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인천공항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텅 빈 인천공항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박효령 기자] “다들 어렵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꽉 막힌 진 모르실 거예요. 너무 힘듭니다.”

부푼 꿈을 안고 모 대학 항공과 20학번으로 입학한 A씨는 지난해 학교 근처에 자취방을 마련하고 개강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입학보다 코로나19가 먼저 A씨를 찾아왔다.

승무원이 되고 싶다는 꿈 하나로 대학에 입학했지만 A씨에게 돌아온 것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겠다는 학교 측 통보였다. 첫 수업부터 참여하지 못했고, 항공과의 꽃이었던 실습수업도 모니터 화면으로만 지켜봐야 했다.

“처음에는 조금만 기다리면 코로나19가 잦아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점점 나빠져서 학교에 나가는 건 아예 체념하게 됐어요. 상황이 원망스러웠죠.”

학교생활을 위해 준비했던 자취방은 주인 없는 빈 방이 돼버렸다. 부모가 월세를 대신 지급한다는 A씨는 자신 때문에 큰 지출이 나간다며 죄송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A씨는 자취방을 빼지 못했다. 언젠가는 학교를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희망 때문에 쉽게 정리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교수님들도 항공사 승무원에 대한 취업은 사실상 불가능해 다른 직무를 권유하는 상황이다. 외항사 채용은 몇 군데 떴지만 우리나라 공채는 없다. 18학번 이후로 제대로 된 취업 활동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울먹였다.

실제 우리나라 주요 항공사들의 객실 승무원 채용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 하반기를 끝으로 문을 굳게 닫은 상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항공계의 채용 소식이 들리지 않자 결국 A씨는 일반 기업의 비서직으로 진로를 바꿨다. A씨의 동기들 또한 대다수 휴학 혹은 편입을 준비하거나 다른 직무의 학원을 다니는 등 승무원에 대한 꿈을 접은 상태다.

위기를 맞은 것은 예비 승무원뿐만이 아니었다. 실제 항공계에 종사하던 이들은 생계를 잃는 시련을 감당해내야 했다. LCC 항공사의 지상직 승무원으로 일했던 B씨는 정규직 전환 보름을 앞두고 계약 만료를 통보받았다. 이후 B씨는 다시 구직 전선에 뛰어들었고 현재는 일반 기업 사무직으로 재취업했다.

“하루아침에 퇴사 통보를 받았어요. 또 이런 사태를 겪을까 두렵습니다. 당시 무기력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연락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B씨의 동료들은 회사 관계자에게 나중에 채용 기회를 달라는 메일을 보내며 노력했지만 아직 기회가 오지 않았다. 직장에 남아있지만 휴직을 하고 있는 동료들은 고용유지 지원금으로 월급 80% 정도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원금을 받는 동안은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일은 하지 못해 막연하게 출근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LCC 항공사들은 현재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금으로 힘겹게 기존 인력만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712억원, 진에어는 488억원, 티웨이항공은 347억원, 에어부산은 영업손실 49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코로나19라는 벽에 부딪혀 매년 1회 이상 진행하던 신규 채용을 전면 중단했다. 현재에도 회사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기존 인력마저 순환 휴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 항공계 관계자들은 신규 채용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했다.

한편 승무원 채용이 ‘올 스탑’ 되자, 예비 승무원들의 입시와 취업을 위해 힘쓰던 학원가도 큰 피해를 입었다.

승무원 학원 관계자 C씨는 “과거 한 달에 100명도 넘게 신규 원생이 등록을 했지만 최근 1년을 합쳐도 30명도 되지 않는다. 10% 정도다. 수업 또한 다수에서 소수로 바뀌었다. 매출도 5분의 1로 줄었다”며 힘든 상황을 털어놨다.

C씨의 말에 따르면 대형 학원이 아닌 개인 사업자 등은 계속된 적자에 학원을 폐업하는 경우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또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대형 항공사들 먼저 채용을 시작한다면 승무원 학원 또한 나아질 기미가 있을 것”이라며 작은 바람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최한 국무회의를 통해 “접종 속도가 붙어 10월 말로 앞당겼던 국민 70% 2차 백신 접종 목표도 조기에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백신 접종 완료에 대한 희망을 전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방역당국은 10월 말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전환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하나투어, 인터파크의 여행사업본부 등 일부 관광업계가 정상 업무 체계에 돌입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다시 열릴 하늘 길에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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