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분주한 일상은 드라마를 시청할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저녁이 있는 삶을 늘 꿈꾸었지만 드라마는 내게 접근 불가의 영역이었다. 그런 내게도 드라마를 영접할 호기가 부지불식간에 찾아 들었다. 모처럼 한가로운 어느 주말, 거실의 텔레비전에서 드라마‘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재방송 중이었다. 관심 없다는 듯 시큰둥한 관성으로 스포츠를 찾아 채널을 돌렸을 법 한데 드라마 제목은 직업에서 오는 동질감으로 이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드라마 전개 과정에 점차 녹아들었고 이제는 여유가 있는 주말에는 몰아보기를 실천할 정도로‘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열혈 시청자가 됐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각각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의사들의 모습과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물비늘처럼 잔잔하게 그려낸다. 의사가 환자를, 환자가 의사를 감동시키는 저마다의 장면들을 보며 자연스레 동화된 마음은 이내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의사와 환자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의사로서의 존귀한 사명감은 물론이려니와 사랑과 우정의 내면까지 고즈넉하게 보여 준다. 어쩌면 아픈 이들이 머무는 병원은 슬픔과 기쁨, 두려움과 희망 그리고 애절한 눈물이 혼재하는 공간이다. 인간의 모든 감정이 때로는 슬픔으로 때로는 기쁨으로 치환되는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두려움과 희망의 간절함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의사의 내면은 연신 부초처럼 흔들린다. 그래서인지 메디컬 드라마는 대개 시청자의 이목을 끌며 흥행한다. 질병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 감정선을 온전하게 그려내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5명의 의사들의 애환은 실증적이기에 자연스레 현실 속 의사들에게 오마주된다.

열혈 시청자로서‘슬기로운 의사생활’관전 포인트를 조언 드리자면 '메디컬'의 관점보다 '원더풀 라이프'의 시선으로 봐야 좋을 법하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우리네  평범한 삶의 이야기이기에 그렇다. 갖가지 절절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바램과 눈물은 우리의 사연이고 누구나 겪었을 인생의 부침이다. 때로는 병원에서 같은 병을 가진 환자의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며 잔혹하지만 때론 누군가의 불행을 통해 자신의 병은 별개 아니라는 건조한 안위를 애써 얻기도 한다. 거칠고 무디어져 가지만 애써 희망을 부여잡는 사람 사는 인생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 그래서인지 병원의 풍경은 우리네 삶의 자화상이다. 그 속에 사람의 체온이 절절하게 스며있다. 드라마는 때론 현실과 다른 유토피아적인 결론을 봄꽃처럼 흩날리지만 환자에겐 치유될 수 있다는 생명에 대한 희망은 삶을 지탱해 주는 주춧돌이니 어찌 이상적이라고 탓할 수 있으랴.  

드라마에서처럼 현실 속 의사들도 자신들의 삶을 온전하게 차지하고 있는 환자의 존재를 체내화한다. 환자가 아프면 의사도 아프다. 환자가 슬프면 의사도 애절하다. ​환자에게 진심 어린 치료를 받고 있다는 굳건한 신뢰를 줄 수 있는 의사, 세속적 욕망과 안위보다는 통증으로부터 아픈 이들을 치료하고 위로할 수 있는‘진짜 의사’의 참 가치를 구현하고 싶은 것은 비단 나뿐 아닌 세상 모든 의사들의 소망일 것이다. 드라마‘슬기로운 의사생활’속 5명의 의사들은 그래서 의사들의 페르소나이다. 

불혹의 나이, 40살에 접어든 드라마 속 의사들은 각기 다른 인생의 다님 길에서 다시 해후한다. 고단했던 청춘을 함께한 친구, 존재가 위로였던 그들은 전문의 10년 차에도 여전히 수술실 앞에선 긴장을 감추지 못한다. 여전히 의사로서의 부침을 겪는 그들은 병원 안에서 치열하게 성장한다. 그 지난한 의사의 풍경은 아스라한 젊은 날의 나의 초상이었다. 내게도 예외 없었던 또바기 같은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체온이 그리운 사회적 거리두기의 건조한 시대를 속절없이 살고 있다. 드라마‘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 고단한 우리네 삶에 따스한 손길을 건넨다. 시나브로 정겹고, 밤하늘 미리내처럼 푸르디푸른 공감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들의 사람 사는 이야기는 여름 치자나무 꽃처럼 향기롭다. 아픈 이가 존재하는 병원에서의 풍경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동료 의사들이시여, 혹여 지쳐있다면, 지쳐간다면‘슬기로운 의사생활’로 부디 위로 받으시라. 
 

안태환 원장 약력

▪ 강남 프레쉬이비인후과 의원 강남본원 대표원장
▪ 이비인후과 전문의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 - 의학박사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 서울 삼성의료원 성균관대학교 외래교수
▪ 대한이비인후과 의사회 前 학술이사
▪ 대한이비인후과 학회 학술위원
▪ 대한미용외과 의학회 부회장
▪ 대한 레이저 피부모발학회 부회장
▪ 2017년 한국의 명의 100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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