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딜라이브, CMB]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지난달 현대백화점그룹이 자사의 케이블방송 현대HCN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KT스카이라이프를 선정하면서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남아있는 케이블방송인 딜라이브, CMB의 향방과 가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딜라이브와 CMB는 모두 현대HCN보다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어 더 비싼 가격에 팔릴 수 있으나 여러 가지 변수가 많아 가격 변동이 있을 수 있다. 

특히 KT와 현대HCN의 M&A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경우 SK텔레콤·티브로드, LG유플러스·LG헬로비전(舊 CJ헬로)에 이어 이통3사가 모두 케이블방송을 하나씩 품게 된다. 이 때문에 급할 것이 없어진 이통사들은 시간을 끌어 가격을 낮출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 현대HCN이 KT 품에 안기면서 이통3사간 유료방송 점유율 경쟁이 KT의 승리로 일단락됐기 때문에 시장의 열기도 식어버린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제시한 현대HCN 가격이 6500억원대인 것으로 보고 있다. 케이블방송 업계 1위인 LG헬로비전이 8000억원대에 LG유플러스 품에 안긴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현대HCN은 4% 이하의 점유율로 케이블방송 업계에서도 낮은 수준이지만 서울 서초·동작·관악, 부산 동래·연제, 대구 북구 등 대도심에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어 위성방송 중심 사업자인 KT스카이라이프에게는 매력적인 매물이다. 

구현모 KT 대표는 최근 “현대HCN은 도심에 있는 것이어서 도심은 영업하기 어려운데. 영업 측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딜라이브 역시 서울 강남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우량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가입자는 200만명이 넘고 점유율 역시 5.98%로 현대HCN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부채비율이 200%에 육박할 정도로 높고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한 게 단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딜라이브의 매각 주관사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와 신한·KEB하나·KB국민은행 등 21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채권단이다. 최대 주주는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 등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국민유선방송투자(KCI)로 지분율이 94.87%에 이르지만 매각 주체는 은행이다. 

강성 노조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단점이다. LG유플러스가 LG헬로비전을 인수할 당시 희망연대노조 CJ헬로지부가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격하게 반발한 것을 감안하면 딜라이브의 인수에도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통신사들의 사정이 이전과 달라진 상황에서 선뜻 인수하려면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대HCN 서초방송 사옥. [사진=연합뉴스]

반면 CMB는 가입자 점유율 4.58%로 딜라이브보다 낮다. 가입자는 대전, 충청권과 호남 지역에 집중돼있으며 서울 영등포와 동대문에도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가입자 대부분이 8VSB(실시간디지털방송)를 이용하기 때문에 VOD 시청을 위해서는 별도의 셋톱박스를 설치해야 한다. CMB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상용화를 목표로 ‘8VSB 채널형 VOD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CMB의 이 같은 특징이 향후 통신사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부채비율이 41%로 딜라이브보다 낮은 편이고 지배구조도 단순하고 노조도 없어서 딜라이브가 가진 여러 단점을 상쇄시키고 있다. 다만 CMB는 8VSB 비중이 높아 ARPU(가입자당평균매출)가 타 케이블방송 대비 낮은 편이다. 때문에 수익성이 다소 떨어진다면 평가를 받고 있다. 

딜라이브의 예상 매각 가격은 9000억~1조원, CMB의 예상 매각 가격은 4000~5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통신업계에서는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라고 보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케이블 업계 1위인 LG헬로비전이 8000억원에 LG유플러스에 인수됐는데 그보다 매력이 떨어지는 매물이 더 높은 가격에 나온다면 아무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큰 돈을 들이지 않고 M&A를 추진해왔던 SK텔레콤이나 이미 LG헬로비전 인수에 많은 돈을 지출한 LG유플러스도 높은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이 낮다. 

앞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케이블방송 인수와 관련해 “합리적으로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티브로드나 ADT캡스를 인수할 당시를 감안해도 큰 가격을 제시하지 않은 만큼 무리한 지출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는 케이블 업계 1위 사업자를 인수한 만큼 무리한 추가 인수를 강행할 가능성이 낮다. 이후 진행되는 M&A에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KT 역시 현대HCN 인수로 유료방송 점유율 1위를 지키게 되면서 여유로운 입장이다. 특히 도심 지역 영업기반을 확보한 만큼 서두르지 않고 M&A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딜라이브와 CMB의 매각 가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케이블업계 사정이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는 데다 높은 가격에 섣불리 달려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 간 유료방송 시장 경쟁이 거세지만 기업들이 5G와 콘텐츠 등 투자 영역이 많기 때문에 무리해서 지출 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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