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해외여행 재개가 이뤄지며 명품의 수요가 주춤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서병주 기자] 3대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이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들의 합산 매출은 4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올해에도 실적 향상이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로 불리며 국내 명품 3대장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세 브랜드는 지난해 나란히 실적 증가를 맞이했다. 

3곳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에르메스는 매출 6502억원과 영업이익 2105억원을, 루이비통은 1조6922억원, 영업이익 4177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23.3%, 15.3% 매출이 증가했다. 샤넬 역시 2022년 전년 대비 30% 증가한 1조591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4129억원으로 65.9% 증가했다.

명품 브랜드가 적지 않은 가격에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나간 배경으로는 3년간 이어져온 팬데믹에 의한 보복소비가 꼽힌다. 실제로 롯데멤버스가 2018~2019년과 2020~2021년 사이의 명품 판매량을 비교한 결과, 팬데믹 시기였던 2020~2021년의 판매량이 23% 늘었다.

이처럼 팬데믹 기간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규제와 여행 등 야외활동이 사실상 제한되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선택이 명품 소비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올해 엔데믹 전환과 함께 변화가 감지됐다.

특히 매장 개장을 기다리다 개장하자마자 바로 제품을 구매하는 ‘오픈런’ 현상의 열기가 예전같지 못하다는 평가다. 명품 브랜드가 입점한 신세계백화점이나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개장 2~3시간 전부터 대기하던 행렬이 이제는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한겨울에도 줄을 서며 기다리던 인원은 이제 보기 힘들다”며 “매장 개장에 맞춰 오지 않더라도 별도의 대기 없이 매장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기류 변화는 백화점 3사(롯데, 신세계, 현대)의 매출로도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료에 따르면 백화점 3곳의 명품 매출 신장세가 롯데는 7.0%, 신세계와 현대는 각각 7.8%, 9.1%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전보다 주춤해진 명품 소비의 수요는 해외여행으로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온라인 쇼핑 가운데 여행 및 교통서비스가 전년 동월 대비 137.4% 증가하며 관련 통계 작성 후 역대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또 인터파크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4월 7일까지 5월 황금연휴에 해외여행을 예약한 인원이 전년 동기 대비 31배인 3000%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43% 늘었다. 또 지난달 국내선·국제선 항공권 판매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81% 증가한 1613억원을 기록하며 최고 판매치를 기록했다. G마켓 역시 1분기 해외항공권과 해외여행 상품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50%, 1360% 신장했다. 

이 같은 해외여행 수요 증가에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해외여행 재개가 이뤄지며 보복소비의 대상이 여행산업으로 옮겨가는 추세”라며 “특히 젊은층의 전반적인 명품 수요가 주춤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다만 보복소비의 대상이 여행으로 옮겨가도 명품 시장의 규모나 매출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가 지난해에만 수차례 가격을 인상했음에도 오히려 실적은 증가했다”며 “가격 인상이라는 부정적인 이슈에도 명품 소비는 이어졌고 매출 비중이 높은 VIP 고객의 이탈은 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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