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국가산업단지에 있는 GS 칼텍스 여수공장. [사진=연합뉴스]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있는 GS 칼텍스 여수공장.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석유화학분야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국제유가 하락 등의 악재가 지속되면서 업계 전반에 먹구름이 꼈다.

특히 국내 정유 3사가 ‘석유화학 산업의 쌀’로 불리는 올레핀 생산에 동시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 간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내에서 정제처리된 원유량은 7661만6000배럴로, 2014년 9월 7512만5000배럴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2%가량 감소한 수치다.

여기에 3분기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 3사 중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하고 전 정유사가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정유 부문의 계속된 부진에 따른 3분기 실적 악화를 비롯해 최근 치러진 미국 대선의 여파로 인한 악재까지 겹치면서 업계의 근심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GS칼텍스 정유 부문은 올해 상반기 1조334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영업기간이 6개월에 불과하지만 지난 2017년 연간 영업이익 1조3415억원 규모와 맞먹는 손해다. 해당 부문 영업이익은 2017년부터 감소세에 접어들었지만 적자를 기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에쓰오일 정유 부문도 53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 지난해 4분기부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현대오일뱅크의 상반기 정유부문 매출은 6조9683억원이다. 상반기 실적을 통해 연간 매출 규모는 대략 13조9366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주력 사업인 정유부문의 업황 악화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결과다.

국제유가가 연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앞서 비싸게 들여왔던 기름들의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물론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 부진까지 겹치며 정제마진까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3분기 평균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7달러로,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5달러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국내 정유 3사는 타개책으로 신사업 찾기에 올인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정유 3사의 석유화학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업계 간 출혈경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유 3사의 석유화학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업계 간 출혈경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GS칼텍스는 그해 8월 2조6000억원을 투입해 여수산업단지 제2공장 인근에 에틸렌과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현재 건설 중인 이 설비는 2021년에 가동하는 게 목표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2018년 5월 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과의 합작사)을 통해 올레핀 생산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고, 이듬해 4월 본격적인 투자에 들어갔다. 투자 규모는 2조7000억원, 2021년 하반기까지 완공ㆍ가동할 예정이다.

에쓰오일은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약 5조원을 들여 울산 온산공단에 찌꺼기 기름(잔사유) 고도화 설비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설비를 구축한 데 이어 지난해 6월 2차 투자계획을 통해 오는 2024년까지 7조원을 들여 생산 설비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속된 약세에도 기존 정유사업을 접을 수는 없다. 이를 활용한 분야로의 진출밖에는 대책이 없는 상태”라며 “석유화학분야는 정유 업계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분야로 점쳐진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유사들의 대규모 설비 투자가 ‘새로운 먹을거리’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올레핀은 플라스틱과 합성고무, 합성섬유 제조에 없어서는 안 될 기초 원료물질이다.

올레핀에 대한 중·단기 시장 전망은 밝은 편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곳곳의 올레핀 생산라인이 가동을 멈추면서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시장조사기관의 분석이다.

하지만 앞서 새 먹거리 사업으로 떠올랐던 파라자일렌(PX) 사업이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시장 가격이 크게 하락하며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낸 것과 같이 올레핀 시장 역시 급격한 하락세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04년 11월 설립된 신화에너지는 16년간 석탄개발, 전력개발(발전), 철도, 항만, 선박운수 등 광범위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종합형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했다.

여기에 최근 들어 석탄기반 올레핀 생산에도 뛰어들면서 국내 정유업계와의 전면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업계의 시장 진출이 본격화될 것이 전망됨에 따라 향후 공급 과잉으로 인한 업계 내 출혈경쟁까지 우려해야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내 기존 석유화학업체와의 경쟁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올레핀 사업 확대가 장기적인 생존을 위한 투자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요 감소와 코로나19 등 각종 변수가 산존해 있는 상황에서 정유 3사의 석유화학산업 진출은 한계가 있다”며 “저가제품을 앞세운 중국 시장과의 장기전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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