월 말 6734만CGT로 9월 말보다 1% 감소했다. 이는 2003년 12월 6593만CGT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로, 수주잔량은 지난 1월 8086만CGT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국가별로는 중국 2431만CGT(36%), 우리나라 1902만CGT(28%), 일본 859만CGT(1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글로벌 업계의 전반적인 불황은 우리나라 조선업이 최근 4개월 연속 수주량 1위에 올라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로 꼽힌다. 불황이 장기간 이어지다 보니, 수주량과 수주잔량이 줄어들어 시장 자체가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양적 성장을 바탕으로 지난 2010년부터 전 세계 조선 1위에 오른 중국이 최근 고부가가치선 건조에 대한 투자까지 늘리고 있어 국내 조선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제 양적 경쟁을 지양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하이퀄리티 선박 건조에 한층 매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명실공히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탈환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관행이나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새로운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김문찬 교수는 “친환경적인 LNG(액화천연가스)선이나 특화된 크루즈선 등으로 차별화하는 방향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내 핵심 연구·개발(R&D) 및 기술 인력의 해외 유출과 외국업체의 국내 선박 모방 행태를 방지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과 관련한 초대형 선사 출현도 국내 조선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조합이나 조선소 인근 지역사회의 반발을 해결하는 것도 남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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