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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상위권에 포진된 삼성·LG가 불러온 ‘인사 칼바람’이 본격 확산하면서 노동시장이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장기화한 경기침체로 대두한 ‘대규모 구조조정’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재계 상위권에 포진된 삼성·LG가 불러온 ‘인사 칼바람’이 본격 확산하면서 노동시장이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악화된 업황 속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고연차 인력을 대상으로 희망·명예퇴직 조치를 단행하면서 전산업군에 대대적인 ‘인사 물갈이’ 바람이 휘몰아칠 것이란 분위기가 팽배하다.

양사는 지난 3분기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주력 사업인 가전·반도체 부문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어닝쇼크(예상을 크게 하회하는 실적)’를 기록했다. 업황 악화로 인한 1차 타개책으로 ‘인사·조직감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6일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특히 30~40대 젊은 임원과 ‘유리천장’에 부딪혀온 여성·외국인을 발탁하는 등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5일에는 이영희 DX 부문 부사장이 오너 일가를 제외한 삼성의 첫 여성 사장으로 발탁되면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30대 상무, 40대 부사장 같이 젊은 리더를 여럿 배출했다”면서 “철저히 성과 위주로 잠재력을 지닌 인재를 과감하게 발탁한 조치”라고 말했다.

젊은 혁신인재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기업 내 ‘올드맨’ 입지가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사장단·임원 정기인사 직전인 지난 2일, 퇴직 대상 임원 수십명을 대상으로 ‘재계약 불가’ 통보를 단행했다. 고연봉 임원 수를 줄이고 혁신·파격인재를 등용하겠다는 이재용 회장의 경영기조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삼성전자 내부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인사 통보에 (업황이 악화된) 반도체 부문에서 고연차 부장들까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퇴직을 원치 않는) 대부분이 (위로금에 대한) 메리트도 크게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고 퇴직대우 중 하나로 꼽히는 화성·평택캠퍼스 내에 카페를 입점하는 케이스도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의 경영을 강조해온 LG그룹도 내부적으로 희망·명예퇴직과 관련한 소문이 계속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한 LG전자 내부 관계자는 “내년에 한 차례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란 말이 돌고 있다”면서 “지속되는 압박에 미리 동종업계로 이직을 준비하는 동료도 꽤 있다”고 말했다. 

실제 LG전자와 LG유플러스는 각각 지난 3월, 6월 만 50세 이상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제도를 단행한 바 있다.

굴지의 두 대기업이 불러온 ‘인사 칼바람’에 인원·조직감축을 머뭇거려온 다른 산업계에도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될 전망이다.

문형남 대한경영학회장(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은 “올 연말과 내년 초까지 이뤄지는 대기업 인사의 키워드는 ‘인원 감축’”이라면서 “(대기업인) 삼성과 LG에서부터 시작된 인원 감축이 중견, 중소기업까지 확산되는 현상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문 회장은 거시경제를 좌우하는 미국의 거센 구조조정 한파로 인해 ‘인사 칼바람’이 쉽게 멎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이름을 바꾼 메타플랫폼스가 전체 직원의 13%에 해당하는 1만1000명을, 아마존은 전체 직원의 3%에 해당하는 1만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포드자동차 △월마트 △H&M 등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 하고 있다.

문 회장은 “기업은 갑작스런 감축 대신 전직훈련 등을 통해 직원이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센 ‘인사 칼바람’을 막기 위한 대책으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꼽았다.

문 회장은 “ESG와 연관된 기후테크 관련 비즈니스는 시장과 투자전망이 밝아 채용 인원이 오히려 늘 수 있다”면서 “(각 기업들은) ESG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구조조정 한파를 시작으로 노동시장 환경에 일대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기업 내 ‘올드맨’ 위주로 희망·명예퇴직 압박이 거세지면서 ‘옥석 가리기’가 이뤄질 것이란 의견이다.

윤여선 KAIST 경영대학장은 “(지금은) 플랫폼 확장보다 수익이 더 각광받는 시대”라면서 “거시경제 악화와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함에 따라 (비교적) ‘올드 스킬’을 가진 고임금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물갈이는 필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업황 회복 이후에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는 ‘올드맨’ 퇴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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