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단지 상가내 부동산 중계업소 사무실에 급매로 내놓은 아파트 매매값이 계시돼 있다.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단지 상가내 부동산 중계업소 사무실에 급매로 내놓은 아파트 매매값이 계시돼 있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한국은행의 '제로금리' 결정 영향으로 3000조원이 넘는 유동성 자금이 풀리면서 부동산과 주식 주변으로 흘러드는 돈이 역대 최대 수준에 달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정부가 의도했던 투자와 소비보다는 부동산과 주식으로 몰려 가격이 폭등하자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우선 현재 시중 통화량 자체가 역사상 가장 많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053조9000억원으로, 지난 4월(3018조6000억원) 사상 처음 3000조원을 넘어선 뒤에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넓은 의미의 통화량 지표 M2에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 외 MMF(머니마켓펀드)·2년 미만 정기예적금·수익증권·CD(양도성예금증서)·RP(환매조건부채권)·2년 미만 금융채·2년 미만 금전신탁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통화량 증가 속도도 예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이다.

5월에만 M2는 4월보다 35조4000억원(1.2%) 늘었는데, 이 월별 증가액은 1986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 규모다. 통계 이전 전체 통화량 수준이 지금과 비교해 매우 낮은 사실을 고려하면 사실상 지난 5월 통화량이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이 불어난 셈이다.

이처럼 풍부한 유동성 중 상당 부분은 부동산과 연관이 크다. 대표적 사례가 부동산 관련 자금인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는 현상이다.

한은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가계대출(모든 금융기관) 잔액은 1521조6969억원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858조1196억원 역시 최대 기록이다.

특히 올해 들어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는 '역대급'으로 더 가팔라졌다.

미 2019년과 2018년 한해 가계 대출 증가액(동일액 60조8000억원)의 67% 수준에 이르렀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역시 올해 1∼6월 32조2000억원이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늘어난 전체 가계 대출의 79%가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얘기다.

올해 6개월간 증가액(32조2000억원)은 일찌감치 2019년 연간 증가액(45조7000억원)의 70%를 넘어섰고, 2018년 증가액(37조9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앞서 두 해 역시 부동산 투자 열기가 올해 못지않게 뜨거웠던 점, 지금까지 증가 추세 등으로 미뤄 올해 가계 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이 확실시된다.

더구나 정부가 부동산 안정 대책으로서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한 사실까지 고려하면 올해 부동산으로의 '자금 러시' 현상이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시중 5대 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달마다 차이는 있지만, 올해 들어 월별 신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생활자금'이 아닌 '주택구입자금' 용도의 대출 비중은 40∼90% 수준이다.

'생활자금'용 주택담보대출이 전혀 부동산에 쓰이지 않았다고 보수적으로 가정해도, 올해 늘어난 주택담보대출(32조2000억원) 가운데 평균 65%인 21조원 정도는 집에 투자됐다는 뜻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증시 주변에도 어느 때보다 많은 돈이 몰리고 있다.

한은 '증시주변자금 동향' 통계를 보면, 우선 6월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46조1819억원으로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1999년 이전 우리나라 증시, 통화량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역대 최대 기록이다.

같은 시점의 신용융자 잔고도 12조6604억원으로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만큼 주식 투자를 위한 빚이 늘어났다는 뜻으로, 이달 10일에는 마침내 신용융자 잔고가 13조원도 넘어섰다.

이밖에 주식투자 자금으로 쓰일 수 있는 증권사 환매조건부채권(RP) 판매액도 지난 5월 78조5266억원으로 정점을 찍었고, 파생상품거래 예수금 역시 지난 4월 11조9835억원으로 최대 기록을 세웠다. 6월 현재 RP 판매액, 파생상품거래 예수금도 각 76조7974억원, 11조9624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과 주식 등으로 빠르게 흘러들어 '자산 가격 거품' 논란까지 일고 있지만, 한은은 현재 이 문제를 고려해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시점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발표 이후 통화정책 발언에서 "지금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응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라며 중앙은행의 어려운 입장을 우선 전했다.

이어 이 총재는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불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거시 건전성 정책, 수급 대책 등 다양한 수단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정부는 풍부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쏠리지 않고 보다 생산적 부분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생산적 투자처'를 만들어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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