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법리스크가 4년째에 접어든 가운데 삼성전자를 이끌었고, 현재도 이끌고 있는 전문경영인들이 한목소리로 이재용 부회장의 필요를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글로벌 무역갈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4차 산업혁명 고속화로 인한 트렌드 변화가 빨라지는 시점에서 최고경영자의 빠르고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과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대표이사는 최근 대외적으로 이 부회장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권 상임고문은 8월 1일 세계 최초 64MB D램 상용화 28주년을 앞두고 28일 사내방송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어려운 시기일수록 제일 중요한 건 강력한 리더십”이라며 “리더십과 함께 임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권 상임고문은 “순간적으로 빨리빨리 결정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전문경영인과 최고경영자층의 원활한 소통과 토의가 필요하다. 그게 없으면 저도 전문경영인 출신이지만 굉장한 적자, 불황 상황에서 ‘몇조 투자하자’고 말하기 싶지 않다. 그런 면에서는 전문경영인과 최고경영자층의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상임고문은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를 이끈 장본인으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를 지냈다. 

김현석 사장도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 하반기와 내년 가전시장에 대해 어둡다고 전망하며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을 언급했다. 

김 사장은 “전문경영인이 서로 돕는 체계로만은 잘 되지 않는다. 전문경영인을 큰 변화를 만들 수 없고 빅 트렌드를 못 본다”며 “큰 숲을 보고 방향을 제시해 주는 리더 역할은 이재용 부회장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007년 이재용 부회장이 IFA에서 제품들을 살펴보고 ‘LED 제품이 앞으로의 트렌드’라고 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2009년 LED TV를 출시했고 그 뒤로 모든 LCD TV가 LED TV로 바뀐 계기가 됐다”며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2012년 당시 TV 리모콘에는 버튼이 50~80개 있었는데 이 부회장이 버튼을 10개 이내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버튼을 없애는 대신 음성인식 리모콘을 최초로 만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삼성이 30년 묵은 숙제를 풀었다’고 극찬할 정도의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지난 2018년에도 이 부회장의 부재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당시에는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수감 주인 상태였다. 

김 사장은 2018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기자간담회에서 “오너 부재인 상황에서 의사결정 제약이 많다. 대형 M&A 결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대표이사. [사진=삼성전자]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대표이사.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그동안 M&A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반을 확보하고 성장동력을 찾았으나 2016년 11월 미국 오디오·전장기업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5000억원)에 인수한 후 현재까지 대형 M&A는 성사되지 않고 있다. 

윤부근 삼성전자 고문도 2017년 CE부문 대표이사 시절 이 부회장의 부재에 대해 언급한 적 있다. 윤 고문은 당시 CE부문 대표이사로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총수 공백 장기화에 대해 “선단장이 부재중이어서 미래를 위한 투자라든지 사업구조 재편에 애로사항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윤 고문은 이어 “삼성이 3~5년 뒤의 비전으로 향하기 위해 필요한 구조개편이나 M&A가 중단돼 있기 때문에 무섭고 두렵다.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참담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윤 고문은 당시 간담회에서 인공지능(AI) 부문에서 M&A를 시도했으나 협상 막판 단계에서 무산된 사례까지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전문경영인들은 대체로 경영환경이 급박하게 변화하는 만큼 이에 대해 빠른 대응을 하기 위해 이 부회장의 신속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재계에서도 삼성전자뿐 아니라 국가 경제를 위해 이 부회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에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만나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미래 모빌리티 사업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은 올 들어 두 번째 회동을 가졌다. 

또 코로나19로 해외 출입국이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주요 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전문경영인들과 사업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재계의 이 같은 염원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 부회장 기소 여부에 대해 한 달 넘게 무소식이다. 당초 이달 초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가 결정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검·언 유착’ 사건과 법무부-대검 갈등 등으로 검찰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면서 이 부회장 기소 여부 결정도 늦춰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불법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달 초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됐다. 이어 같은 달 열린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에서도 수사중단 및 불기소 권고가 내려졌다. 

당초 이달 초 검찰이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결정내릴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언 유착’ 수사를 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커지면서 결정이 미뤄졌다. 현재 검찰은 한동훈 검사장의 수사를 두고 어수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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