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전경. [사진=각사, 편집=유은주 기자]
통신3사 전경. [사진=각사, 편집=유은주 기자]

[이뉴스투데이 유은주 기자] 정부의 고강도 통신비 인하 압박 기조 속에 각종 지원금 등을 자체적으로 부담해야하는 통신사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기존 과기정통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에 더해 최근엔 단통법 폐지 이전부터 통신사업자들끼리 경쟁을 확대하길 바라는 요구가 커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방통위까지 합세해 번호이동 지원금 등 상향 요구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우선 SKT, KT, LG유플러스는 모두 일제히 지원금을 인상하며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주 내로 KT에 이어 SKT와 LG유플러스에서도 저렴한 3만원대의 5G요금제가 연이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통신사의 시름이 더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만원대 5G요금제는 과기정통부의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에서 기인했다. 이번 5G요금제는 비싼 고가 요금제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요금제를 세분화해 중저가 요금제를 다양화했다. 

첫발을 뗀 건 KT다. KT는 5G 3만원대 요금제 5G슬림 4GB(3만7천원), 5G슬림 21GB(5만8천원)까지 총 8종의 요금제를 선보였다. 통신 이용 패턴에 따라 월제공 데이터 사용 후 일정 속도로 지속 이용하는 ‘안심’요금제와 월제공 데이터를 사용하고 남은 것을이월하는 요금제 중 하나를 택해 이용할 수 있다. 

향후 SKT와 LG유플러스에서 제공될 요금제 역시 이와 유사하거나 더 개선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러나 시장은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통신사 사정은 어려워질 수 있는 양가적 상태에 놓인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이동 통신사업자가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부담을 떠안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통신사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에 따른 손실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있어서다. 

정부 관계자는 이러한 일각의 우려에 대해 “통신사들이 마케팅 정책을 수립할 때 재무구조를 고려할 것”이라고 일축했지만, 재무구조를 고려한다고 해서 실질적 부담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통신사 역시 난감한 상황이다.

앞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역시 이에 대한 걱정을 토로한 바 있다. 황 대표는 번호이동 지원금을 놓고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긍정적, 부정적 측면이 있어 검토 과정이 있었으면 한다”며 “기업으로서는 상당한 재무부담을 안게 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도 “정부가 통신요금과 관련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며 “사업자  입장에선 지원금이 늘어나면 수익성 측면에서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은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보니 사업자들도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는 긍정적 평가를 하면서도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정부의 가계통신비 경감 노력은 대승적 차원에서 좋은 일”이라며 동시에 “강제적, 급진적인 측면도 있다. 시스템이 구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요청에 입각해 진행되다 보니 현장에서는 수기로 기록을 하는 등 아쉬운 면이 있다”고 밝혔다.

방통위가 통신3사 및 제조사 CEO와 통신비 인하 정책에 대한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방통위]
방통위가 통신3사 및 제조사 CEO와 통신비 인하 정책에 대한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방통위]

앞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통신 3사와 삼성전자, 애플코리아 등 CEO 및 대표자들과 만나 가계 통신비 절감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통신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가 매우 크고 물가 안정이 절실해 이와 같은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간담회 내용은 비공개 회의로 진행됐지만 이어진 기자들과의 백브리핑에서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통신3사와 제조사인 삼성전자 역시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이날 안건으로는 공시지원금 확대, 중저가 요금제 도입, 중저가 단말기 출시 등 민생 안정과 더불어 국민 혜택 증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다. 통신 3사와 삼성전자가 정책에 대해 적극적인 협조를 보인 다음 날 즉각 지원금이 인상됐다. 

현재 통신3사는 각사별로 다르지만 최대 33만원까지 지원금을 확대하는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사용자가 번호이동을 통해 이동통신사업자를 변경할 경우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으로 최소 3만원에서 최대 33만원을 책정했다.

한편에선 인상된 통신3사의 번호이동 지원금이 정부가 제안한 최대 상한선인 50만원에 못 미쳐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50만원으로 상한선을 정한 것이지 한 번에 최대치까지 인상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지속적으로 지원금이 인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원금은 한도 내에서 얼마든지 상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 통신사의 상황도 녹록지는 않다. 5G 성장 정체와 가입자 감소로 신사업을 확대하는 등 수익개선을 위한 애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5G요금제 개선, 저가 요금제 다양화, 공시지원금, 번호이동 지원금 등 각종 지원금을 모두 통신사가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통신사 실적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SKT는 클라우드사업과 데이터센터가 고성장의 중심축으로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한 4분기 실적을 거뒀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 4분기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기댈 곳은 신사업뿐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전문가들은 신사업을 중심으로 한 영업이익 확대를 탈출구로 보고 있다. 무선통신 업계의 부진에도 전체 서비스 수익이 일정 부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신사업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무선통신 분야의 사용자 감소와 더불어 마케팅 비용 증가는 모두 소모 비용이다. 신사업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여기에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상식적인 측면에서 들어오는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지원금 등 비용이 늘어난다면 당연히 영업이익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이에 기업들의 입장에선 가치 제고를 위해 신사업 등 다른 노력에 적극 나설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KB증권 관계자는 “통신사의 경우 3월 초부터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제도가 실시되며 번호이동 시장 과열에 따른 통신 업종의 마케팅 비용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한다”며 “공시지원금, 전환수수료, 판매수수료 등 전체 마케팅 비용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영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전환지원금 경쟁상황이 생각보다 격화되고 있다”며 “3월 말부터 지원이 시작됐기에 최신 기종 지원금 상향을 대기하는 수요까지 생각해 3사간 ‘치킨게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 “통신 본업에서 노이즈가 발생할수록 비통신과 B2B 사업 중요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3사중에는 비통신 포트폴리오가 가장 풍부하며, 전체 매출에서 무선사업 매출 비중이 28%에 불과한 KT가 가장 본업에서 감익을 방어하기 용이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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