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남구 석유화학공단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울산시 남구 석유화학공단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국내 정유사들이 새해엔 실적 부진 늪으로부터 탈출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국제해사기구(IMO 2020)’ 해운규제 시행에 대비해 저유황유 공급을 준비해오면서 상당한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예상이 나와서다. 하지만 규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좀처럼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올 2분기 후에야 수혜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7일 한 금융정보업체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의 4분기 실적은 급락이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전년 동기 대비 약 70% 감소한 2502억원, 에쓰오일은 약 88% 감소한 439억원으로 관측됐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주가 또한 연초 이후 10%대, 7%대로 각각 하락했다.

국제해사기구의 IMO 2020 규제가 1월 1일부로 시행되면서 정유사들이 수혜를 볼 것이란 관측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IMO 2020란 선박의 황산화물 배출 저감을 위해 선박유의 황(S) 함량을 기존 3.5% 미만에서 0.5% 미만으로 대폭 강화하는 규제다. 선박사 대상 규제가 정유사에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가 우세했다. 저유황유 가격은 고유황유보다 대략 70% 비싼 배럴당 70~80달러 수준에 육박한다. 규제로 인해 저유황유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유사들의 매출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 4사는 이에 대비해 저유황유 생산에 만전을 기했다. SK에너지는 2017년 11월부터 자체 부지에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를 짓기 시작했고, 에쓰오일도 울산 온산공장 내 저유황유 생산능력을 키우는 증설공사에 돌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다양한 유분을 폭넓게 배합할 수 있는 독자 기술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섰다.

정유업계 IMO 규제 효과가 지연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아직까지는 저유황유 재고가 충분하고, 디젤과 고유황유를 혼합한 혼합저유황유를 쓰는 데는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 석유업계 관계자는 “주요 항구에서 저유황유 재고가 충분할 뿐 아니라 혼합저유황유를 사용할 경우 연소 과정에서 엔진 계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선박사들이 저유황유 사용을 꺼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이유로는 저유황유 사용 외 ‘기타 선택권’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IMO 2020 규제가 시행된다고 해서 선사들이 모두 저유황유만 사용한다고 보는 건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종과 항로, 자금력 등에 따라 다양한 대응방안을 선택해 추진할 수 있다”며 “황산화물 저감장치인 스크러버를 설치하거나 새로운 배를 건조할 때 LNG 연료 추진선으로 건조하는 절충안을 고민하는 선사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빠르면 2분기께에는 IMO 2020 규제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저유황유 대량 생산기지인 SK이노베이션의 VRDS가 조기 가동되는 시기여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오는 4월께 VRDS가 완공되면 연간 2000억원, 시장 여건이 좋으면 연간 3000억원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한 저유황유 기존 재고가 떨어지는 시점이기도 하다. 증권가에 따르면 싱가포르 저유황유 해상 재고는 지난해 12월 기준 6000만배럴에서 매월 2000만배럴씩 판매돼 3월 말에는 재고가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순수 저유황유 공급이 모자라면 혼합저유황유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빠르면 2분기 늦으면 하반기에야 디젤 강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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