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고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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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지난해 관련 예산이 대거 삭감됐음에도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은 오히려 시장 영향력을 더 확장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맹위를 떨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주요 기업들을 중심으로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향후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도 상대적 우위에 올랐다. 정부는 급성장 중인 반도체 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추가 공제 혜택 등 각종 지원 방법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지만, 미국이나 대만과 같은 주요 반도체 강국들과 비교했을 때 보조금 체계 등 생태계 안정을 위한 지원책은 여전히 한계가 뚜렷해 이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26일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의 D램 부문 시장점유율은 각각 45.7%, 31.7%를 기록했다. 같은 해 1분기와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2.9%p, SK하이닉스는 6%p 증가했다.

지난해 518억달러였던 글로벌 D램 전체 매출은 올해 842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며, 전체 매출에서 HBM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4%에서 20.1%로 큰 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인 ‘HBM3E’를 출시하고, 올해 본격적으로 고객사에 납품할 준비를 마쳤다. HBM3E는 제품은 1초당 1.15~1.20TB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AI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기존 8단 HBM3E 제품보다 성능과 용량을 50% 이상 개선한 12단 개발을 통해 HBM3E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는 반면,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HBM3E 대규모 양산 및 납품에 돌입한다.

지난 2022년 기준 2.6% 수준에 그쳤던 D램 산업 내 HBM의 매출 점유율이 올해 20.1%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HBM 관련 시장규모는 총 169억1415만 달러(한화 약 22조6633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시그니아 바이 힐튼 호텔에서 가진 전 세계 미디어와 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시그니아 바이 힐튼 호텔에서 가진 전 세계 미디어와 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AI 반도체 열풍으로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수요 전망은 더욱 밝다. 앞서 글로벌 AI 반도체 선두기업인 미국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현재 삼성 HBM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기대가 크다”고 언급했다. 엔비디아는 GPU(그래픽처리장치) 전문 기업으로, GPU는 AI 학습‧운영에 쓰이는 두뇌 역할을 한다. 젠슨 황 CEO의 언급은 사실상 글로벌 HBM 업계 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입지를 대변한 것이다. HBM은 GPU에 탑재되는 핵심 반도체다. HBM을 공급을 진행하고 있는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EU)도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와의 협력 강화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루칠라 시올리 EU 집행위원회 연결총국(DG Connect) 국장은 25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1회 한-EU 반도체 연구자 포럼’ 환영사를 통해 “반도체 분야를 포함한 EU 경제 전반에 대한 한국의 관여가 확대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시올리 국장은 EU가 지난해 채택한 반도체법(Chips Act)을 소개하며 “EU 입장에서는 유럽이 투자에 더 매력적인 곳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특히나 오늘날에는 경제안보와 회복성 측면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U 반도체법은 2030년까지 공급망 안정과 글로벌 점유율 20% 확대를 목표로, 대외 의존도를 줄이고 역내 반도체 제조역량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포함됐다. EU는 특히 복잡한 반도체 공급망 특성상 제3국과의 협력이 필수인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주요 국가 및 기업들에 관련 기술을 인정받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유럽시장 진출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상무부도 삼성전자에 막대한 보조금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자국 기업 인텔에 이어 한국의 삼성전자, 대만의 TSMC 등에도 대규모 보조금 지급을 예고했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자국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텍사스주 파운드리 공장에 170억달러(약 22조8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삼성전자의 경우 60억달러(약 8조원)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반도체 업계의 상승세는 이미 지난해부터 예상된 범주이지만, 최근의 각종 호재들로 성장폭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며 “엔비디아와 미국의 사례 등을 감안했을 때 HBM 부문의 강세로 올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활약이 잇따르면서 정부도 분주히 지원 확대 계획을 내놓으며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반도체 분야 정부 지원 예산을 작년의 2배 이상인 1조3000억원으로 늘리는 등 직·간접적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미국, 대만, EU 등 대규모 자금력을 앞세워 반도체 산업 지형을 흔들고 있는 주요 반도체 강국들과 비교했을 때 국내 기업들을 직접 지원할 수 있는 투자 보조금 제도의 부재는 여전하다.

그나마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K칩스법’이 나왔지만,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통과를 계기로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기업이 설비투자를 했을 때 세액공제 비율을 대기업 기준 기존 8%에서 15%로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올해까지는 한시적으로 대기업 기준 10%의 추가공제를 얻어 최대 25%까지 투자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정부는 일몰 기한을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우리 기업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제도나 지원을 최대한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기업 관계자도 “(보조금 문제가)특혜 시비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우리 기업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건이 될 것”이라며 “정부와 민간이 공동 투자 형태 등 다양한 방식의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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