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의 한 딜러 모니터에 매매추이 분석표가 나타나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의 한 딜러 모니터에 매매추이 분석표가 나타나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상반기 '동학개미 운동' 성공의 주역인 20·30대 '스마트 개미'들이 잇단 사모펀드 사태로 불안감을 느끼면서 펀드 등 간접투자 수단에서 자금을 빼 직접 주식투자에 본격 뛰어들면서 '머니무브' 흐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혼합형·채권형 펀드 1863개의 설정액은 총 86조5427억원으로 연초 이후 12조9717억원(13.04%) 감소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바닥을 쳤던 주가가 회복기에 접어든 3월 말 이후 최근 3개월간 순유출 금액은 15조2472억원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그간 급팽창을 거듭해온 사모펀드에서도 자금 유출이 시작됐다. 국내 투자 사모펀드에서 지난 3월 이후 넉 달 간 빠져나간 금액은 4조9126억원에 이른다.

국내 투자 사모펀드에는 올해 1월(7071억원), 2월(1조6355억원)까지만 해도 자금이 순유입했으나, 3월(-1조4662억원), 4월(-1조6144억원), 5월(-1조4271억원)에 이어 6월(-4049억원, 25일 기준)까지 넉 달 연속 순유출로 돌아섰다.

이처럼 펀드에서 막대한 자금이 이탈하는 가장 큰 원인은 연일 터져 나오는 사모펀드 등의 대규모 손실 사태로 펀드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약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작년 우리은행·하나은행 등이 판매한 약 8000억원 규모의 해외 금리 연계형 사모 파생결합펀드(DLF)의 경우 금리 하락으로 일부 펀드의 원금 전액이 손실되는 등 대규모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의 투자성향 등 정보를 조작해 위험상품 투자 경험이 없는 고령층에게 DLF를 판매하는 등 불완전 판매 사례도 다수 확인돼 투자자 불신을 키웠다.

이어 국내 최대 헤지펀드인 라임자산운용이 1조6000억원 이상 판매한 펀드가 부실 펀드로 드러나 환매가 중단됐다.

이 밖에도 KB증권의 호주 부동산펀드, 신한금융투자의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신탁, 하나은행의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 개인간거래(P2P) 대출업체 '팝펀딩' 투자 펀드,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등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직접 주식투자에 뛰어든 20·30대 '스마트 개미'들이 큰 성과를 내면서 펀드를 이탈해 직접 주식투자에 합류하는 자금이 한층 불어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부터 6월 말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코스피(31조5676억원)와 코스닥(7조4463억원)에서 총 39조139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여 상반기에만 40조원에 육박하는 개인 자금이 증시로 몰렸다.

개인 투자자의 코스피 하루평균 거래대금도 1월 3조1861억원, 2월 3조7020억원에서 3월 5조3591억원, 4월 6조3283억원, 5월 6조4275억원, 6월 9조738억원으로 폭발적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 증시가 연중 저점을 기록한 지난 3월 19일부터 6월 말일까지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코스피·코스닥 10개 종목의 경우 모두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내면서 평균 수익률이 71.38%에 이르렀다.

이 같은 '동학개미 대박'에 힘입어 증시 주변 자금은 현재 134조3169억원으로 올해 들어 35조7333억원(36.25%) 불어났다.

증시 주변 자금은 투자자예탁금, 파생상품거래예수금, 환매조건부채권(RP) 잔고, 위탁매매 미수금을 합한 것이다.

이중 언제든지 증시에 투입 가능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15일 사상 최대치인 48조2068억원까지 부풀었다.

여기에 지난달 23~24일 진행된 SK바이오팜 공모주 일반청약에도 국내 IPO 사상 최대인 30조9889억원의 증거금이 쏟아졌다.

대부분 증시 외부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은 하반기에 줄줄이 예정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대어급 공모주 청약 등을 고려하면 한동안 증시 주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처럼 풍부한 개인 투자자 자금풀이 당분간 개인 투자자의 활발한 증시 참여 추세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문제가 된 일부 사모펀드들의 경우 투자자가 자금이 어디 투자됐고 얼마나 손실을 봤는지 등을 전혀 알 수 없는 불투명성, 환매 중단으로 투자자가 손절을 할 수 없는 비환금성, 난해한 상품 구조로 투자 손익을 파악하기 어려운 복잡성 등의 리스크를 투자자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동학개미 운동에 성공한  20·30대 '스마트 개미'들이 사모펀드 사태에 불안감을 느껴 펀드 등 간접투자 수단에서 자금을 빼 직접 주식투자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주가 급락이 맞물리면서 차라리 투명성, 환금성, 직관성이라는 조건을 만족시키는 상장 주식, 특히 대형 우량주가 가장 안전한 투자 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졌다"며 "자금 이동 흐름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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