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과도한 상속세 과세비율로 기업들이 승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부의 대물림과 편법승계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상속세’가 기존 취지와 달리 과도한 세율로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기업 오너가의 세대교체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그동안 논란이 돼 오던 우리나라의 ‘징벌’ 형태의 상속세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8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된 35개국 중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평균 과세비율인 26.6%의 두 배에 이르는 50% 수준이다.

이는 할증을 적용하지 않은 명목상 최고세율을 기준으로 둔 수치며, 이는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은 상속세를 자랑하는 일본 다음으로 높은 비율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가업상속에 대한 상속세율 체계는 가혹하다.

명목상 상속세율 자체가 높은 데다 가업 승계의 경우 실질세율이 더 높아진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로 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여기에 상속재산을 주식으로 받았을 경우 30%의 최대주주 할증 과세가 적용돼 실질세율은 65%로 OECD 1위에 달한다.

반면 OECD 34개 회원국 중 호주, 캐나다, 이스라엘, 스웨덴 등 13개 국가는 자녀가 기업을 물려받을 때 상속세를 물리지 않는다. 이중 11개국은 상속세 시행 후 폐지했으며, 네덜란드(20%), 독일(30%), 영국·미국(40%) 등 상속세가 있는 나라들의 경우도 세율이 우리보다 훨씬 낮다.

현행 상속세의 과도한 세율로 국내 기업들의 승계과정에서는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 수천억원, 수조원대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 이후 신임 회장에 선임된 조원태 회장이 납부해야할 상속세는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LG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구광모 회장은 역대 최고치인 72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납부하기도 했다.

여기에 구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 전체가 물려받은 지분을 합했을 경우 총 상속세는 9200억원대에 달한다.

두산그룹 오너일가도 지주회사인 ㈜두산 지분 일부를 상속세 마련을 위해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지분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 등의 상속세는 조단위에 달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같은 ‘징벌’ 수준의 가혹한 상속세로 인해 창업주가 기업을 후손에 물려주기 어려워지면서 기업활동의 연속성과 창업 의지, 경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기에 중소기업에 대한 할증평가 적용 제외 조치조차 내년 말이면 일몰제로 사라지게 될 예정이어서 기업 현장의 한숨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1일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율을 낮춰달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했다.

대한상의는 보고서에서 가업승계가 원활해질 수 있도록 상속세 부담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수준인 26.6%로 낮춰달라고 요청했으며. 상속 주식 할증평가제 개선도 요구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가업 승계는 단순히 재산을 대물림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주식 상속 때 적용하는 30% 할증평가제를 우선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며 “지나치게 까다로운 가업상속공제 요건도 대폭 완화해 실효성을 높여야 하며, 과거 탈세를 전제로 높게 설정된 상속세율 구조를 중장기적으로 낮추는 문제를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계에선 가업상속공제 등 현재 제도의 활용도를 높이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실제 기술력을 토대로 창업해 연 매출 150억 원대, 영업이익 10억 원 이상의 견실한 중소기업으로 키웠지만 40억원이 넘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회사를 매각한 중소기업의 경우도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하는 중소기업은 1년에 74건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는 이유는 사후관리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최대 공제 기준 재설정, 사후관리요건 완화 등으로 중소기업들의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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