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큐브가 위치한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빌딩(왼쪽), KT&G 상상마당 홍대. [사진=네이버 지도 캡쳐]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형 극장체인들이 지점을 줄여가며 위기에 대응하는 가운데 작은 영화관들은 더 심각한 피해를 맞고 있다. 

서울 시내 소규모 예술영화관들은 영업중단과 개관을 반복한 가운데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일부 예술영화관들이 아예 폐업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영화팬들과 영화 관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SNS를 중심으로 홍대 상상마당 시네마가 폐업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에 영화팬들뿐 아니라 영화감독 등 관계자들까지 나서서 ‘#상상마당을지켜주세요’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상상마당 운영을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 

독립영화감독 등 18명이 이 같은 활동에 동참했으며 일반인들 지지 서명을 받는 등 구체적인 ‘상상마당 지키기’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 홍대 상상마당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월 이후 영화관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사태가 커지자 KT&G는 극장 운영을 잠정 중단했을 뿐 영화사업을 접은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일부 영화팬들 사이에서는 상상마당 시네마 페업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상상마당 시네마는 KT&G가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해왔다. 상상마당 영화사업부는 ‘보희와 녹양’, ‘땐뽀걸즈’, ‘족구왕’, ‘돼지의 왕’ 등 한국 독립영화를 발굴했으며 ‘데인저러스 메소드’, ‘우먼 인 블랙’ 등 해외 영화 수입·배급업도 하고 있다. 

KT&G 관계자는 “‘상상마당 시네마를 접는다’라는 소문이 SNS를 통해 퍼지자 회사에서는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영화감독들까지 나서서 상상마당 시네마 폐업을 우려한 탓에 쉽게 진정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9월에도 부산에 상상마당을 개관하며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고 전했다. 상상마당 부산은 영화관을 운영하진 않지만 공연과 전시, 아카데미 등을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상상마당 시네마에 대한 이 같은 우려는 예술영화관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서울 시내 예술영화관은 상상마당 시네마를 제외하고 대부분 영업을 하고 있으나 코로나19 충격으로 관객수가 급감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상상마당 시네마뿐 아니라 예술영화관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CGV의 경우에도 명동역씨네라이브러리나 대학로 등 아트하우스관 중심 극장을 대상으로 영업을 중단했다. 

이 같은 우려는 씨네큐브에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빌딩 지하에 위치한 씨네큐브는 다른 예술영화관보다 나은 환경에서 영업하고 있지만 최근 관객수 급감과 개봉작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광그룹의 영화수입배급업을 담당하고 있는 티캐스트도 사정이 좋지 않다. 최근 수입작이 지난해 12월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로 올해 들어 수입한 영화가 한 편도 없다. 

티캐스트는 영화수입배급과 함께 E채널과 스크린, 드라마큐브, 폭스 등 채널을 운영하는 복수방송사용채널사업자(MPP)다. 유료방송시장 재편에 따라 지난해부터 통신사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태광그룹은 앞서 지난해 2월에 SK브로드밴드에 티브로드를 매각했으며 올해 6월에는 티캐스트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티캐스트에서 올해 수입한 영화가 단 한 편도 없다는 점이 수입배급업에서 철수하려는 목적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태광그룹이 수입배급업에서 철수할 경우 극장 사업도 철수할 수 있는 상황이다. 티캐스트 관계자는 “올해 수입한 영화들이 있으나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 중 개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태광그룹은 지난달 창립 70주년을 맞아 사회공헌축제 ‘정도경영 큰 빛 한마당 온(on)’을 온라인으로 열었다. 또 씨네큐브도 창립 20주년을 맞아 다음 달 2일부터 내년 개봉작을 미리 만날 수 있는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영화계에서는 대기업의 예술영화관 사업의 경우 사회공헌 성격이 강한 만큼 쉽게 폐업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영화계 관계자는 “예술영화관의 경우 수익을 목적으로 한다면 지속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코로나19 시국이라면 멀티플렉스보다 더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게 예술영화관”이라고 봤다. 

이어 “상상마당이나 씨네큐브의 경우 모기업 건물에 입점해 임대료가 들지 않는다는 장점은 있지만 사회공헌 성격이 있기 때문에 섣불리 사업을 접을 경우 그룹 이미지에 타격이 생길 수 있다”며 “만에 하나 실적이 악화되더라도 가장 마지막에 극장사업을 접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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