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20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벽지가 들떴어요. 다시 발라주세요.” “지하주차장이 일방향인 것이 말이 되나요? 당장 양방향으로 바꿔주세요.”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아파트 하자 인정 기준 확대 방침을 밝힌 가운데 소비자와 건설사 희비가 엇갈렸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토부가 ‘공동주택 하자의 조사, 보수비용 산정 및 하자판정기준(하자판정기준)’ 개정안을 행정 예고해 건설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20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20일간 예고기간을 거쳐 11월께 시행될 예정이다.

입주를 앞뒀거나 청약을 준비 중인 소비자들은 대부분 이번 개정안이 ‘당연하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소비자는 변기나 세면대‧싱크대 등의 물줄기가 약하거나 녹물이 발생할 경우 입주 후 생활에 불편함을 겪었으나 하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현행법에서는 위생기구의 규격이나 부착상태 등 외관상 결함으로만 하자여부를 판단했으나 개정안에서는 기능 결함도 하자로 인정된다.

신설된 하자인정 항목은 지금까지 입주자 항의가 지속되던 부분이나 기준 자체가 없었던 부분이다. 아파트 빌트인 가전제품이 늘어나는 가운데 시공이 되지 않거나 변경된 경우, 작동되지 않아도 하자로 판정된다.

또 공간이 협소하거나 출입문 크기가 작아 설치‧사용이 곤란한 경우도 하자로 보기로 했다. 실제 최근 경기도 한 공공분양 아파트에서 다용도실 문이 설계보다 폭이 좁게 시공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시공을 맡은 H건설사는 올해 시공능력평가 30위권 내 기업이다. 

건설사는 아직 개정안 적용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만큼 추이를 지켜보고 있지만 입주자 편의에 최대한 따르는 개정안을 적극적으로 지켜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한 10대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도 하자로 판명 날 경우 보수를 끝까지 책임진다는 입장이지만 앞으로 더 잘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하자보수 개수가 늘어나는 만큼 고객 목소리에 더 신경 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하자보수에 보다 신경 쓴다는 방침에는 동감하면서도 압박감을 느낀다는 건설사도 있다.

또 다른 10대 건설사 관계자는 “하자 발생을 줄이기 위해 설계부터 시작해 시공‧관리에 이르기까지 심혈을 기울이지만 작업자 숙련도 차이가 있을 경우 어쩔 수 없이 결과물에 차이가 생기게 된다”며 “이 부분을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하자보수 인정 범위 확대를 빌미로 하자가 아닌 부분을 하자로 우기며 고가의 상품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가 늘어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행정예고에서 언급되지 않은 하자보증기간과 관련해서는 전체적으로 보증기간이 길어질 것이란 것이 건설사 판단이다.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하자분쟁위원회) 관계자는 “국토부는 하자분쟁 조정과 관련한 법 개정을 위해 지난해 맡긴 외부 연구용역 결과를 올해 초 보고 받아 이번 개정안 기초를 만들었다”며 “또 하자분쟁위원회와 함께 소비자들이 반복적 다발성으로 제기한 공동주택 하자도 포함해 민원과 법원 행정 기준을 일치시켜 소비자 혼란을 막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은 현행 하자판정기준 중 타일‧창호‧결로와 콘크리트나 마감부위 균열 등 12개 항목이 단순 외관 판단에서 입주자 거주에 적정하도록 시공됐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기준이 변경된다.

지금까지 입주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개별적으로 시공을 맡겨야 했던 도배‧바닥재‧가전기기 등을 포함해 13가지 하자보수 항목도 신설된다. 전체 세대에 해당하는 가스설비‧자동화재탐지설비나 지하주차장 등을 제대로 설치하지 못했을 경우도 앞으로 건설사가 책임지고 하자 보수를 마무리해야 한다.

하자판정기준 개정(안) 주요내용. [사진=국토부]
하자판정기준 개정(안) 주요내용. [사진=국토부]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