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회장. [사진=LG]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LG생활건강을 제외한 LG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올 1분기 좋지 않은 분위기를 보이면서 구광모 LG 회장이 취임 후 첫 난제를 안게 됐다. 구 회장은 인재 유치와 스타트업 발굴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한편 임직원들에게는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강조하며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미 실적을 발표한 계열사 중 LG화학은 전지사업의 계절적 비수기와 ESS 화재에 따른 일회성 비용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절반으로 줄었다. LG디스플레이는 계절적 비수기와 LCD의 판가 하락으로 3분기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30일 실적 발표를 앞둔 LG전자는 생활가전이 선방했으나 스마트폰은 여전히 고질적인 숙제로 남아있다. 다음달 2일 실적 발표를 앞둔 LG유플러스는 5G 투자비용이 컸던 전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1분기 5G 서비스에 대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면서 증가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25일 실적을 발표한 LG생활건강은 중국 내 화장품 사업사업이 큰 성과를 거두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LG생활건강이 선방하긴 했지만 주요 계열사들의 분위기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그룹 내 주력 계열사인 LG화학과 LG전자가 악재를 떠안으면서 구광모 회장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또 2017년까지만 해도 LG그룹 상장계열사의 시가총액 합계가 107조원에 이르며 삼성과 SK에 이어 재계 3위를 기록했으나 1년 만에 약 20조원이 사라지기도 했다. 

우선 LG화학은 일회성 비용 증가의 영향이 큰 만큼 2분기에 빠르게 실적을 회복한다는 방침이다. 

정호영 LG화학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는 “유가 상승 등 대외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석유화학부문의 NCC공장 T/A(대정비) 종료 ABS, SAP 등 신규 가동물량 효과 △전지부문의 2세대 전기차 물량 확대 등에 따른 매출 증대 및 수익성 향상으로 전반적인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LG전자는 고질적인 적자가 이어지던 스마트폰의 생산거점을 경기도 평택에서 베트남 하이퐁으로 옮기면서 비용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LG전자의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지난해 4분기까지 3년 넘게 적자가 이어지면서 누적 적자만 3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하이퐁으로 생산거점을 옮기게 되면서 노동력과 물류의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현지 부품기업들과 시너지 효과도 노릴 수 있게 됐다. 

가장 크게 실적이 꺾인 LG디스플레이는 OLED로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LCD의 수익성을 증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LG전자와 함께 그룹의 미래사업인 전장사업의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자동차용 POLED의 경쟁력도 확보할 계획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2019년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골든타임의 마지막 해이며 모든 임직원의 하나된 노력으로 어떤 어려움과 시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어 반드시 목표를 달성하자”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이밖에 LG유플러스는 5G 마케팅에 따른 비용이 증가한 만큼 2분기부터 빠르게 실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지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가입자 유치 경쟁을 위한 마케팅비용 증가 등 전방위적인 비용 증가로 실적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하반기부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는 5G 가입자 성장과 무선매출 반등은 주가 상승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광모 LG 회장이 미국 테크 콘퍼런스에 참석해 석·박사 인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G]

이처럼 주요 계열사들이 큰 과제를 떠안으면서 구광모 회장의 경영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우선 구 회장은 올해 초 ‘새해 모임’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고객 가치’를 강조하며 변화를 당부했다. 

구 회장은 “지금이 바로 우리 안에 있는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의 기본 정신을 다시 깨우고 더욱 발전시킬 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LG의 고객 가치는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주는 것 △LG의 고객 가치는 남보다 앞서 주는 것 △LG의 고객 가치는 한두 차례가 아닌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 등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하며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달 지주사 주주총회에서도 주주들에게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의 기본정신을 다시 되새기고 발전시쿄 LG만의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모든 일에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고객으로부터의 배움을 더 나은 가치로 만들어 고객을 위한 혁신이 끊임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밖에 구 회장은 인재 유치와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2월 구 회장은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석·박사 인재 350명을 대상으로 ‘LG테크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구 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이곳 사이언스파크를 비롯한 LG의 R&D 공간에서 최고 인재들이 미래 기술을 선도하며 꿈을 이루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LG가 고객의 삶을 바꾸는 감동을 만드는 일에 여러분의 꿈과 열정을 더해 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밖에 기업 벤처 캐피탈 계열사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로봇,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바이오·소재,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스타트업 기업들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미 LG전자를 통해 오스트리아 자동차 전장기업인 ZKW를 인수하고 로봇 관련 기업들에 대해 인수와 투자를 진행하면서 적극적인 M&A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그동안 M&A에 보수적이었던 LG의 이미지와 다른 모습이다. 

구 회장은 “기업 내외부의 아이디어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가치를 창출하는 개방형 혁신을 위해서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중소·스타트업 발굴을 강화해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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