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금감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채용비리 논란을 정면돌파 하기 위해 하나은행 측에 관련 증거를 밝혀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 금융감독원이 최흥식 원장의 하나은행 채용 개입 논란에 관련 증거를 하나은행 측에 밝혀달라고 이례적으로 요구했다.

통상 당국이 피감기관에 내부자료 공표를 요구하는 일은 잦지 않다.

이에 최 원장이 김정태 회장 3연임 등 금감원과 대립해온 하나금융지주와 자신이 얽힌 채용비리 논란을 정면돌파 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금감원 관계자는 "최 원장의 친구 아들이 하나은행에 채용됐던 2013년 당시 점수조작이나 변경이 있었는지 확인해달라고 공식 요구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과거 채용 관련 자료가 남아있다면 이를 검증하고 사실 여부를 공개해달라는 입장을 하나은행에 전달했다.

하나은행 측은 최 원장이 특정 인물을 추천한 것은 사실이지만 채용 과정에 개입이나 점수조작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당시 최 원장이 지주 사장으로 추천한 사실은 있으나, 합격 여부만 알려달라는 취지로 채용 과정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하나은행 측은 당시 채용 관계자에게 구두로 확인했고, 정확한 입사 기록을 확인하지 않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팩트 확인을 위해 자료를 검토 중"이라며 "채용비리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어 자체 서버 접속 시 증거 인멸 문제는 없는지 따져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학 동기의 아들이 하나은행 채용에 지원했다는 전화를 받고 은행 인사담당 임원에게 그 이름을 전달한 바 있다.

최 원장 동기 아들은 현재 하나은행 모 지점에 재직 중이다.

관건은 해당 지원자의 점수가 합격선에 미달했는데 최 원장의 추천으로 최종 합격했는지 여부다.

금감원은 최 원장이 은행 측에 이름을 전달한 것이 내부 추천에 불과하고, 이를 비리로 규정하려면 점수조작이나 기준 변경 등 불법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1월 하나은행 채용실태 검사에서 55명의 이름이 적힌 'VIP리스트'를 확보했으나 이들 가운데 실제 점수조작이 이뤄진 6명의 사례만 검찰에 통보했다.

하나은행은 과거 채용에서 그룹 임원으로부터 공개적으로 '우수 인재' 추천을 받았고, 서류전형을 통과 시킨 바 잇다.

금감원은 최 원장이 동기 아들의 이름을 알린 것도 이런 맥락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이 하나은행에 자료 공개를 요구한 것은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또 하나은행이 2015~2017년 채용실태 검사 당시 관련 자료가 모두 삭제돼 복구가 어렵다던 주장에, 금감원 측이 그 전인 2013년 채용 관련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으로도 분석된다.

현재 하나은행 측은 점수조작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지만, 추후 최 원장의 연락으로 점수가 조작됐다는 증거가 확보되면 최 원장은 자신의 거취는 물론 형사처벌까지 각오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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