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오른쪽)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사진출처=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민철 기자]'금호' 상표권을 놓고 벌어진 금호가(家)의 상표권 법정다툼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박삼구 금호아시나아그룹 회장 측이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측에 패소했다. 이번 판결로 금호가의 상표권 논란은 일단락 된 모습이지만 본격적인 형제간 분쟁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고등법원 민사4부는 8일 금호아시아나 계열 금호산업이 금호석화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지분 이전 등록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며 금호석화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금호산업이 상표의 권리자라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문서도 작성된 바 없다”며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명의신탁 문제가 쟁점이었다. 금호산업은 금호석화의 상표권 공동명의가 명의신탁에 의한 것인 만큼 금호석화가 보유하고 있는 금호 상표권에 대한 지분을 넘겨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명의신탁은 재산의 명의를 실소유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등재하는 것을 말한다. 

당시 금호산업과 금호석화는 양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금호석화를 상표권 공동권리자로 등록했다. 이후 금호석화와 금호피앤비화학은 금호산업에 상표 사용료를 정상적으로 내왔다. 그러나 2009년 이른바 ‘형제의 난’ 이후 금호석화가 상표권 대금 지급을 중단하자 금호산업이 상표권 권리를 요구하며 소송을 내면서 법정 다툼으로 비화됐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금호산업이 상표의 권리자라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문서도 작성된 바 없다”며 원고 금호산업과 피고 금호석화가 명의신탁을 목적으로 상표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5년 1심 재판부도 “금호석유화학으로의 상표 지분 변경은 금호그룹 전체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이뤄진 권리조정의 일환에 불과한 것일 뿐”이라며 “금호산업에게 상표권이 귀속되는 것을 전제로 명목상 금호석화에게 명의신탁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금호산업은 “상고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이지만 1,2심 모두 패소 한 데다, 대법원은 법리만 다루는 만큼 이변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호 상표권에 대한 항소심 판결로 금호가의 형제간 분쟁이 전면화 될 가능성에 시선이 모아진다. 그간 금호산업이 계열사로부터 받아온 상표권 수익 배분과 앞으로 어떤 식으로 수익을 배분할지를 놓고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무건전성 우려 속에서 박삼구 회장으로선 금호 상표권 판결은 악재다. 운수와 건설, 항공업종 중심으로 그룹을 재건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채권 발행이 무산됐고,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 갈등을 겪었던 산업은행이 만기 대출 연장을 거부하며 상환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상당한 재무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산업은행이 반대에도 불구하고 합병을 추진한 금호홀딩스는 오는 3월까지 560억원을 상환해야 하는 처지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항소심 판결로 안정적 수입원으로 꼽혔던 상표권 권리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게다가 금호아시아나 계열사도 상표권 사용권을 새로운 주체와 계약을 해야 하는 만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상표권 수익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호타이어 상표권 문제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지난해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 박삼구 회장은 상표권 문제로 산업은행과 갈등을 빚어왔다. 산업은행은 박 회장 측이 상표권을 무상 양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박 회장 측은 무상양도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판결로 금호석화가 상표권의 또다른 주체로 부상하면서 산업은행이 금호석화와 협공으로 박 회장 압박에 나설 수도 있다.

금호석화측은 “소유권을 맡게 된 만큼 금호산업과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무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법원의 결정에 안정적 수익원을 잃게 됐다”며 “앞으로 금호산업과 금호석화간 상표권 협상이 또다른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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