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이 대주주로 있는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 전경. [사진=버크셔헤서웨이]
워렌 버핏이 대주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전경. [사진=버크셔해서웨이]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해외시장에 차등의결권 붐이 일면서 국내 투자자 상당수도 차등의결권이 적용되는 해외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국내투자자들이 많이 투자한 미국 상장 기업 50개 중 8개 기업이 차등의결권을 적용하는 기업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투자자들이 이들 8개 기업에서 보유한 주식만도 28억5000만달러(한화 3조원)에 달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한  투자 1위 기업은 10대 1의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중인 알파벳(구글)이다. 국내에서 약 10억4000만달러가 투자됐다. 2위는  4억8000만달러가 투자된 팔란티어로 차등의결권 주식이 전체 의결권의 49.99%에 달한다.

3위는 버크셔 해서웨이다. 1주당 의결권이 클래스(Class) B 주식보다 1만배 많은 클래스 A주식을 발행중이다. 대주주 워렌 버핏이 클래스 A주식의 38~39%를 보유 중이며 나머지는 소액주주들이 소유하고 있다. 이렇게 구성된 클래스 A주식은 전체 의결권의 84.8%를 차지한다.

이어 4위와 5위 종목은 중국 테크기업으로 미국에 상장된 바이두(2억3000만달러)와 알리바바(2억2000만달러)다. 이어서 페이스북, 스퀘어, 나이키가 뒤를 잇고있다. 이처럼 해외기업들은 소액주주 보호 논리에 발이 묶여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조차 어려운 국내기업들과 상황이 다르다. 차등의결권에 대한 인기도 높다.

차등의결권이란 '1주당 1의결권' 규제에서 벗어나 경영자에게 보유주식 수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경영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장치다. 예컨데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도 미국 델라웨어주에 회사를 설립해야 했던 가장 큰 이유로 차등의결권제도를 꼽았다. 

국내에서도 기업가 정신 발현을 위해 하루 빨리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참여연대·경제개혁연대 등은 재벌 세습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음모론까지 제기하면서 적극 반대하고 있어 입법마저 어렵게 하고 있다.

반면, 실제 투자자들은 차등의결권이 기업에 필요하다며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가의 자유로운 의사결정권 측면에서 볼때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높은 성과를 보인다고 강조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상장사의 경우 매출이 전체 상장사 평균의 1.6배, 영업이익은 1.7배, 고용은 1.3배에 달했다.

특히 유니콘 기업은 차등의결권제도를 갖춘 증권시장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2014년 홍콩증권거래소가 차등의결권을 인정하지 않자 알리바바는 뉴욕증시부터 상장했다. 이후 홍콩거래소가 서둘러 차등의결권제도 도입에 나서 알리바바는 2019년 11월에야 비로서 홍콩거래소에 2차 상장을 완료했다.

최근들어 기업들은 단순히 차등의결권 관철에만 머물지 않고 기업오너에 친화적인 새로운 개념의 증권거래소 LTSE(Long-Term Stock Exchange)도 출범시키고 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 출범한 LTSE는 상장기업들이 장기성과에 더 집중토록 보유 기간이 길수록 의결권을 가중시켜주는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국내 상황은 차등의결권면에서 여전히 척박한 환경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벤처기업법에서 복수의결권주식 보유자격도 가장 많은 주식을 소유한 자 즉 창업주로 한정하고 있다"며 "이 마저도 1% 비율에 불과한 비상장 벤처에만 적용되고 있어 대부분의 주식회사에겐 그림의 떡이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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