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알리안츠그룹은 ABL생명(왼쪽)을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했고, ING생명(오른쪽)은 네덜란드의 ING그룹이 철수하면서 이름만 ING를 유지하게 되는 등 유럽계의 철수와 중국계의 입성이 맞물리고 있다. <사진제공=각사>

[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 보험업계에서 유럽이 물러나고 중국 자본이 유입되면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중국 자본이 대주주로 있는 보험사는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ABL생명이 있다.

2004년 설립된 중국 안방보험은 그리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으로 10여년 만에 약 7000억 위안(약 119조원) 규모의 급성장한 보험사다.

안방보험의 M&A 손길은 한국으로도 뻗어져왔다.

안방보험은 2015년 2월 동양그룹 사태, 육류담보대출 사태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던 동양생명의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안방보험은 우선 동양생명의 대주주이던 사모펀드운용사인 보고펀드에게 57.5%의 지분을 1조2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안방보험은 최종 인수 승인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던 업계의 전망과 달리 같은 해 8월 동양생명 인수를 중국 감독당국인 보험감독위원회로부터 승인 받으며 공식적으로 동양생명의 대주주가 됐다.

또 올해 4월, 대만 푸본생명은 현대라이프생명의 실권주 전량을 인수하면서 최대 주주가 됐다. 이에 푸본생명은 62.1%의 지분을 지니게 됐고, 대만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를 마무리하는 중이다.

푸본생명은 기존 현대라이프 지분 48.6%을 보유하면서 주요 주주로 자리 잡았으나, 현대모비스가 현대라이프에 대한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자 실권주를 매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로 대주주로 나서게 된 것이다.

푸본생명은 향후 현대라이프의 사명에 '푸본'을 삽입하고, 핵심 보직의 경영진을 순차적으로 교체하는 등 본격적인 경영에 나설 계획이다.

반면, 국내시장에 진출했던 유럽계 보험사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독일 알리안츠그룹은 2016년 4월 중국 안방보험과 주식매매계약(SPA) 계약을 체결하고 ABL생명의 전신이었던 한국알리안츠생명을 매각했다.

알리안츠그룹은 35억원이라는 낮은 가격에 알리안츠생명을 팔고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안방보험은 지난해 알리안츠생명의 사명을 ABL로 개명하고 2015년 9월부터 판매를 중단했던 저축성 보험 판매를 재개하는 등 본격적인 경영에 나섰다.

또 따른 유럽계 보험사인 네덜란드의 ING그룹은 2013년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다.

ING생명은 사모펀드사인 MBK파트너스에게 1조8400억원의 가격으로 ING생명을 매각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및 가치를 이유로 'ING'라는 사명은 유지하게 했다.

하지만 ING그룹은 당시 8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실시하며 먹튀 논란을 일으킨바 있다.

현재 남아있는 ING생명은 ING그룹과는 무관한 회사이다. ING생명은 브랜드 사용 계약 기간 만료를 올해 말로 앞둬 인수 소식이 무성한 상황이다.

비슷한 시기에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유럽계 보험사는 영국의 아비바그룹이 있다.

아비바그룹은 2008년 998억원의 인수가로 LIG생명을 우리금융지주와 함께 인수해 '우리아비바생명'으로 재탄생시키며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유럽발 재정위기로 영업실적이 감소하며 2013년 철수 시그널을 보냈다.

아비바그룹은 2014년 4월 농협금융에 678억원 규모로 47.3%의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하지만 농협금융은 수개월에 지나지 않은 2015년 1월 DGB생명에 '아비바생명'을 재차 매각했다.

영국의 프루덴셜그룹도 PCA생명을 매각하면서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현재 프루덴셜 생명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는 미국 회사인 '푸르덴셜파이낸셜'의 기업이다.

이름이 같은 영국의 프루덴셜그룹과 미국의 프루덴셜파이낸셜은 먼저 진출하는 국가에서 각사가 '프루덴셜'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협정을 맺었다.

프루덴셜파이낸셜이 1989년 한국시장에 먼저 진출하자, 프루덴셜그룹은 2002년 한국 시장에 들어서며 Prudential Corporation Asia의 약자인 PCA생명을 법인명으로 한국에 진출한 것이다.

이에 처음부터 브랜드 효과를 누리지 못했던 PCA생명은 수익악화에 허덕였다. 2009년 잠시 흑자개선에 성공했지만 2012년도 이후 순익은 다시 고꾸라졌다.

결국 프루덴셜그룹은 2016년부터 PCA생명을 미래에셋생명에게 매각하는 협상에 돌입했다.

프루덴셜그룹은 2016년 11월 1700억원 규모로 PCA생명 지분 100%를 미래에셋에 넘기는 SPA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의 합병 승인 인가를 받은 미래에셋과 PCA생명은 올해 3월 합병을 완료했다. 해당 합병으로 미래에셋생명은 업계 5위 규모로 올라서기도 했다.

한국 보험 시장에서의 유럽과 중국의 엇갈린 움직임은 현지화 여부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유럽계 보험사는 한국 시장에 진출해 변액보험을 비롯한 새로운 상품들을 출시하며 고객의 눈길을 잡아끌고자 했으나, 실패에 그치고 말았다.

PCA생명은 2008년 56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아비바 생명도 2014년 180억원의 순손실과 위험률차 손실까지 겹치며 사업 지속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상황이었다.

반면, 중국보험사들은 한국보험업계의 선진보험기법을 배우고, 중국의 자산운용 기법으로 한국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기 위해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라는 의견이 타진됐다.

특히 안방보험의 경우 동양생명을 인수하면서 동양자산운용사를,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하면서 알리안츠자산운용사를 인수하며 자산운용업계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유럽보험사들은 국내 보험시장의 포화돼 있는 만큼 수익을 낼 확률을 낮게 점쳐 철수하는 추세에 있다"며 "반면, 중국보험사들은 자신들의 자산운용 능력을 믿고 있는 만큼 한국 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어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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