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억원대 뇌물 수수와 340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봉연 기자] 110억원대 뇌물수수·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수용자 신분으로 구속 후 첫날 밤을 보냈다. 이 전 대통령은 22일 구속되면서 전두환·노태우·박근혜에 이어 구치소에 수감된 역대 네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밤 11시 10분께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결정 이후 영장 집행에 따라 23일 오전 0시 18분께 검찰이 제공한 승용차를 타고 서울동부구치소에 도착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일반 구속 피의자와 똑같은 입소 절차를 밟고 구치소 독거실(독방)에 수감됐다.

교도관에게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사항을 확인받은 뒤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고 휴대한 소지품은 모두 영치했다. 샤워 후 미결수용자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이 전 대통령은 왼쪽 가슴에 수용자 번호를 달고 수용기록부 사진(일명 머그샷)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구치소는 이 전 대통령을 위해 수용자동 최상층인 12층에 독거실을 마련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등을 고려해 12층 해당 '라인'을 모두 비워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동부구치소 수용자동 주간 식단표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아침 모닝 빵·쨈·두유·양배추 샐러드 등으로 아침식사를 마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전 대통령은 점심으로 돼지고기 김치찌개·마늘종 중멸치 볶음·조미 김·깍두기, 저녁으로는 감자 수제빗국·오징어 젓갈 무침·어묵 조림·배추김치 등을 제공받을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은 식사가 끝나면 세면대에서 스스로 식판과 식기를 설거지해 반납해야 한다.

검찰은 앞으로 최장 20일까지 이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구치소를 방문해 영장 범죄 의혹을 보강 조사하고, 아직 구속영장에 담지 않은 나머지 혐의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검찰이 광범위한 추가 수사 필요성을 언급하는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의 기소 시점은 구속 만기인 4월 10일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각에서는 6월 지방선거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달 말 또는 내달 초순으로 기소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이 전 대통령은 SNS에 글을 올려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한 "지난 10개월동안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며 "가족들은 인륜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고 있고, 휴일도 없이 일만 했던 사람들이 나로 인해 고통받는 것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도 "바라건데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 전 대통령은 장문의 입장문을 통해 괴로운 심경을 남겼듯이 구치소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첫날 밤을 보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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