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패션부문과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젝시믹스’는 공식 온라인 매장을 직접 운영해 D2C 전략의 효과를 본 기업이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의 젝시믹스는 공식 온라인 매장을 직접 운영해 D2C 전략의 효과를 본 기업이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이뉴스투데이 서병주 기자] 패션 브랜드의 유통·판매 플랫폼 이탈과 D2C 매장 설립이 이어지면서 기존 유통 플랫폼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패션업계에 따르면 D2C(Direct to Consumer) 매장 설립과 확대가 실적과 연관되는 모양새에 패션 브랜드들이 잇따라 D2C 전략을 꾀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의 D2C 전략의 대표적인 예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온라인 매장 ‘SSF샵’이다. 지난해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영업이익은 1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공식 온라인몰인 SSF샵은 지난해 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40% 가까이 올랐다. 이는 패션부문 전체 매출의 2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또 SSF샵은 연간 수백 만원 이상을 소비하는 고객 비중이 매년 두 자릿수 이상 늘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온라인을 비롯한 전반적인 사업군의 호조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고 밝혔다.

D2C 효과는 비단 유명 기업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미디어커머스 기업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의 주력 브랜드 젝시믹스는 지난해 전년 대비 33.7% 상승한 매출 1942억원을 기록해 최고 매출을 경신했다. 젝시믹스의 꾸준한 성장 배경에도 D2C 전략이 꼽히고 있다.

젝시믹스 관계자는 “우리만의 D2C 비즈니스 전략이 성장의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며 “불필요한 유통 마진을 없애고 자사몰의 경쟁력을 키워 가격을 낮춰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통과 판매를 도맡았던 플랫폼에게 패션 브랜드가 D2C 전략을 선택하는 것은 골치 아픈 문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우리 플랫폼에 입점해 눈에 띌 만한 성장을 거둔 브랜드가 D2C로 전환해 떠난 적이 있다”며 “이제는 입점한 유명 브랜드와 장기 계약을 맺어야 그나마 안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패션업계의 이같은 행보에 무신사와 같은 대형 유통 플랫폼은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몇 년간 ‘패션 공룡’으로 불렸던 무신사는 D2C 전략이 기본값으로 자리잡는 시장 흐름에서 안팎을 가리지 않는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국내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제조사, 유통사 등 50여개 기업이 지난 13일 서울 성수동 무신사 캠퍼스에서 ‘사단법인 한국브랜드패션협회’ 창립총회를 진행했다. [사진=무신사]
국내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제조사, 유통사 등 50여개 기업이 지난 13일 서울 성수동 무신사 캠퍼스에서 사단법인 한국브랜드패션협회 창립총회를 진행했다. [사진=무신사]

무신사는 우선 패션업계의 플랫폼 탈출 흐름에 집안 단속에 나섰다. 무신사는 지난 14일 중소·신진 패션 브랜드와 한 곳에 모여 한국브랜드패션협회의 공식 설립을 추진했다. 협회 정회원은 마르디 메크르디, 예일, 디스이즈네버댓 등으로, 이 중 마르디 메크르디와 예일은 무신사 내 효자 브랜드로 유명하다.

협회는 그동안 유통 플랫폼에서 약점으로 지적받던 가품의 유통 방지와 디자인 도용·표절 문제를 해결하고자 출범했다. 특히 디자인 도용·표절 문제는 국내 중소·신진 패션 브랜드에게 예민한 사안인 만큼 무신사가 자사 입점 브랜드를 돕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는 자사 플랫폼에 입점한 브랜드를 대상으로 맞춤 콘텐츠와 마케팅도 진행한다”며 브랜드에게 말했다.

새는 바가지의 안쪽을 공식적인 활동으로 막는 동시에, 오픈마켓 경쟁사와의 신경전도 이어갔다. 지난 20일 퓨마와 휠라가 네이버 스토어 매장에서 철수하며 무신사와 네이버 사이의 딜레마에서 무신사 편에 섰다. 네이버가 지난해 11월 패션 플랫폼 ‘버티컬’을 공개함에 따른 반응으로 보인다. 무신사는 라이벌 기업의 사업 확장에 확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한국브랜드패션협회의 설립을 추진하면서 가품의 예시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다른 오픈마켓의 캡처본을 사용했다.

무신사 등이 참여한 ‘한국브랜드패션협회’가 진행하는 캠페인 ‘FAKE NEVER’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실제 가품 유통 사례 [사진=홈페이지 캡처]
한국브랜드패션협회가 진행하는 캠페인 ‘FAKE NEVER’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실제 가품 유통 사례 [사진=홈페이지 캡처]

다만 이런 대응이 패션 브랜드의 D2C 전략과 소비자들의 공식 매장 선호를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D2C 전략이 선택받는 이유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 원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패션 브랜드의 입장으로는 유통의 마진을 줄여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며 직접 온라인몰을 운영하면 소비자의 상품 선호도와 같은 운영에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소비자들 역시 유통·판매 플랫폼에서 꾸준히 제기된 가품 논란에서 안심할 수 있는 선택지로 브랜드의 공식 온라인몰을 택하는게 낫다는 반응이다. 

특히 패션 브랜드가 주목하는 MZ세대가 D2C 소비를 지향한다는 점이 최근 시장의 흐름에 주요한 배경이다.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바탕으로 소비할 상품을 택하는 ‘가치소비’가 MZ세대의 D2C 선호를 이끌었다.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홈페이지나 온라인몰에서 제품을 구매하며 브랜드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닌 D2C 전략이 MZ세대의 성향을 사로 잡았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MZ세대의 특성을 시장이 주목하고 분석하는 만큼, 패션 브랜드의 D2C 전략 선택과 강화는 앞으로도 굳건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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