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정부의 100조원 규모의 금융대책 발표에도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회사채 시장에선 위기감이 여전하다. 당장 부도 위기에 처한 두산중공업 회사채 돌려막기에도 업무상 혼선이 일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4월부터 6월말까지 매주 화요일 기준금리의 +0.1%인 0.85%를 상한선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을 무제한으로 매입할 계획이다. 

한국은행은 이번 대책이 법률적으로 할 수 있는 최선책이라 밝혔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일반 기업들의 회사채는 유동성 증발 상황에서 여전히 무방비 상태다.

국내 상장사들의 내달 만기 도래 회사채규모 6조5495억원이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국내 회사채 규모는 50조8727억원에 달하며 발행시장도 크게 위축돼 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등급 고하를 막론하고 전방위적인 위축이 눈에 띄고 있다"며 "기존 2개월 약세를 전망했지만 코로나19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금융시스템 위협까지 가는 길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투자하겠다는 곳이 없다는 점이다. 투자적격등급 AA등급인 하나은행은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수요예측에서 300억원이 미달됐다. 포스파워(AA-)와 키움캐피탈(BBB) 등도 수요예측에서 미달이 발생했고 경쟁률 역시 0.13:1~0.8:1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한은이 꺼낸 카드는 프라이머리 부채담보부채권(P-CBO)와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다. 아울러 4월을 목표로 조성 중인 채권시장안정펀드가 마련된다면 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란게 정부의 기대다.

P-CBO는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에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제공해 신용등급을 높여준 뒤 이를 시장에서 판매하는 자산담보부증권(ABS)이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는 회사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별도 회사채를 발행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이 별도 회사채의 80%를 인수해주는 정책이지만 간접지원에 그쳐, 실효성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당장 내달말 6000억원 규모의 외화채권 상환 만기가 돌아오는 두산중공업이 가장 큰 문제다. 두산중공업은 이를 대출로 전환해달라고 수출입은행에 요청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후 두산이 6000억원을 수은에 갚지 못할 경우 고스란히 국책은행의 빚이 되는 셈이다. 

민간-정부-국책은행의 회사채 돌려막기 후유증은 실무상 혼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날인 26일 두산중공업은 긴급이사회를 열어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과 1조원 규모의 차입신청을 결정했다. 이에 산은이 이날 1조원 지원계획을 발표했으나, 6000억원 대출이 수은에서 이뤄진다면 산은의 부담은 4000억원이 되는 셈이다. 

반면 미국 연방준비은행(fed)은 사상 첫 회사채시장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 예정이다. 연준은 '기업어음(CP) 매입기구'(CPFF) 설치에 이어  회사채 발행시장을 위한 '프라이머리 마켓 기업 신용 기구'(PMCCF)와 유통시장을 위한 '세컨더리 마켓 기업 신용 기구'(SMCCF)가 설치된다.

PMCCF는 발행시장에서 4년 한도로 브릿지론을 제공할 예정이며 SMCCF는 유통시장에 개입해 투자등급 우량 회사채 및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브릿지론이란 우량기업이 일시적인 자금난에 빠질 경우 이뤄지는 임시대출을 뜻한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에 수인이 대출을 지원하는 케이스도 브릿지론으로 볼 수 있다"면서 "다만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막무가내식으로 지원이 이뤄질 경우엔 논란과 오해를 부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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