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도 까지만 해도 의료법상 허용되는 의료광고의 범위는 굉장히 제한적이었다. 의료인의 이름과 학력, 경력 정도 외에는 병원에 관한 광고가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기존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가 네거티브 방식으로 변경됐고 의료광고는 민간 자율 사전심의를 전제로 폭넓게 허용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산업군의 광고에 비해 여전히 엄격한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일선의 병·의원이 간과하기 쉬운 의료광고 규제 사례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몇 년 전 경기도 소재 요양병원에서 급한 자문 요청이 들어왔다. 병원 홍보 문구에 ‘최고의 시설’ 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 문구가 의료법에 반한다는 이유로 주변 경쟁 병원이 보건소에 제보를 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병원은 정말로 그 지역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하며 그 근거자료를 보건소에 제출해 보았지만 담당 공무원은 ‘허용되지 않는 표현’ 이라며 영업정지 처분을 2000만원 수준의 과징금으로 갈음해 예비 처분 통보했다.

이에 대해 이의를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된다며 의견을 구해 왔다.

유형별 의료광고 사례 및 체크리스트. [사진=보건복지부]

의료법 제56조 제2항은 소비자로 하여금 치료효과를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와 각 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는 ‘최대’, ‘최고’, ‘제일’, ‘유일’ 등의 최상급 표현, 배타성을 띈 절대적 표현을 소비자 현혹 광고의 일종으로 예시하고 있다. 그리고 확률적으로 0% 및 100%의 의미를 내포한 단어를 사용해 ‘부작용 없이’, ‘통증 없이’, ‘완치’, ‘완비’, ‘완벽’, ‘해결(솔루션)’, ‘가장 안전한’, ‘안전한’ 등으로 표현하는 광고도 승인해 주지 않고 있다.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사전자율심의기준.

이처럼 보건복지부와 의료광고심의위원회가 최상급 표현 등의 사용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수범자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앞서 든 예와 같이 ‘최고의 시설’ 이라는 표현은 다른 분야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의료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자 취급을 받고, 또 2000만원이라는 큰 액수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변호사로서 개인적인 판단은 이렇다. 사전 심의 대상이 아닌 매체를 통해 ‘최고’ 등의 표현을 사용했는데 그 맥락이 환자로 하여금 치료효과를 오인하도록 만들 정도가 아니고 허위 사실이 아니라면 이를 위법한 광고로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는 생각이다. 해당 지역 보건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면 처분 취소 판결이 선고될 가능성도 꽤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 요양병원은 결국 과징금 2000만원을 납부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관할 보건소를 상대로 소송을 한다는 것이 그 지역에서 터잡고 살아가는 병원 관계자들에게는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병원이 확장을 앞두고 있던 타이밍에, 인·허가 과정에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그 규제가 타당하건 타당하지 않건 최상급 표현, 확정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큰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 혹시나 병원의 홍보 담당 직원이나 외주 업체에서 이런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기타 주의 사항: ‘자신있는, 자신감, 자존심, 당당한, 자존심, 콤플렉스’와 같은 표현은 외모지상주의 및 성형조장의 소지가 있으므로 불허한다. ‘풍부한 경험’, ‘풍부한 노하우’, ‘경륜 있는’ 등의 표현은 면허증 취득 후 만 10년 이상 경과된 경우에 한해 표기 가능하다. 이에 의사 면허증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단 면허 취득 후 10년이 안되는 경우 구체적인 연도를 적시한다. 우수한, 실력있는, 유능한 의료진이란 표현은 명확한 기준을 잡기 어려우며, 소비자오인의 소지도 없어 허용한다(단 사람에서만 허용). ‘여의사’ 표기는 단독 개설자(1인)인 경우에 한하며 그 외 여의사가 공동개설자, 근무의사로 진료 시 위 여의사에 대한 인원 수 적시가 필요함이 원칙이다(의료광고심의위원회 사전자율심의기준).

<오승준 변호사 약력>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이화여자대학교 로스쿨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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