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배달시장 성장세가 가파르다. 대세로 자리 잡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2위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를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시장점유율 90% 이상 독과점 기업결합을 앞둔 상황에서 소상공인과 고객 고민도 깊어진다. 배달앱 관련 현재 상황을 짚어보고 기업결합 관련 득실을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편집자 주>  

지난해 12월 3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 신고서가 제출돼 배달앱 시장에서 독과점이 논란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지난해 12월 3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 신고서가 제출돼 배달앱 시장에서 독과점이 논란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지난해 12월 30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요기요‧배달통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배민) 기업결합 신고서 접수 소식과 함께 ‘독과점’ 기사들이 쏟아졌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 클릭에 따르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점유율은 △배민(55.7%) △요기요(33.5%) △배달통(10.8%) 순이다.

배민과 요기요가 합치면 시장점유율은 무려 89.2%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를 비롯해 소상공인연합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를 비롯해 추혜선 정의당, 박홍근 민주당, 김경진 무소속 의원 등이 공정위에 엄격한 심사를 촉구했던 이유다.

두 기업의 결합에 대한 독·과점 우려만큼이나, 이번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의 공정위 ‘기준’도 관심사다. 배달앱 업계에서 양사 결합 자체만으로도 독·과점이지만 O2O‧이커머스업계로 범위를 넓혀 보면 쿠팡이나 야놀자 등 다른 기업들과 경쟁구도에선 우위를 점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기업결합 심사는 신고일로부터 30일 동안 진행된다. 90일 범위 내에서 연장 가능하며, 자료 보정에 소요되는 기간을 포함해 이보다 연장될 수 있다. 신고서가 접수된 지난해 12월 30일부터 90일째 되는 날이 2020년 3월 27일이다.

◇ 배민은 2016년부터 우리민족이 아니었다?

2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자신을 포함한 경영진 보유 지분이라 밝힌 13%보다 중국계 벤처캐피탈 힐하우스 캐피탈 그룹 주도 컨소시엄의 지분율이 5%가량 높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자신을 포함한 경영진 보유 지분이라 밝힌 13%보다 중국계 벤처캐피탈 힐하우스 캐피탈 그룹 주도 컨소시엄의 지분율이 5%가량 높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기업결합이 소식이 전해지고 사용자는 배민에 “배달의 민족이라더니 게르만 민족이 되었다”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2016년부터는 중국 민족’이라는 말까지도 나온다.

우아한형제들이 2016년 중국계 벤처캐피탈 힐하우스 캐피탈 그룹 주도 컨소시엄(힐하우스 캐피탈)으로부터 5000만달러(한화 570억원 상당) 투자 유치 당시 최대주주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아니라는 얘기가 돌았다.

미국계 알토스벤처스를 비롯해 골드만삭스, 세콰이어캐피탈 등 외국계와 네이버‧스톤브릿지벤처스‧IMM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기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받았던 점도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봉진 대표 지분이 9.89%이며 2배에 가까운 18.02%가 이미 힐하우스 캐피탈 소유다. 18.02%는 김봉진 대표가 자신을 포함한 경영진 보유 지분이라고 밝힌 13%보다 5%를 웃돈다.

우아한형제들이 미공개 주주 62.40%가 만약 투자금 회수를 위해 DH의 매각 건 제의를 받아들였다면 경영진쪽에서는 수용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말이 나온다.

M&A 업계에서는 실제 매각건이 구체화되자 ‘투자자들이 잭팟을 터뜨렸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 배민과 요기요는 다르다?

우아한형제들이 밝힌 우아DH아시아 조인트벤처 경영구조. [사진=우아한형제들]
우아한형제들이 밝힌 우아DH아시아 조인트벤처 경영구조. [사진=우아한형제들]

이번 기업결합은 DH가 우아한형제들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하고 김봉진 대표 포함 경영진 보유 지분 13%를 DH본사 지분과 맞교환하는 형태다. DH가 평가한 우아한형제들 기업가치는 40억달러(한화 약 4조7500억원)에 달한다.

양사는 요기요 운영 주체가 DH 자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로 배민이 기업결합 후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합병이 되더라도 엄연히 ‘다른 회사’라고 주장한다. 합병 여부와 상관없이 ‘경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번 협약으로 우아한형제들과 DH는 50대 50 지분으로 싱가포르에 조인트벤처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할 예정이다.

향후 김 대표는 ‘우아DH아시아’ 회장을 맡아 배민이 진출한 베트남 외에 DH가 진출한 홍콩‧필리핀‧싱가포르‧대만 등 11개국 사업을 관리하게 된다. 우아한형제들 입장에서는 이번 기업결합으로 국내 대표를 넘어서 글로벌 기업 아시아 대표라는 타이틀을 얻는다.

다만, 기업이 결합되면 양사는 DH라는 한식구로 모인다. 이에 소상공인은 독과점 이후 수수료 폭등을, 고객은 음식값 인상과 배달료 전가 등을 걱정한다.

◇ 기업결합 정말 될까?

딜리버리히어로 배달의민족 인수 이후 배달앱 시장점유율. [사진=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딜리버리히어로 배달의민족 인수 이후 배달앱 시장점유율. [사진=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양사 기업결합 심사는 신중히 검토 중”이라며 “정보 수집 기간이 오래 걸려 90일을 좀더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O2O‧이커머스업계에서는 올초만 해도 ‘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성장가능성 있는 사업인데다 공정위 신사업 반응도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공정위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간 합병에 손을 들어줬다. 같은해 9월 취임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질질 끌던 심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조 위원장이 전향적이란 평가를 받지만 실제 공정위 독과점 이행 사례가 38년간 0.4%에 그친다는 점도 주목된다. 공정위가 경쟁 제한성을 결함 심사에 반영하는 경우는 합병사 포함 업계 1위~3위가 점유율 75%를 넘을 경우나 합병사가 점유율 50%를 넘기는 1위 사업자가 될 경우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기업결합은 배달앱 시장에서는 독과점이지만, O2O‧이커머스업계에서는 합병해도 무신사‧위메프를 다소 상회하는 수준이다. 10조원대 쿠팡과 야놀자 등 대단위 플랫폼 기업들이 버티고 있어 독과점 우려는 문제없다.

또 전문가들은 우아한형제들과 DH간 합병으로 얻을 시너지가 더욱 높기 때문에 신사업 육성 측면에서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변수는 여러 시민단체와 국회의원이 이끄는 여론과 코로나19다. 기업결합을 승인하면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어려운 소상공인 어려움을 돌아본다는 정부 취지에 반할 수 있어 공정위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배민+요기요 결합 대안은 공공배달앱?

군산시 공공배달앱 배달의명수는 기존 배달앱과 디자인, 주문 내역, 사장님과 고객 소통 서비스 페이지까지 마련돼 있다. [사진=배달의명수]
군산시 공공배달앱 배달의명수는 기존 배달앱과 디자인과 서비스 등이 유사하다. 주문 내역, 사장님과 고객 소통 페이지까지 마련돼 있다. [사진=배달의명수]

13일 군산시는 ‘배달의명수’라는 공공배달앱을 선보였다. 지난해 9월부터 시스템을 준비해 반년이 채 안 되어 오픈한 서비스지만, 무리 없이 운영 중이다.

배달의명수는 중개수수료가 없어 지역 소상공인 호응이 나쁘지 않다. 카드 결제 중심 기존 배달앱과 달리 모바일 상품권 결제가 가능해 소비자 반응도 좋다. 여기에 지역화폐인 군산사랑상품권 결제시엔 8% 할인율도 적용된다.

군산시 관계자는 “공공배달앱 오픈을 앞두고 소상공인 문의가 몰려 입점 신청 가게 반으로 시작했다”며 “지역 상품권 결제가 60% 수준으로 수수료 부담이 줄어 다른 배달앱보다 저렴한 배송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배달의명수 앱에는 고객후기와 사장님답변 등도 조금씩 올라오며 고객 경험이 쌓이고 있다. 배민이 압도적인 군산시에서 어떤 음식점은 2위 요기요보다 공공배달앱이 많은 주문수를 기록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양사가 합병해 수수료 폭탄이 예상될 경우 점주들이 지역사회에 요청해 시나 군에서 운영하는 공공배달앱을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다만 지금껏 배달앱이 다양한 프로모션과 빠른 양방향 서비스로 고객 유치에 성공한 것과 같이 지속 모델로 성장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물론 조금씩 세를 불리는 업체도 있다. 이중 쿠팡이츠는 단일 배송으로 빠르지만 높은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위메프오는 저렴한 수수료와 이벤트로 환영받지만 점유율 상승 속도가 더디다.

◇ 결국, 고객 만족이 해법일까

배달앱이 대세로 자리 잡은 가운데 높아지는 배달비에 이탈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배달앱이 대세로 자리 잡은 가운데 높아지는 배달비에 이탈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최근 배달앱 시장에서 배달비나 서비스에 실망해 “다시는 사용 안 한다”며 이탈하는 소비자도 하나, 둘 나오는 추세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고 있지만, 만들어 둔 음식을 바로 받아가는 투고(TO GO) 서비스와 가정간편식(HMR)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소비자 이탈이 심화되면 양사는 각자도생의 길을 택해 마케팅비 갈등을 해소하기 어렵다. 김봉진 대표는 과도한 배달앱 경쟁에서 나오기 위해 기업결합 전략을 택했다지만, 배민이 다시 한번 할인 경쟁에 내몰릴 수 있다.

‘수수료 인하’를 주장하는 소상공인을 잡기에도 고객 확보는 필수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업체 와이즈앱이 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 등 주요 배달앱 서비스 결제액을 조사한 결과, 2019년 7월 기준 사용자 75%가 203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1985년∼1996년생)가 주요 소비자인 만큼 이들의 마음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결합 여부와 상관없이 향후 배달앱 성패는 고객마음이라는데 방점이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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