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정성화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담당할 경제팀이 꾸려졌지만 시작부터 녹록지 않은 상황을 맞닥뜨렸다.

각종 경제지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최악의 수준을 나타내고 있고 새 정부 경제팀의 선택지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 경제팀이 대내외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퍼펙트 스톰(초대형 경제위기)’이 불어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11일 기재부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1기 경제팀을 이끌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업무에 돌입했다.

추 부총리는 비상경제대응 TF 신설을 지시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이른바 ‘3고 현상’이 심화되고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모두 적자에 빠지는 ‘쌍둥이 적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추 부총리는 취임사를 통해 “물가 안정 등 민생 안정을 최우선으로 챙기면서 거시경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 나가야 한다”며 “코로나 피해 지원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는 한편 거시경제 안정 저해 요인에 대한 관리는 더욱 철저히 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기재부에 비상경제대응 TF를 설치해 즉시 가동하겠다”고 덧붙였다.

우선 새 정부 경제팀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물가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6.85(2020=100)로 전년동월 대비 4.8% 상승했다.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 2월(3.7%)까지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보였다. 3월에는 4.1%를 기록하면서 결국 4%를 넘기더니 지난달에는 4% 후반대까지 올라왔다.

인플레이션 악순환 진입도 우려된다. 인플레이션 악순환이란 고물가 현상이 임금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다시 소비자 가격이 연쇄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이다.

한은은 지난달 ‘최근 노동시장 내 임금상승 압력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상용직 정액급여 등의 임금상승률 기여도가 확대되면서 임금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며 “경우에 따라 물가가 임금 상승을 부추기고 다시 물가 추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고물가 현상이 임금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기업이 높아진 인건비를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가는 급격히 오르는데 마땅한 해법은 기준금리 인상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가계부채 누증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에 따른 대가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빚(가계신용)은 1862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이 성행한 결과다. 

갚아야 할 빚은 산더미 처럼 쌓였지만 빚 내서 산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등 자산가격은 전부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영끌족은 물론 코로나로 빚더미에 오른 소상공인들의 고통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소비 위축으로 성장 동력 훼손도 우려된다.

주요 경제전망기관은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상치를 2%대로 낮춰 잡고 있다. 올 초 3%를 전망했던 IMF는 최근 2.5%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아직 수정 전망치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2%대 성장률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주상영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올해 물가상승률은 연간 4% 또는 그에 근접하고 경제성장률은 2% 중후반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긴축속도가 빨라지면서 환율도 요동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 3~4일(현지시간) 열린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종전 0.25~0.5%에서 연 0.75~1.0%로 0.5%p 인상했다. 연준이 한 번에 금리를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재임하던 2000년 5월 이후 22년만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추가로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한-미 간 기준금리 차가 축소되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급격한 원화 가치 하락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화를 팔고 수익성이 좋은 달러는 사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1원 내린 1275.3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지난 6일 이후 4거래일 연속으로 127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본격화된 지난 2월 24일 이후 두달반 동안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쌍둥이 적자’ 그늘도 드리우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환율이 급등하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되고 있어서다. 지난달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26억6000만달러 적자로 3월(-1억1500만달러)과 비교해 적자폭이 커졌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올해들어 2월을 제외한 모든 달의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많았다.

지난달 3대 에너지(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은 148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4월 수입액 77억2000만달러 대비 91.8%(70억9000만달러) 급증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확장적 재정 기조가 계속되면서 재정수지는 더 깊은 적자 상태에 빠졌다. 

올해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70조8000억원(1차 추경기준) 적자가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가 영업 제한 조치로 피해를 입은 370만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들이 각각 600만원 이상의 방역지원금 지원하는 33조원 규모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확정하면서 재정수지는 더 나빠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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