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자체가 태양광 발전사업을 민간 주도로 추진하겠다며 전국 단위로 지역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태양광 사업 유치 대상이 되는 지역의 주민들은 사뭇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사업 주체인 협동조합과 지자체 간의 커넥션, 협동조합의 윤리‧전문성 결여가 본질적인 이유로 지목되는 가운데 ‘수서역 공영주차장 태양광 발전사업’ 추진 사례를 통해 갈등의 요소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수서역 공영주차장. [사진=유준상 기자]
수서역 공영주차장. [사진=유준상 기자]

◇ ‘시-조합 밀실 공모’ 까마득히 모르고 있던 수서 주민들

“서울시가 태양광 협동조합에 수서역 공영주차장 태양광 발전소 건립을 허용했다는 사실을 강남구청에 축조 신고가 들어온 뒤에야 알았다. 고압 전류가 흐르는 위험시설물을 도시 주택가에 설치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해당 지역 주민들에겐 알리지도 않은 채 태양광 사업을 강행하는 서울시와 4개 협동조합을 강력히 규탄한다.”

자신을 수서동 신동아아파트 주민이라고 밝힌 제보자는 4일 “서울시와 협동조합이 수서동 주민들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은 채 수서역(북) 공영주차장 태양광 발전사업을 강행하고 추진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수서역 공영주차장 태양광 발전사업이 본격화한 시점은 지난해 10월이다. 본지가 입수한 바에 따르면 당시 서울시가 공고를 낸 ‘태양광발전소 건설사업자 공모’에는 △강남햇빛발전조합 △강서양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둥근수서햇빛발전협동조합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등 4개 태양광 협동조합이 참여했다.

당시 이들 4개 단체는 수서역 공영주차장 부지 중 주차면 2033㎡(약 615평)에 506㎡씩 네 등분으로 분할해 나눠 갖고 태양광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각 단체가 태양광 발전설비 99.9kW를 설치해 총 399kW 규모의 발전소(태양광 모듈 1000개)를 건립하는 것이 골자다. 태양광 모듈은 사용 기간이 10년인데 1회 연장(10년)이 가능해 20년을 임대할 수 있다.

그러나 공모를 마치고 사업 계획이 수립됐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와 협동조합이 거주민들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서 주민 여론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접한 시점은 강남구청이 협동조합의 ‘공작물 축조 신고서’ 수리를 거부하면서부터다. 협동조합은 수차례 신고서를 제출했으나 강남구청은 “수서동 일대 민원이 극심해 주민 의견 수렴 절차 없이 공사를 진행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사업 설명회 등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며 되돌려 보냈다.

강남구청이 계속해서 신고서를 수리하지 않자 협동조합은 ‘막무가내식’ 소송을 몰아붙였다. 4개 협동조합 등 서울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는 최근 강남구청을 상대로 공사 강행을 요구하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강남구청은 “태양광 모듈이 600평가량 부착되면 빛반사, 이상전류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설명회 등을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할 것을 요청했지만 서울시와 협동조합은 수긍하지 않았다”며 “이에 구청이 자체적으로 주민 각 대표 16명을 불러 사실을 알리고 날인된 연명부를 취합했다. 그 결과 주민들 대부분이 반대 의사를 밝힌 상황”이라고 밝혔다.

구청은 이어 “주민들이 반대 의견으로 중지가 모아지고 있는 점을 서울시에 계속 알리고는 있으나 (시에서) 특별하게 회신이 오지는 않고 있다”며 “구청은 이같은 실상을 지속적으로 서울시에 어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수서 신동아아파트 주민 카톡방 대화 내역. [사진=제보자]
수서 신동아아파트 주민 카톡방 대화 내역. [사진=제보자]

특히 주민들이 사업 반대 의사를 표출했음에도 서울시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수서 주민들은 더욱 분개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 사업은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 발전소를 설치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 또한 공작물축조신고법처리기한을 준수했으므로 주민설명회을 먼저 여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본지의 취재에도 동일한 태도를 보였다. 서울시 녹색에너지과는 “태양광 발전사업과 관련해 사전에 주민들에게 설명하라거나 설명회를 열라는 규정은 관련법 어디에도 명시되지 않았다”며 “시가 주민들에 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반드시 수행할 의무는 없다”고 일축했다.

◇ 서울시 공모로 선발됐다더니…공고문‧심의과정 흔적도 없어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수서역 공영주차장 태양광 사업 주체로 선발된 협동조합은 서울시 공모 과정에서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의 수서북 공영주차장 태양광 발전 사업 계획 보고에 따르면 서울시는 반드시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를 내야 한다. 그러나 사업 계획 보고 시점인 2019년 10월 4일부터 공모가 끝나는 시점으로 명시된 2019년 10월 17일까지 약 2주간 서울시 홈페이지 어디에도 공모 관련 공고가 올라오지 않았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했다. 2019년 10월 24일 서울시 홈페이지에는 ‘서울시 태양광발전소 건설사업 추가 공모’ 제안서 심의 결과 보고가 생성이 됐다. 공모 자체가 시작되지 않았는데 공모 결과가 게재된 것이다.

보고에 따르면 녹색에너지과장, 에너지정책팀장, 태양광총괄팀장, 태양광사업팀장 등 심의위원 4명이 위원별로 서면심사를 진행했고 협동조합이 제출한 4개 제안서 모두 통과됐다. 서울시는 “협동조합 4곳이 모두 적정성을 충족한다“면서 각 단체에 사업부지 1개씩 배정했다.

서울시 홈페이지에도 올라오지 않은 태양광 발전소 사업에 대해 이 4개의 협동조합은 차례로 서울시에 제안서를 제출한 것이다.

더욱 의구심을 사는 대목은 ‘서울시 태양광발전소 건설사업 추가 공모’의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정보의 상당 부분은 모두 ‘부분 공개’이거나 ‘확인 불가’라는 점이다.

한 수서 주민은 “수서 태양광 사업에 딱 필요한 수 만큼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협동조합이 제안서를 넣었다”며 “대체 협동조합들은 무슨 재주가 있길래 서울시가 공고도 내지 않은 사업에 미리 이야기를 끝낸 것처럼 순서대로 제안서를 낸 것이냐”고 의아함을 표했다.

협동조합이 이같이 막무가내식 행태를 보이는 것은 배후의 자신들을 지지해주는 박원순 서울시장 등 진보라인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태양광 보급 사업을 벌이면서 허인회씨, 박승옥씨, 박승록씨 등 친여(親與) 인사들이 개입한 업체에 혜택을 준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 의해 드러났다.

◇ 배전선로‧ESS 끌어들이는 태양광, 위협받는 주민 안전

수서 거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공영주차장 부지 인근이 주거 밀집 지역이기 때문에 인명 피해를 낳을 수 있는 점이다.

수서 발전소 예정부지 불과 300m 안에 아파트 단지 5곳을 비롯해 수서초, 수서중, 세종고 등 학교가 위치해 있다. 또한 대규모 업무시설도 4곳이 있다. 수서 SRT역이 있는 옆으로 GTX를 포함한 수서 복합환승센터가 생기면 매일 발전소 옆을 지나게 될 유동인구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만약 계획대로 추진돼 태양광 발전설비가 수서역 공영주차장에 설치될 경우 수요지로 전기를 보낼 수 있는 한국전력공사의 배전망이 필수적으로 유입돼야 한다. 또 배전망으로 보내기 전 태양광 모듈마다 선을 연결해 생산된 전력을 한곳에 모아놓을 장소도 필요하다.

한전 강남지사 전력공급부는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현재 SRT 수서역 인근에 위치한 수서변전소로 보낼 수 있고, 각 주택 단지와 상업시설 등으로 곧바로 보낼 수도 있다”면서 “어느 선택이 됐든 전력을 땅에 매설(지중선로)하거나 공영주차장 주변에 고압의 변압기와 전주 등을 설치(가공선로)하는 일을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영주차장 주변에 공터가 없고 아이들과 행인들이 지나다니는 보도블럭과 상가, 아파트 단지가 위치해 있다. [사진=유준상 기자]
공영주차장 주변에 공터가 없고 아이들과 행인들이 지나다니는 보도블럭과 상가, 아파트 단지가 위치해 있다. [사진=유준상 기자]

문제는 공영주차장 주변에 공터가 없고 모두 아이들과 행인들이 지나다니는 보도블럭과 상가, 아파트 단지가 위치해 있어 고압의 발전‧배전설비를 설치하기가 까다롭고 적정 수준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전망을 설치해도 문제다. 재생에너지의 고질적인 문제인 간헐성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수서 지역민들에게 돌아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한 전력수급 전문가는 “태양광은 발전효율이 낮은 데다 용량이 400kw 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중 선로를 깔면 수급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게다가 태양광 발전은 하루에 3~4시간 밖에 발전이 불가해 ESS 없이는 수서 지역의 송배전망이 꼬이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다고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해 주거지와 근접한 공영주차장에 ESS를 들여올 수도 없는 일이다. 최근 ESS 폭발 사고 중 태양광 연계 제품에서 화재‧폭발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는 “대형 건물의 태양광과 ESS 설비들은 품질이 좋고 관리가 철저하며 전기기사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상주하면서 관리를 한다. 제대로 된 설비는 20년 동안 안전한 운영이 가능하다”며 “반면 태양광 연계 ESS는 성능은 둘째치고 관리자가 없어 현실적으로 관리가 어렵다. 사업 주체인 태양광 협동조합이 지난 3년간 보여온 행적을 고려하면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이어 “결국 문제의 핵심은 기술적인 면보다도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인 협동조합의 신뢰성, 윤리성, 책임감이 결여된 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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