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글로벌 무역전쟁이 격랑 속에 빠지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는 코로나19 영향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불확실성이 컸다. 그러나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확대되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물러나면서 앞으로 시장환경도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15일(현지시간)부터 화웨이에 대한 제재 수위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술을 일부라도 활용한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앞으로 미국 상무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화웨이에 제품을 팔 수 있다. 

이번 제재로 화웨이와 거래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또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우선 두 회사는 미국 상무부에 거래 신청을 했지만 승인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대체 수요처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간 화웨이를 통해 얻는 매출은 약 13조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때문에 이를 대체할 안정적인 수요처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중국의 샤오미와 오포, 비보 등이 대체 수요처로 떠오르지만 이들 역시 같은 중국 기업인만큼 언제든지 미국의 추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추가 수요처를 찾는다 하더라도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현재까지 미국의 제재에 대해 중국이 크게 대응하고 있지 않지만 만에 하나 중국이 대응에 나설 경우 애플이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미국이 텐센트의 SNS인 위챗에 대해 제재를 가할 경우 애플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화웨이 다음으로 제재를 가할 대상이 틱톡과 위챗인 것으로 보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만일 미국이 진짜로 위챗을 금지한다면 우리도 애플 스마트폰을 쓰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일부 정객이 국가 안보를 빙자해 외국 기업을 이유 없이 압박하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해적 행위는 이미 미국을 포함한 각국 소비자와 기업의 권익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시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이 2분기 중국에 판매한 아이폰은 1300만대에 이른다. 화웨이를 제외하면 중국에서 유일하게 스마트폰 판매량이 늘어난 기업이 애플이다. 

애플이 중국 시장을 잃게 될 경우 그 타격은 우리나라 기업들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아이폰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부품을 공급하는 LG이노텍, 삼성전기 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구동칩(DDI)을 탑재한 모듈 형태로 판매되는 만큼 반도체까지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 또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피해에 디스플레이 피해까지 떠안아 피해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미국뿐 아니라 일본도 상황이 급변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추가 규제도 고려해야 한다.

14일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이 소속 국회의원과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지부연합회 대표 등 5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총재 선거에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유효표 534표 중 377표를 얻어 총재에 당선됐다. 스가 장관은 16일 임시국회를 통해 차기 총리로 선출된다. 

스가 총리의 당선에 대해 업계에서는 당장 양국의 관계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스가 총리는 ‘포스트 아베’로 불릴 정도로 아베 전 총리의 정치 신념을 계승한 인물이다. 

스가 총리는 13일 일본기자클럽 주최 자민당 총재 후보 토론회에서 “외교는 계속성이 중요하다. 아베 총리의 정상 외교는 정말로 훌륭하다. 그런 일을 나는 할 수 없지만 내 나름의 외교 자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형’ 외교 자세를 관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아베 전 총리의 정책을 계승하면서도 상황에 맞게 대응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스가 총리에 대해서는 아베처럼 극우성향이 강한 인물은 아니다. 딸기농가에서 태어난 소위 ‘흙수저’ 출신의 스가 총리는 정치세습이 보편적인 일본 정가의 인물들과 다르다. 또 2013년 12월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당시에도 ‘경제 재생이 우선’이라며 반대한 전적이 있다. 

때문에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당장은 아베의 경제·외교정책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발전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화이트리스트 배제 이후 최대 거래처를 잃은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눈에 띄고 있어 이를 개선하려는 시도도 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에 비상이 걸린 만큼 일본의 기업들도 추가 경제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편 우리 기업들은 기존의 투자 계획을 유지하면서 경제상황을 더 지켜본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에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R&D 73조원, 생산시설에 60조원을 투자한다.

SK하이닉스는 2024년까지 120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여기에는 4개의 반도체 공장과 소재·부품 협력사 중심의 '협력화 단지'를 구축하는 초대형 산업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무역분쟁과 코로나19 이후 대외 경영환경이 쉬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할 수 있는 것은 변동되는 상황에 대응하며 기존 투자 계획을 유지하는 것 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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