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개발 중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원들.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최근 제약업계에 ‘바이오인재 양성’ 바람이 불면서 전문인력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업계 상황에서 인재확보는 최선의 선제대응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연구분야 인력의 처우개선은 선결과제로 남았다.

4차산업혁명에 속도가 붙으면서 전문인력 육성과 확보는 기업의 핵심 미래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대가 한층 더 높아진 제약바이오산업에서는 기초연구부터 응용연구 분야까지의 인재확보가 필수적이다. 최근 업계와 당국에서 ‘바이오 인재양성 사업’에 힘을 싣는 이유다.

학계에서도 바이오 전문인력 확보에 대한 어려움을 꾸준히 내비치면서 인재양성 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 이공계열 대학교수는 “민간 진출이 활성화돼 연구의 수월성과 처우가 어느 정도 보장된 AI·빅데이터 등의 분야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인재확보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면서 “바이오, 항공우주 등 다른 차세대 산업 분야의 경우 학부과정에서부터 연구와 취업이 수월한 학과로 이탈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커리어가 중간에 끊기는 인력들이 종종 나오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뿐만 아니라, 기존 국내 우수인력들이 해외로 유출된 사례도 다수 있다”면서 “인력양성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인력의 유지 방안에 대한 고려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국내외 인재양성 박차…정부, ‘부처 협업형’ 지원 나서

지속되는 인재이탈 우려에 업계에선 자체적인 인재양성·유치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웅제약은 최근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와 반둥공과대학교 석·박사과정 학생들을 선발해 글로벌 인재육성 프로그램 2기를 진행했다.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한국에서 DDS(Drug Delivery System) 전문 기술 분야에 대한 실무실습 기회를 갖게 된다. 각 대학에서 최대 8학점까지 정식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연계됐다.

이들은 오는 4월까지 용인 대웅제약 R&D 센터에서 바이오와 케이컬 분야로 나뉘어 의약품 제제기술 개발 과정에 투입된다. 해당 기간 우수한 평가를 받은 인원들은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국내 대학원·연구소 취업이 연계되며 후속 연구도 지원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번 프로그램 이후에도 글로벌 인재들과 함께 신약개발 활동을 지속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씨젠 등에서 우수인력 양성을 목표로 국내 대학들과 공동연구 등을 통해 협력하고 있다.

업계의 인재양성 프로그램 성과도 지속적으로 도출되고 있다. 최근 한국바이오협회 발표에 따르면 협회측의 인재 양성·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5년간 총 1330명의 바이오 인재가 회원사에 공급됐다.

협회측은 ‘원스텝 프로그램’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온라인 채용관에서 인력을 매칭했다. 채용 후에는 재직자의 역량 강화를 위한 재교육도 실시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대학원에서 진행되는 해당 프로그램은 △바이오 의약품 △바이오 화학 △건강기능식품 △AI 기반 바이오소재 개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등을 포함한다.

더불어 기존 이벤트성이었던 채용박람회를 지난 11월 말부터 ‘바이오헬스 온라인 채용관’으로 변경해 상시 운영하고 있다. 2개월간 141개사가 참여해 입사지원 9302건, 조회수 44만건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협회 관계자는 “올해부터 중소기업 회원사가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인건비도 지원하기로 했다”면서 “회원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향후 보다 확대해 바이오 인력난 해소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부처 협업을 통한 인재양성에 적극 나선다.

기존 ‘부처별 사업’에서 ‘부처 협업형’으로 전환해 시너지를 극대화 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과학기술정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이 420여억원을 투입해 145개 대학을 지원한다.

각 지자체에서도 최근 바이오 인재양성 사업을 본격화했다.

서울시는 최근 바이오, AI 등 4차산업 인재 4만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관련 인재양성소인 ‘청년취업사관학교’의 10개소 개관 시기는 당초 2030년에서 오는 2025년으로 앞당겨진다. 민간기업과의 기술제휴를 지원하는 기관도 설립해 인력확보에 시너지를 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충청북도 등 바이오 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된 지자체에서 △인재양성 △창업 생태계 조성 △연구개발 역량 제고 등 다방면에 걸친 전략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꾀해나갈 계획이다.

◇중장기적 인재양성·처우개선 시급

업계에서는 단기·중장기적 대안을 모두 신속하게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해외 과학자 이민정책이나 교육시스템 개선 등과 중장기적 인재양성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처우개선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적 변화도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가장 우선시돼야 하는 부문은 처우개선”이라면서 “미국, 독일, 홍콩 등 해외 각국의 대학·연구소에서 이뤄지는 기초연구·응용연구에 대한 처우와 연구규모는 우리와는 몇배에서 몇십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 꿈을 심어준다 해도 어느 누가 열정페이를 바라겠나”면서 “최근 들어 제시되고 있는 여러 과학기술정책이 정상적으로 작용하기 위해선 단기적 성과에 치우쳐 장기적 연구를 경시하는 인식의 변화와 전반적인 연구자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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