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관에서’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집에서 75인치 UHD 화면으로 감상하는 시대가 됐지만 영화관이란 공간이 주는 특별한 경험까지 가져오지는 못한다. 좋은 영화를 제 때 극장에서 즐길 수 있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번 주에 개봉하는 신작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사진=영화 '밥정']
[사진=영화 '밥정']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이 영화가 자연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는 통로가 돼 세상살이에 지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피로회복제가 되기를 바라본다.”

극영화가 그렇듯이 다큐멘터리 역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에서 시작된다. 오는 7일 첫 영화 데뷔작 ‘밥정’을 선보이는 박혜령 감독 또한 그러하다.

KBS ‘인생극장’을 시작으로 휴먼 다큐멘터리에서 꾸준히 활동해 오며 박혜령 PD란 호칭이 더 친숙한 그는 자연요리연구가 임지호 셰프를 비롯해 국악 피아니스트 임동창,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등 다양한 인물들의 기록을 담아왔다.

영화 ‘밥정’은 박 감독이 그렇게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인연을 맺었던 이들 가운데 임지호 셰프와 그의 친모·양모·의모 세 어머니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자연에서 나는 모든 것을 재료로 삼아 요리를 만드는 임 셰프는 지난해 한중일문화장관 만찬과 2017년  청와대 경제인만찬 등에서 활약하는 한편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임지호 셰프와 의모. [사진=영화 '밥정']
임지호 셰프와 의모. [사진=영화 '밥정']

앞서 박 감독은 2006년 ‘인생극장’을 통해 임 셰프와 인연을 맺었는데 3년 후인 2009년 그 스스로 연락을 해왔다. 지리산에 가서 감을 찾아 요리를 하고 싶고, 큰 나무 밑에서 할머니께서 기다리고 계시는데 그 분을 찾아 요리를 해주고 싶다고.

박 감독은 “한마디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였지만 그에게 신기한 기운이 있음을 몇 번 경험한 터라 한밤중에 지리산으로 출발했다”며 “며칠을 헤맨 끝에 산꼭대기에 자리한 단천마을을 찾아냈고 냉이를 캐는 할머니를 만났는데 된장냉이국과 밥을 해주셨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밥으로 피어나는 정은 가장 평범한 한 끼에서 시작된다”며 “평범한 냉이국이었는데 임지호 셰프에겐 상처를 치유한 치료제였고 나에겐 잊을 수 없는 소울 푸드가 됐다”고 덧붙였다.

[사진=영화 '밥정']
[사진=영화 '밥정']

박 감독은 그 후 일을 하다가도 시간이 나면 임 셰프와 함께 지리산으로 갔다. 왜 가는지, 할머니에 대한 느낌이 어떤지, 그런 질문이 필요 없었다. 할머니를 만나면 언제나 어린아이처럼 웃는 임 셰프였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할머니가 좋아하는 땅콩 카라멜과 사탕 한 봉지를 사 들고 가고 어떤 날은 관절에 좋은 식재료를 구했다고 가고 어떤 날은 돼지고기와 막걸리 한 박스를 사서 동네 할머니들을 모시고 나물 코스요리로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임 셰프는 어릴 때 죽은 친모와 길러준 양모가 있다. 하지만 본인이 요리사가 되기 전에 돌아가셔서 부모님 생일상을 차려본 적이 없어 아쉬워했다. 그래서 단천마을 의모에게 90세 생신상을 근사하게 차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멀미 때문에 차를 못타서 동네 밖에 나가본 적이 없는 의모에게 전국에서 다양한 식재료를 찾아 만들어드린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사진=영화 '밥정']
[사진=영화 '밥정']

하지만 이 때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할머니가 한 달 전에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것. 집을 직접 찾아가 망연자실해진 임 셰프는 며칠 후 박 감독에게 세 어머니를 위한 만찬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3일간 108 접시의 음식을 만들어내며 그만의 의식을 치렀다.

박 감독은 “임지호 선생님과 함께 한 10년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땅을 밟았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던가, 또 얼마나 많은 밥을 지었던가 떠올리게 된다”며 “요리를 보고 환해지는 사람들의 얼굴이 나에겐 선물이었다”고 영화 제작 의도를 전했다.

[사진=영화 '밥정']
[사진=영화 '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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