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토교통부가 주택 하자 보수 기준 강화 개정안을 발표해 건설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국토교통부가 주택 하자 보수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표해 건설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철근을 10개 넣어야 하는데 7개만 넣어놓고 사진을 찍어 신고하겠다고 협박한 하청업체가 있었습니다. 저희는 준비한 철근 개수와 남은 개수를 세어보고 공정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평가했죠. 원청업체가 모든 작업을 지켜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본인이 헬멧을 안 쓴 사진을 보여주고 신고한다는 직원이 있었어요. 거의 자동차 보험사기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규제가 없으면 이런 일은 비일비재할 겁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3일 공동주택 품질을 사전에 점검하도록 한 주택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건설사 관계자들이 내놓은 푸념이다. 이 개정안은 내년 1월 24일 시행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업주체는 주택공급계약에 따라 입주지정기간 개시일 45일 전까지 입주예정자 사전방문을 최소 2일 이상 실시해야 한다. 또 사업주체는 사전방문 시작일 1개월 전까지 방문기간 및 방법(점검표 제공) 등 사전방문에 필요한 사항을 입주예정자에 서면(전자문서 가능)으로 제공해야 한다.

사업주체는 예비입주자 사전방문 시 제기된 문제 사항에 대한 조치계획을 수립해, 사전방문 종료일부터 7일 이내에 지자체인 사용검사권자(품질점검단)에게 제출해야한다. 이때 일반 하자 중 각 실은 입주예정자에게 인도하는 날까지, 공용부분은 사용검사를 받기 전까지 조치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건설업계는 입주 개시일 45일 전 입주예정자 사전방문을 받는 것을 가정했을 때 열흘 후인 입주 예정 35일 전까지는 하자 보수 조치가 완료돼야, 품질점검단 사용검사와 지자체 사용 승인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서비스 질적 재고 측면에서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하청업체 비위나 블랙컨슈머를 막을 수 없어 이에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정안을 보면 사전방문과 품질 점검 등 건설사를 감독할 방안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제시했지만, 반대의 경우 제재할 방법은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임원은 “개정안대로라면 하도급 업체가 비위를 저지르고 원도급 업체를 협박하는 일이 훨씬 생기기 쉬워진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M건설사의 한 하청업체가 2014년 세종시 아파트 공사 과정에서 고의로 철근을 누락한 사실이 밝혀져 입주 예정자들이 계약을 대거 해지했던 사건이 이를 방증한다. 

하청업체의 경우 하도급법에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만큼, 입주예정자 관련 보완책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정안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어 지자체 재량에 맡긴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지자체는 1000세대 중 한두 곳만 문제를 일으켜도 단지 전체 입주를 승인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특정세대에서 벌어진 문제가 모든 세대에 적용되면 입주일 기준으로 이사나 대출 등을 준비했던 나머지 입주 예정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이번 개정안은 주택 서비스를 향상시킨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하청업체 비위나 블랙컨슈머 꼼수 등 여러 부작용을 잡을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블랙컨슈머로 변할 수 있는 입주예정자들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에도 입주 예정자들이 말도 안 되는 것을 하자라고 우긴다거나, 사전 방문 시 감리‧시공사 출신을 앞세워 하자를 찾아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 하자 보수는 물론, 서비스를 변경하거나 추가해 달라고 떼쓰는 경우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유리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 과장은 “입주예정자 사전 방문과 품질 점검을 통해 하자 보수로 인한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사업주체와의 갈등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