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가 계속되면서 상품 하나를 사더라도 꼭 필요한 것만 사고, 혜택을 비교하는 체리슈머들이 늘고 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비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물가 시대가 계속되면서 상품 하나를 사더라도 꼭 필요한 것만 사고, 혜택을 비교하는 체리슈머들이 늘고 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비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유통업계가 새로운 소비 행태를 추구하는 ‘체리슈머’ 잡기에 나섰다. 기간을 정해 전품목을 대대적으로 할인하는 방식의 마케팅을 진행해온 유통업계는 이제 꼭 필요한 물품을 더 많은 혜택과 함께 제공하는 마케팅 방식으로 선회했다.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이 지속되는 불황 속에 소비 행태도 변하고 있다. 이른바 체리슈머가 대세가 됐다. 체리피커(Cherry Pick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인 체리슈머란, 혜택만 챙기고 구매는 하지 않는 이들을 일컫는 ‘체리피커’에서 한 단계 발전한 소비자 집단이다.

체리슈머는 아예 지갑을 닫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상품을 실속있게 구매하는 소비자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한정된 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반반·공동구매 등 알뜰한 소비를 한다”고 체리슈머를 정의하면서 소비 행태 트렌드로 주목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때 코로나19로 움츠렀던 소비자들이 이른바 보복 소비를 하는 ‘플렉스’(flex)가 소비 행태를 나타낸 키워드였다면, 이후 고물가 시대엔 ‘짠테크’, ‘무지출’이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아예 지출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기에 ‘체리슈머’, ‘스마트컨슈머’가 자리잡은 모양새”라며 “유통업계에선 이런 합리적 소비 행태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이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지속해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유통업계는 체리슈머들이 시장을 변화시킬 중심이라고 내다보고 이들을 공략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1+1 행사는 기본으로, 과대포장을 없애거나 소용량 상품을 출시해 가격와 실속을 모두 만족시키려 하고 있다. 그만큼 체리슈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다.

편의점업계는 고물가 행진이 지속될수록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편의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른바 ‘가성비’를 노린 것이다.

CU는 1+1 혜택 및 가성비 간편식사류 등으로 1인 가구를 공략하고 있다. [사진=CU]
CU는 1+1 혜택 및 가성비 간편식사류 등으로 1인 가구를 공략하고 있다. [사진=CU]

편의점 CU는 간편식사류를 중심으로 시간대에 따라 할인행사 및 1+1 행사로 소비자 발길을 사로잡는다. 오전과 오후 7~9시에 간편식사, 가공란 등 인기품목 32종을 제휴카드로 결제하면 30%를 즉시 할인하는 것으로, 최근 체리슈머가 결제 수단에 따른 할인 혜택까지 고려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CU 측은 “삼각김밥 중 기존 상품 대비 크기가 3배가량 큰 3XL 삼각김밥의 매출 비중이 2020년 14.0%, 2021년 37.1%, 지난해 51%로 점차 커진 것이 대표적으로 고물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성비 제품 등의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이마트24는 KB국민은행과 손을 잡았다. '돈(豚) 드리는 은행도시락' 2종에 현금성 금융쿠폰 바우처를 증정하는 '국민e든든'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해당 도시락을 구매한 고객이 인증번호를 KB스타뱅킹앱에 입력하면 청약과 예·적금 상품 가입 시 사용할 수 있는 쿠폰과 환전 쿠폰을 받을 수 있다.

이마트24는 이외에도 KB스타뱅킹 앱에서 계란 3종을 60%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할인쿠폰에 이어 생수를 60%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쿠폰도 배포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체리슈머들이 같은 가격 및 조건에서 부가적인 혜택에 더 주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업계와 손잡은 이마트24의 전략은 향후 유통업계 미래 사업확장의 방향을 제시하는 좋은 사례”라고 호평했다.

오프라인 유통가와 이커머스는 체리슈머를 충성고객으로 붙잡아두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커머스는 멤버십 회원제 혜택을 극대화하는 것을 넘어서서 독점 콘텐츠 등을 제공해 구독식 멤버십 회원제를 연장하게 유도한다. 쿠팡이 와우멤버십 회원들에게 OTT인 쿠팡플레이를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신세계는 대규모 온·오프라인 통합 멤버십, 이른바 ‘신세계 유니버스’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최근 G마켓과 SSG닷컴 멤버십을 결합한 것이 그 출발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올해 신세계의 6개 계열사(이마트·신세계백화점·SSG닷컴·스타벅스·G마켓·신세계면세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연간 3만원의 통합 멤버십을 내놓을 예정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멤버십 포인트 및 매장 통합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 편리하게 신세계 계열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며 충성 고객 확보 목표를 전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짠돌이’라 불리던, 즉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들이 이제는 ‘현명한 소비자’가 된 것”이라고 체리슈머 열풍을 정의했다. 이어 “’과소비’와 ‘짠돌이’ 사이의 가장 합리적 지점인 체리슈머의 전략적 소비를 어떻게 만족시키느냐가 유통업계 생존을 위한 방법이자 사업 확장의 방향성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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