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윤진웅 기자] '저녁에는 소파를 사지 마라' 다소 황당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나름의 일리가 있다. 피곤한 상태로 앉는 소파는 웬만해선 다 편하게 느껴질 수 있어서다. 엄격하게 품질을 따지기 위해선 제품을 체험하는 소비자의 컨디션을 무시 못한다는 얘기다. 얼핏 들었던 이 얘기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이유는 그만큼 기자도 동의했다는 뜻일 것이다.

백만원대 소파도 이럴진대 천만원 또는 억원대의 차는 오죽할까. 시승한다고 한들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타오던 차량의 컨디션에 따라 조금만 달라도 긍정적인 평가가 이뤄질 것이 안 봐도 비디오다. 적어도 비슷한 급을 타왔거나, 이미 시장에서 호평을 받은 차를 탔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기자의 경우에는 후자였다. 이번 신형 볼보 S90 시승 행사를 앞두고 내로라하는 차들을 타온 터. 엄근진(엄격·근엄·진지)한 자세로, 쉽게 마음을 열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행사장을 찾았다. 이미 S90은 승차감과 시트의 편안함에서 정평이 나 있었기에 괜히 더 까탈스러운 마음이 든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가. 이번 볼보의 초점은 뒷좌석에 있었다. 오너드리븐에서 쇼퍼드리븐으로 바뀐, 그렇다고 운전석이 꿀리지 않는 사장님들의 차로 변신한 볼보 S90을 만나고 왔다.

첨단 운동 에너지 회수 시스템과 가솔린 엔진이 결합된 B5 엔진. 이번 볼보 신형 S90에 탑재됐다. [사진=윤진웅 기자]

지난 10일 신형 볼보 S90 시승을 위해 서울 마리나클럽을 찾았다. 서울 마리나클럽에서 인천 네스트호텔까지 왕복 약 110km로 코스를 달렸다. 도로 상황이 나쁘지 않아 저속과 고속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다. 기존 S90과의 차이를 느껴보자고 촉을 세웠는데, 그럴 필요도 없었다. 외관, 옵션 등 한눈에도 차이가 실감 났다.

전폭과 전고는 이전 모델과 동일하지만, 전장의 경우 120mm가 늘어 3060mm의 휠베이스로 거듭났다. 늘어난 휠베이스의 혜택은 모두 뒷좌석으로 집중됐다. 앞좌석을 최대한 뒤로 당겨도 뒷좌석에서 충분하게 다리를 꼬고 앉을 수 있는 정도였다.

공간뿐 아니었다. 이외에도 뒷좌석에 대한 배려가 곳곳에 숨어있었다. 휠베이스가 늘면서 탑재된 파노라마 선루프를 여닫을 수 있는 버튼과 2열 선커튼 그리고 뒷유리 선블라인드까지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실행할 수 있다. 쇼퍼드리븐으로 손색없는 새로운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평가다. 도로 위 볼보 S90을 보고 "어디 사장님이신가"하고 중얼거릴 날이 머지않았다.

외관의 변화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기존 디자인에 대해 소비자들이 불평을 제기했던 부분은 과감하게 바꿨다. 특히 호불호가 강했던 후면에 턴시그널램프를 적용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소비자들이 불평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않고 반영했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하다.

신형 볼보 S90에는 3D로고가 적용된 그릴이 새롭게 장착됐다. [사진=윤진웅 기자]
전장이 125mm 늘어나면서 측면의 길이가 상당히 길어졌다. [사진=윤진웅 기자]
호불호가 있었던 후면에 턴시그널램프를 적용해 세련된 모습으로 바꿨다. [사진=윤진웅 기자]
전장이 길어진 덕에 파노라마 선루프 장착이 가능해졌다. [사진=윤진웅 기자]
뒷좌석 암레스트에 여러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버튼이 달렸다. [사진=윤진웅 기자]
뒷좌석 문을 열면 2열 공간이 제대로 실감난다. [사진=윤진웅 기자]
사장님 자리에 앉아봤다. 보조석을 최대한 뒤로 당기고도 넉넉한 레그룸이 제공된다. [사진=윤진웅 기자]

볼보는 더 나아가 인심 좋은 아저씨도 자처했다. 수많은 옵션을 단돈(?) 100만원에 제공하기로 했다. 전 트림에 △어드벤스드 공기 청정기능 및 미세먼지 필터 △대형 파노라믹 선루프 △휴대전화 무선충전(T8 제외) 및 2열 더블 C-타입 USB 등을 도입했으며, 주력 판매 트림인 ‘인스크립션’ 모델에는 △오레포스(Orrefors) 사의 크리스탈로 마감된 전자식 기어노브 △컨티뉴엄 콘 적용으로 업그레이드 된 바워스&윌킨스(B&W) 사운드 시스템 △뒷좌석 럭셔리 암레스트 △전동식 뒷좌석 사이드 선블라인드 및 리어 선 커튼 등까지 탑재했다.

이만식 볼보코리아 세일즈마케팅 전무이사는 "이번 출시하는 신형 볼보 S90은 전략적인 가격으로 구성했다. 200만~300만원 상당의 옵션을 넣고도 100만원만 올렸다"며 "e카 프리미엄 세그먼트가 전체 프리미엄에서 40%를 차지하는 만큼 제대로 뛰어보자는 볼보의 의지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이만식 볼보 세일즈마케팅 전무이사가 신형 S90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윤진웅 기자]

운전석에 올랐다. 훌륭한 착좌감이다. 별도로 시트를 조절하지 않아도 몸에 맞춘 듯 편안했다. "볼보는 시트"라는 주변인들의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출발 직전 두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첫째로 사이드미러를 펴야 하는데 방법을 몰라 헤맸다. 결국 관계자를 호출했다. 사이드미러를 피려면 사이드미러 좌·우측 버튼을 동시에 눌러야 한다.

두번째로 시동이다. 버튼식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기어 레버 뒤에 있는 시동 레버를 눌러댔다. 눌리는 감이 없어 터치인가 하고 살살 문질러도 봤다. 알고 보니 버튼 레버를 잡고 우측으로 살짝 꺾어주면 되는 거였다. 알아차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아니었지만, 자책했다.

운전자의 시야로 바라본 실내 모습 [사진=윤진웅 기자]
크리스털 기어 노브가 적용돼 실내 고급감이 한층 상승했다. 운전하다 저절로 손이 가 잡고 있게 되는 효과도 있다 [사진=윤진웅 기자]
문제의 시동 레버. 잡고 살짝 꺾어주면 시동을 걸 수 있다. [사진=윤진웅 기자]

우여곡절 끝에 출발. 승차감은 착좌감만큼이나 편안했다. 네스트 호텔까지는 대열을 갖춰 인스트럭터를 따라가는 방식이었는데, 운전하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앞차가 끌어주는 느낌이었다. 앞차를 놓칠까 급하게 속도를 높여도 크게 무리가 없이 나아갔다. 

신형 S90에는 첨단 운동 에너지 회수 시스템과 가솔린 엔진이 결합된 B5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 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5.7kgf·m의 성능을 지녔다. 전기모터가 출발 가속과 재시동 시 엔진 출력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14마력의 출력을 보탠다.

다만 주행 초반 토크가 아쉬웠다. 가속페달을 깊숙하게 밟으면 RPM이 먼저 반응했고, 차는 조금 늦게 알아차리고 급하게 따라왔다. 또, 전기모터에서 전해지는 초반 기계음 소리가 약간 거슬렸다.

풍절음과 노면소음은 느낄 새가 없었다. 업그레이드된 바워스&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을 즐기기 바빴다. 총 19개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음악은 공연장을 방불케 했다. 깨끗하고 웅장한 중저음의 진동이 온몸으로 전달되며 심장을 울렸다. 여기에 노이즈캔슬링 기능까지 더해져 눈을 감으면 생동감이 두 배로 늘었다. (물론 주행 중에 눈을 감은 것은 아니다.)

대열을 따라 주행하는 김에 반자율주행이 가능한 '파일럿 어시스트'를 실행했다. 설정한 속도에 맞춰 가다가도 앞차와의 간격이 좁혀지면 알아서 속력을 줄였다. 스티어링휠을 잡지 않으면 얼마 뒤 경보음이 울리는데, 끝까지 고집하면 기능이 해제된다. 끝까지 잡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호기심이 일었지만, 바로 접었다.

업그레이드된 오디오에 맞춰 재즈클럽 모드가 새로 추가됐다. [사진=윤진웅 기자]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직접 써서 입력했다. 악필로 유명한 기자지만, S90은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사진=윤진웅 기자]

네스트 호텔에서 마리나로 돌아오는 길에는 자율주행이 허락됐다. 시원하게 고속주행을 할 기회였다. 때마침 돌아가는 도로에 차가 거의 없었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고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다. 그런데 별안간 이상함을 감지했다. 속도계를 슬쩍 보니 일정 속도에서 속도계 바늘이 멈춰 더는 올라가지 않았다. 다시 페달을 밟아도 결과는 같았다.

그랬다. 볼보하면 '안전' 아니던가. 속도가 더이상 올라가지 않는 이유도 안전 관련 기능이 활성화됐기 때문이었다. 신형 S90에는 새로운 안전옵션인 '케어키'가 제공된다. 본인 외 다른 운전자가 차를 몰 때 최고 속도를 운전자가 사전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다.

그렇다고 30km로 세팅할 순 없다. 최저 속도 50km부터 가능하다. 그 정도로 불안하다면 차라리 사비를 들여 렌트를 해주도록 하자.

스포츠모드만 사용해 주행한 결과 실제 연비는 8.4km/L가 나왔다. 신형 S90의 복합 연비가 11.3km/L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톱오브더게임(Top of the game)이라는 슬로건을 들고 등장한 신형 S90이 실제로 톱의 자리로 올라설지 기대된다.

신형 S90의 국내 판매가는 △6030만원(B5 모멘텀) △6690만원(B5 인스크립션) △8540만원(T8 AWD 인스크립션)이다.

스포츠모드로만 주행했다. 연비는 8.4km/L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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