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금융가. [사진=연합뉴스]
홍콩 금융가.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 예고로 미중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홍콩 금융당국이 화폐가치 조작 특혜는 유지될 것이라고 자신해 눈길을 끈다.

3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홍콩 금융관리국은 "홍콩 금융시스템이 견고한데다 탄력을 유지한다"면서 "달러 페그제를 바꿀 필요도 계획도 없다"고 언급했다.

홍콩은 1983년부터 달러당 7.8(밴드 폭 7.75∼7.85) 홍콩달러를 유지하는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특혜로 1987년 블랙 먼데이, 2001년 9·11 테러, 2009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등 충격에도 외환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페그(peg)란 말뚝을 박는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고정환율제(fixed exchange rate)로 정부가 특정 화폐의 환율을 일정한 수준에서 고정하고, 이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도록 한 제도다. 지난 37년간 홍콩만 별다른 조약 없이 이같은 특혜를 누려왔다.

예컨데 페그제 상단과 하단이 뚫릴 움직임을 보이면 중앙은행 격인 홍콩금융관리국이 보유한 홍콩달러를 사고파는 방법으로 화폐가치를 조작하는 방식이다.

홍콩이 보유한 외환은 4400억 달러(약 541조원)이다. 홍콩 금융관리국은 "본원통화(M0)의 두 배 이상에 달하는 규모로 자금 전환에 충분한 대비를 하기 때문에 어떤 충격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홍콩 보안법 강행에 대한 보복으로 홍콩에 적용한 특별지위 철회를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더이상 명분을 잃게된 페그제를 먼저 포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환율조작국이라 비난하면서도 홍콩에는 페그제를 유지하는 이중성을 보여왔다"며 "먼저 그러한 특별지위를 없애겠다고 밝혔으니 페그제부터 손보는 것이 바람직한 순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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