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 XT6.
캐딜락 XT6.

[이뉴스투데이 윤진웅 기자] 압도적인 크기로 대형 SUV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존재감과 카리스마는 소유욕을 자극하지만, 동시에 부담으로 다가온다. 넓은 대륙의 미국과 비교해 좁은 대한민국 도로 특성을 생각하면 크기가 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소비자들은 고민 끝에 중형 SUV XT5를 선택한다. 캐딜락 브랜드에, 특히 SUV에 꽂힌(?) 이들에겐 대형 에스컬레이드보단 중형 XT5가 실용적인 측면에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두 모델 외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에스컬레이드와 XT5 사이에서 양자택일해야만 했다. 전자를 택하자니 과하고 후자는 아쉽다. 자기 합리화를 통해 세단 모델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타브랜드로 발길을 돌리기가 부지기수다.

이제 더는 고민이 필요없다. 캐딜락코리아는 에스컬레이드와 XT5의 단점을 모두 커버하는 준대형 SUV XT6를 국내 공식 출시했다. 에스컬레이드와 XT5의 중간 포지션에 위치하며 고객들의 갈증을 채울 전망이다.

XT6 전면. [사진=윤진웅 기자]
XT6 측면. [사진=윤진웅 기자]
XT6 후면. [사진=윤진웅 기자]

20일 오전. XT6 시승 행사 현장을 찾았다. XT6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지 약 4일 만이다. 올해 출시를 앞둔 캐딜락의 신차는 총 4종인데, 이 중 XT6가 출발선을 끊었다.

캐딜락코리아는 XT6가 패밀리카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넓은 공간과 더불어 안정성까지 동시에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노정화 캐딜락코리아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부장은 이날 “XT6는 미국차 중 유일하게 안전성 평가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평가 기관 중 하나인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에서 최고 등급인 ‘2020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2020 Top Safety Pick+)’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XT6에는 3.6리터 6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기본으로 장착됐다.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8kg•m의 성능을 지녔다. 특히, 하이드로매틱 자동 9단변속기와 전자식 변속 레버 시스템와 더불어 총 4가지 드라이브 모드를 제공해 운전자의 취향을 저격한다.

본격적으로 시승을 시작했다. 강남 캐딜락하우스를 출발해 가평 소재 카페까지 약 112km를 왕복하는 코스였다. 잠깐의 시승으로 모든 것을 파악하기엔 어려움이 있겠지만 해당 코스가 △도심주행 △고속주행 △일반도로주행을 모두 경험할 수 있도록 이뤄져 이점이 많았다.

가속페달을 밟으니 가솔린 특유의 부드러운 출발이 빛을 발한다. 대형 SUV 특유의 묵직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뿐하게 치고 나갔다. 전륜베이스인 차량인데도 후륜 차량과 흡사한 기분을 선사한다.

고속주행에선 9단 변속기가 실력을 발휘했다. 자연스러운 변속으로 변속 충격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탄력을 받아 과감하게 속도를 올렸음에도 불안정하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퍼포먼스 서스펜션이 노면에 즉각 반응하고, 코너에서의 바디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제어해주며 안정적이고 민첩한 움직임을 가능케 했다.

충돌 등 위험한 상황을 감지하면 경보음과 동시에 운전석 시트 엉덩이와 맞닿는 부분에 진동을 전달한다. 이 기능은 차선유지기능과도 연계되며, 상황에 따라 좌우로 나눠 진동을 울린다. 운전자의 상황대처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드라이브 모드는 △투어 △AWD △스포츠 △오프로드 총 4가지로 구성됐다. 이 중에서도 특히 오프로드 모드가 궁금했다. 비포장도로는 아니었지만 그나마 비슷한 환경에 들어서 오프로드 모드를 실행했다. 스티어링휠이 다른 모드와 달리 가볍게 세팅된다. 이어 노면의 상태에 맞춰 찰랑찰랑 흔들리며 호흡을 맞춘다. 오프로드 구간이 없다는 사실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변화가 확실하게 체감됐다.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켰다. 앞차와의 간격 유지와 속도 조절은 잘 됐지만, 차로중앙유지기능이 없다. 차로중앙유지는 운전자의 몫이다. 차로이탈방지기능에 따라 차선과 맞닿는 수준이 돼야 스티어링휠이 조정된다. 좌우로 S자를 그리며 휘청이는 모습은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뒤늦게 알았지만, 가장 놀라운 점은 정숙성이었다. 보통 시승을 하면 어느 정도 소리가 신경쓰이기 마련인데, 시승을 마치고 나서 불현듯 노면소음, 풍절음 등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다시 생각해보면 엔진음을 제외하고는 어떤 것도 느끼지 못했다.

XT6의 실내디자인은 미국차 특유의 투박함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됐다. 모든 좌석에 세미 아닐린 가죽이 적용돼 고급스러움을 한층 더 높였다. V자형 센터페시아에는 천연가죽과 원목, 카본 파이버 조화를 기반으로 가로로 길게 뻗어 나가는 디자인과 어우러져 공간감을 극대화했다.

다만, 모니터가 마음에 걸린다. 차의 크기와 넓은 실내 등에 비해 8인치 사이즈는 이질감마저 든다. 옥에 티가 센터페시아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으니 시선을 옮길 때마다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운전석에 앉아 바라본 내부 모습. [사진=윤진웅 기자]
XT6에 적용된 8인치 모니터. [사진=윤진웅 기자]

내비게이션의 시인성은 훌륭하다. 보통 수입차의 내비게이션은 무용지물이라 느껴질 정도로 형편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XT6의 내비게이션은 한글화 패치는 물론 지도 구현과 리드선이 정확하게 구별 가능하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또한 선명하게 잘 보인다.

XT6 내장 내비게이션. [사진=윤진웅 기자]
XT6 헤드업디스플레이 기능.

3열에 앉아봤다. 보통 머리가 천정과 닿을 듯 말 듯 신경 쓰여 고개가 빳빳해지기 마련인데, XT6의 3열은 헤드룸 공간을 945mm로 늘리며 긴장감을 완화해준다. 2열의 포지션을 일부 정리하면 3열에 성인 남성 두 명도 충분히 탈 수 있다. 2~3열 모두 파워폴딩 기능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폴딩 시 트렁크 공간은 최대 2229L에 달한다.

3열 좌석을 차지하고 앉아봤다. 옆자리에 성인 남성 한 명 타기 충분한 공간이 남는다. [사진=윤진웅 기자]
2열을 접은 상태로 바라본 3열의 모습. [사진=윤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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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공간은 356L이다. [사진=윤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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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열을 접으면 트렁크 공간은 1220L로 늘어난다. [사진=윤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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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열 모두 폴딩 시 트렁크 공간으로 2229L를 활용할 수 있다. [사진=윤진웅 기자]

시승을 마친 뒤 평균연비는 7.1km/l가 나왔다. 가속과 급정거 등 여러 테스트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공인연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XT6의 공인연비는 8.3km/l(도심 7.1, 고속도로 10.5)이다.

가격은 개소세 인하분을 반영해 8347만원이다. 캐딜락 관계자는 "미국에서 똑같은 사양을 가져오면 환율 등의 영향으로 9000만원이 넘는다"며 "특정 색상 또는 캡틴 시트 선택에 따라 가격이 비싸지는 미국과 달리 8000만원 초반 단일가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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