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포 전남자동차검사정비조합 이사장

자동차정비업체와 보험회사간의 보험정비요금을 둘러싼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 핵심은 자동차정비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손보사측의 ‘갑질’ 때문이다.

2003년 이전까지는 양 업계가 소비자 물가와 인건비를 반영해 보험정비요금을 결정해 왔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위반 지적을 받은 뒤로는 수년 동안 보험사측은 요금 인상을 거부해오다 결국 전국 자동차정비사업자 궐기대회 후 2003년 국회의원 입법으로 자배법16조(정비요금에 대한 조사·연구)가 신설됐다.

이를 근거로 2004~2005년 한국산업관계연구원,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여주대학 산학협력단이 공동으로 적정 보험정비요금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됐다. 당시 양 업계 관계자를 비롯해 시민단체 및 관련부처 등의 의견을 수렴해 시간당 공임을 1만7166원~2만7847원으로 산출했다. 하지만 자동차정비업 및 보험수리물량의 특성, 소비자보험료 부담 등을 고려해 2005년 적정 공임으로 1만8228~2만511원으로 책정, 공표했다.

보험회사는 수년 동안 정비요금을 인상하지 않고 있다가 연구 결과가 나오자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3년 안에 연구결과에서 산출된 금액을 인상해줄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상당수 자동차정비업체들은 1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2004년도 연구결과에서 나온 요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매년 수천 억원의 수익을 내면서도 자동차사업자단체인 전국자동차검사정비연합회 회장과 이사장들의 무지와 무능으로 2017년 현재 30년 경력 종사자가 시간당 2만2500~2만3800원의 금액을 받고 있는 것이다. OECD 국가 중 제일 낮은 금액을 수 십년 동안 받아온 것이다.

2005년 6월 당시 건설교통부는 적정 보험정비요금(1만8228~2만511원)을 공표하면서 “매년 또는 격년 단위로 원가변동 수준을 재조사해 조정하거나, 직전 연도의 물가 및 임금 상승률에 연동해 시행해야 할 것”이라는 연구·용역기관의 제언을 반영해 2010년 6월 국토해양부는 5년 만에 18.2% 인상된 2만1553~2만4252원을 공표했다.

국토부는 당시 적정 정비요금을 공표하면서 향후 자동차보험 정비공임 산정 연구 용역이 추가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매년 임금 및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양 업계는 협상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명시했으나 보험회사는 고의적으로 지연·방관만 하고 있다.

계약서 내용을 살펴보면 ‘본 계약은 계약일로부터 1년으로 한다. 다만 계약기간 종료일 30일 전까지 보험회사와 정비업체 중 일방이 서면으로 계약종료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이 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1년씩 자동 연장되는 것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정비업체는 이런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대부분 구두로 재계약 요청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보험회사가 고의적으로 지연시켜 유리한 조건으로 저가 보험정비요금으로 ‘갑질 계약’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보험회사가 소액(500원 이내)의 인상금액을 제시했을 경우 정비업체가 서면으로 계약종료 의사를 계약기간 종료일 30일 전까지 계약을 하지 않으면 전년도 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1년간 연장되기 때문에 금액은 동결된다.

1년간 동결된 뒤엔 그 다음해 계약을 하면 동결된 연도의 금액은 절대 소급해 주지 않는다.

또한 정비업체가 소비자물가 및 임금 인상분이 턱없이 부족해 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보험사측은 “계약을 하지 않으면 정비업체만 결국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협박하고 계약을 미루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정비업체가 보험정비요금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계약 해지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매년 보험회사가 제시하는 기준으로 ‘노예 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직면해 있다.

현재 정비업체의 30년 경력자의 시간당 보험정비요금은 2만2500~2만3800원으로 2010년 6월 자동차보험 적정 정비요금 공표 후 매년 소비자 물가상승률조차 반영되지 않고 있다. 보험업법에 명시돼 있는 고객 결제도 강제로 하지 못하게 하고 한국산업관계연구원의 원가 분석에서 제시한 금액조차 주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험사의 영업사원들은 정비업체에 자기부담금 할인 및 무상 대여 차량을 요구해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다른 정비업체로 차량을 입고 하는 등 정비업체의 경영난을 더욱 악화시켜 폐업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정비업은 급료가 적고 3D업종으로 소문이 나있어 신규직원을 채용할 수도 없어 일자리 창출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 보험회사 입장만 대변하지 말고 적폐 청산과 경제 민주화의 차별없는 대한민국으로 만들어 주실 것을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에 기대해 본다.

키워드
#N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