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육지 전력 수급의 모형이다. 신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이 불완전한 '비(非) 기저발전'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발전 동력을 확보하면서 내륙에 비해 발전설비와 전력망이 턱없이 부족한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는 열쇠가 됐다. <사진제공=제주관광공사>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제주도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과 LNG 등 기저발전에 비해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아 발전에 제약이 심할 것이라는 일각의 시각을 뒤집는 것이라 이목이 집중된다.

10일 전력거래소(KPX)에 따르면 최근 제주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매년마다 꾸준히 증가해왔다.

제주 도내 전력 공급원은 유류 발전소, 신재생에너지, HVDC(고압직류송전)로 나뉜다. HVDC은 육지 발전소(전남 해남)에서 생산된 전력을 약 100km 거리, 15만kW 용량의 매설된 해저케이블 2회선을 통해 제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제주 전력계통 체계는 도내 신재생에너지와 중앙급전발전을 우선적으로 수용한 뒤 나머지를 HVDC로 순차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즉 HVDC는 신재생에너지와 중앙급전발전을 공급한 후 모자란 전력을 보충하는 개념이다. 

본지가 전력거래소 제주지사에 요청한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제주에 공급되는 전체 발전량 중 신재생발전 공급량을 분석한 결과 △2013년 6.1% △2014년 6.4% △2015년 9.3% △2016년 11.5% △2017년 13.2%를 기록했다.

제주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매년마다 꾸준히 증가해왔다. 2013~2017년 연도별 제주 발전원 비중 변화 막대그래프. <자료제공=전력거래소>

전력거래소 제주지사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의 특성상 계절과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변동하기도 하지만 조사 기간을 과거로 확장시켜 통시적으로 분석해볼 때 공급량은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생에너지가 제주 전력 공급의 주축이 되고 있다. 원자력과 LNG 등 기저발전에 비해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아 공급의 기복이 심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일각의 시각을 뒤집는 일이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제주의 신재생에너지는 전력피크 기간인 겨울철 제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제주도는 육지와 마찬가지로 겨울철에는 난방 수요가 많아지는 것과 비례해 요구되는 전력 공급량도 높아진다. 신재생에너지와 중앙급전발전, HVDC 발전량 모두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는 가운데 특히 신재생에너지가 피크철 풍부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전 제주 지역본부 관계자는 “풍력은 계절적 영향을 많이 받지만 겨울철과 간절기에 풍속이 강해져 발전 효율성이 매우 높다. 태양광도 상대적으로 계절의 영향을 덜 받아 연중 고르게 발전을 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가 피크 대응이 절실한 겨울철 빛을 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주의 겨울 피크철에는 신재생에너지-중앙급전발전-HVDC 발전량 모두 증가한다. 최근 2년간 겨울과 간절기 발전량 표. <자료제공=전력거래소>

다만 중앙급전발전과 HVDC 공급의 절대량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제주 내 인구 유입으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제주지역은 2012년 1월부터 74개월 연속으로 유출 인구보다 유입 인구가 많은 이동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도 1분기 유입 인구는 3만4785명인데 비해 유출 인구는 3만1614명으로 순이동 317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수도권에 거주하던 30~40대들 위주로 인구가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 못지않게 도내 인구 증가로 전력 수요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서 중앙급전발전과 HVDC 공급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꾸준히 확대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갖가지 부작용을 낳으며 안착하지 못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를 포기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은 현 시점, 제주의 상황은 정부의 ‘탈원전-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바라보는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일찍이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한 제주가 단계별 과도기와 성장통을 거쳐 이제야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재생에너지가 내륙에 비해 발전설비와 전력망이 턱없이 부족한 제주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는 열쇠로 자리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는 게 제주 전력 당국의 입장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제주는 육지 전력 수급의 모형이자 미래다. 환경의 영향으로 발전량이 불완전한 '비 기저발전'이라는 약점에도 꾸준히 발전 동력을 확보하면 에너지 수급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음을 제주가 보여주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원자력과 LNG 등 기저발전과 함께 적극적으로 투자‧유치하며 성장시켜야 하는 분야다. 도입 초기 성장통을 내딛고 정부와 민간이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발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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