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을 10여 일 앞둔 지난 16일 오전 파주에서 바라 본 개성공단 모습.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채린 기자]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과 함께 한때 새터민을 위한 정책과 프로그램, 관련 금융 상품들이 쏟아지면서 처음 남한에 왔을 때보다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지만, 사회주의 그늘 아래 살다, 자본주의에서 홀로서기 하려니 생각보다 쉽지 않습네다.”

부푼 꿈을 안고 북한에서 남한으로 내려온 ‘새터민’ 김련희(가명, 여)씨의 귀순 소감이다.

이어 김 씨는 “탈북해 새터민이라는 이유로 자본주의사회와 사회주의사회의 간극을 일상 속에서 매일 체감하는 건 생각보다 곤혹입네다”며 “가장 걱정되는 건 하루하루 어떻게 먹고 사냐 하는 문제죠”라고 부연했다.

◇취업 성공해도… 남한 일반 국민 보다 여전히 ‘낮은’ 임금

26일 남북하나재단에서 발표한 ‘2017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터민의 실업률은 7.0%로, 남한 일반 국민의 실업률 3.6% 보다 2배 정도 높다. 2014년 새터민의 실업률이 남한 일반 국민 보다 4배 더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몇 년 새 나아진 모양새다.

다만 근로 환경은 여전히 취약하다. 2017년 새터민의 월평균 소득은 178만원으로, 이는 남한 국민의 월평균 소득 242만원 보다 63만원 낮은 수준이다.

2014년에도 새터민의 임금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 새터민의 월평균 소득(약 146만원)은 남한 국민에 비해 약 76만원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월급을 관리하는 것도 나름의 고충이다. 김 씨는 “처음 월급을 탔을 땐,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오질 않았습니다. 온전히 제 노력으로 벌어, 돈이 생긴 건 처음이었으니까요”라고 설명했다.

◇태어나 처음 만들어본 통장

김 씨는 북한과 남한에서의 경제생활과 관련해 가장 큰 차이점을 통장으로 꼽았다. 그는 “북한에도 은행이 있기는 하지만 북한의 은행은 주로 환전처럼 외환 관련 업무를 볼 수 있는 높은 직급의 사람들이 이용하고, 대부분의 개인은 은행 접근성이 떨어져 통장 자체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김 씨는 처음 은행에서 통장을 발급 받을 때, 선택의 어려움을 겪었다. 남한은 은행의 종류가 많았고, 은행마다 다양한 통장이 있었기 때문. 그래도 먼저 정착한 새터민을 통해, 새터민에게 우대 금리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은행에서 좋은 조건으로 통장을 만들었다.

◇북한과 금융 상품 특성 달라 가입시 곤혹 치르기도

또 다른 새터민 박애란(가명, 여) 씨는 남한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당혹스러웠던 금융권 경험 가운데 하나로 보험 가입을 꼽았다.

박 씨는 “북한의 보험은 국가가 운영하는 국영은행의 사회보험과라는 창구에서 관리합니다. 인체보험, 재해보험, 여객보험, 사회보험 등에 북한사람 모두가 의무적으로 보험비를 납부하는데, 남한에선 원하는 보험사에서 원하는 상품을 가입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하지만 보험 가입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박 씨는 “제가 가입하고 싶었던 상품은 암보험인데, 보험설계사가 암보험이라고 말한 상품이 알고 보니 암보험이 아니었습니다”라며 “같은 새터민 출신 보험설계사라 아무 의심 없이 보험에 가입했었는데, 가입한지 3년이 지나서야 속았다는 사실을 알아 당황스럽고 실망스러웠죠”라고 토로했다.

국내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새터민의 금융권 사기 등은 보통 같은 새터민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남한 사람들이 해외로 이민 갔을 때, 주로 한국 동포에게 사기를 당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편, 통일부에 따르면 남한에 거주 중인 새터민은 남자 8848명, 여자 2만1642명으로 총 3만490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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