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성능점검 보험요율 산정을 앞두고 손해보험사와 성능점검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진은 지방의 한 자동차매매단지.

[이뉴스투데이 이상민 기자]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보험가입자보다 손보사 편만 들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중고자동차 성능·상태점검업계의 보험요율 산정과 관련, 보험사와 계약을 맺는 소비자 입장 격인 성능점검자보다 손해보험사 입장만 두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6일 국토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개정 법에 따라 오는 10월 25일부터 중고차 성능상태점검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는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문제는 처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사업자나 손보사측 모두 예민할 수밖에 없는 보험요율.

손보사측은 의무보험인 만큼 리스크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동으로 담보하는 형식의 ‘협정요율’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계약 당사자인 성능점검업계는 당초 입법 취지대로 소비자를 보호하고 시장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선 ‘협의요율’로 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협정요율 도입을 주장하는 근거는 보험개발원측이 갖고 있는 ‘과거 데이터’다. 현재 보험개발원은 이 데이터를 ‘대외비’라고 하면서 그 실체를 숨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데이터는 일부 성능점검업체가 일정 기간 보험에 가입한 후 사업을 진행해 온 실적으로 추정된다.

만약 보험개발원이 이를 근거로 협정요율을 산출한다면 신뢰할 수 없는 추정요율이 되는 셈이다. 더욱이 10월 25일부터 적용될 성능점검 보증범위만 봐도 당시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데다, 가격산정제도가 도입되는 등 시장 상황도 바뀌었다.

국내 보험사의 경험 통계가 미미한 상태에서 이를 토대로 통계가 산출된다면 성능점검 사업자는 불합리한 보험요율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과거와 달리 성능점검자들의 기술 향상과 보증범위 확대 등으로 위험률 역시 변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개발원이 과거의 데이터를 근거로 통계 요율을 산정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통계요율을 제대로 산정할 수 있는 이 시장 데이터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무부처인 국토부까지 손보사측의 입장을 두둔하고 있어 성능점검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국토부는 현재 성능점검 ‘의무보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협정요율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당초 국토부는 지난 5월만 해도 ‘협의요율’ 도입을 전제로 업무를 전개해 왔지만 돌연 지난달부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실제로 국토부측은 최근 금융당국과 협의 결과 ‘협의요율 적용 시 금융위원회 승인 절대 불가’라는 의견을 성능점검업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2개월도 채 안되는 사이에 입장을 슬그머니 바꾼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당초 성능점검업계에서 요구한대로 협의요율을 검토했었지만 국토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사항”이라며 “그동안 금융당국과 협의한 결과 과거 데이터를 활용해 통계요율을 산출해 낼 수 있으며, 특히 성능점검 보험은 의무보험 성격이어서 객관적인 기준이 보장되는 협정요율로 가야한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고 일축했다.

성능점검업체인 자동차검사정비연합회·자동차진단보증협회·자동차기술인협회 등 3개 사업자단체는 지난달 11일 금융위원회측에 ‘협의요율을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에 금융위는 같은달 26일 “의무보험은 가능한 통계 요율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은 데 이어, 금융감독원도 ‘보험개발원이 과거 통계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요율을 낼 수 있다면 협정요율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처럼 보험개발원이 과거 데이터를 근거로 요율 산출이 가능하다면 협정요율로 가야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인 셈이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협의 결과 “협정요율로 가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거나 “협의요율 적용 시 금융위원회 승인 절대 불가”라고 얘기한 국토부와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

성능점검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부가 일부 대형 보험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협정요율을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이 시장 상황과 성능점검제도의 취지를 누구보다 가장 잘 아는 국토부가 손보사를 이해시키지 못할망정 그들을 오히려 대변해 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보험업계에서도 협정요율의 위험성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협정요율을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쪽은 보험개발원을 비롯한 대형 보험사들이다.

손해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부가 보험관리의 편의성만 중시하고, 실제 보험료 부담 주체인 성능점검 업계의 권익을 도외시하고 있다”면서 “협정요율이 도입되면 가격 경쟁을 통해 저렴한 보험료로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협의요율을 도입할 경우, 보험사간 차별성과 가격 경쟁력 등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 중고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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