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7일 서울역 부근 ‘더하우스1932’에서 김소영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 대표가 성대골의 시민운동이 에너지 전환 운동으로 발전한 배경과 노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정명곤 기자]
8월 7일 서울역 부근 ‘더하우스1932’에서 김소영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 대표가 성대골의 시민운동이 에너지 전환 운동으로 발전한 배경과 노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정명곤 기자]

[이뉴스투데이 정명곤 기자]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는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고, 원자력 발전에 기대는 세상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와 같은 거대한 위험 때문에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 이런 이유로 지구촌은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수소, 태양광, 풍력 등으로의 전환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에너지 전환에 대한 거대한 흐름을 인지하고 단편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진행은 답보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 동작구에 소재한 성대골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의미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내 주목을 받고있다.

그들의 열의와 대의에 서울시와 같은 지방자치정부가 이를 지원하며 그들의 노력에 힘을 싣고 있다.

정책 전문가들은 성대골 주민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해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는 에너지 전환에 대한 실험이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다음 궤적을 그리는 나침반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은 시민들의 힘만으로는, 혹은 정부의 힘만으로는 지속가능할 수 없으며, 시민, 정부부처, 기업, 대학, 공공연 등 구성원들의 협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6번째 ‘리빙랩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좌담회에선 시민사회에서 자생해 지금도 뜨겁게 진행 중이며,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준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을 이끌고 있는 김소영 대표의 이야기를 담았다.

8월 7일 서울역 부근에 위치한 ‘더하우스1932’에서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소영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 대표를 만나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가능성과 성공을 위해 나아가야할 방향과 보완해야할 부분까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하 질문과 답변.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가능성을 열어준 사례

 

◇ 사회 = ‘리빙랩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좌담회의 여섯 번째 주인공으로 성대골 에너지 전환 김소영 대표님을 선정하셨다. 선정 취지를 듣고 싶다.

◇ 성지은 연구위원 =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과 관련한 시민주도의 성공사례가 있느냐?’라고 누가 물었을 때 저는 성대골을 이야기한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김소영 대표는 국내에서 에너지 전환을 시도했다.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까지 진행된 곳은 없다.

성대골의 에너지 전환 운동은 마을 운동으로도, 리빙랩으로도 갈래를 정의할 수 있는데 저는 감히 시민이 주도를 해 성공한 리빙랩 사례로 부르고 싶다.

에너지 전환 문제는 민·관·산·학·연 모든 주체들이 협력하는 리빙랩 방식으로 가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해결을 할 수 없다는 긴박함이 있다.

현 정부 들어서 탈 원전을 이야기했지만 원전 쪽에서 반발도 심하고, 태양광 발전 등 대체 에너지 발전을 시도했던 많은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대골 마을의 에너지 전환 시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성공 사례이면서 우리나라가 에너지 전환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성대골은 작지만 매우 강력한 사례이다. 그동안 에너지 전환은 정부가 국가차원의 계획을 발표하고 시민들은 따라 가야하는 상황이었다. 국가 계획이 끝나더라도 실제로 에너지 전환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었다.

김소영 대표님이 2011년부터 시도한 에너지 전환 시민운동을 서울시가 받고, 산업부가 받고, 국가 차원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다.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성대골에 상당한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외국의 많은 에너지 전환 사례를 보아왔다. 하지만 이는 외국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우리나라에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김 대표님께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시민이 주도해 에너지 전환을 시도한 사례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시도를 기반으로 에너지 전환을 감히 꿈꿔볼 수 있는 시기가 된 것이다.

성대골의 에너지 전환 운동은 시민이 중심이 되어서 공공을 이끌어 간 매우 드문 사례이다. 시민들은 기존의 체제와 맞부딪히면서 여기까지 왔다. 에너지 전환 사례는 지식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 곳에는 포기하지 않고 추진해 나가는 뜨거운 열정과 가슴, 그리고 소명의식을 가진 시민이 있었다. 시민들이 주인공이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성대골 에너지 전환 성과 4년간 서울시 에너지 정책 녹여내

 

◇ 사회 = 그동안 해 오셨던 일들을 들려 달라.

◇ 김소영 대표 = 성대골은 서울시 동작구 상도 3, 4동 성대시장 일대를 가리키며 상도3동은 초등학교가 없어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과 안전에 취약한 곳이다.

사회운동은 2009년 11월 마을주민들이 민간 어린이도서관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1년만인 2010년 10월 주민들이 힘을 모아 공간을 임대해 어린이 도서관을 세웠고 그 곳에서 초대 관장을 하며 마을에 작은 초등학교를 세우기 위한 노력을 하기도 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들이 도시에서 살며 에너지 소비의 중심에 서 있는데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고 외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생겨 에너지 전환 운동으로 방향을 바꿨다.

2011년 3월부터 마을사람들과 에너지 전환에 대해 고민하는 행사를 추진했다. 전문가와 기관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싶어 이메일도 보내고 전화통화도 시도했지만 도움을 받기란 쉽지 않았다.

같은 해 9월 녹색연합과 연결되어 전문가가 오셔서 첫 특강을 해주셨다. 그 뒤에 성대골절전소도 만들고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했다. 성대골 절전운동을 하면서 내걸었던 슬로건이 ‘에너지 절약이 곧 생산이다, 절약을 통해 동작구에서 고리1호기를 끄자!’ 였다.

2011년 서울시장으로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며 2012년 5월 ‘서울시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을 발표했다.

한 유력 언론사가 저희를 인터뷰 했었는데 그 기사를 보고 서울시에서 찾아왔다. 시민이 주도하는 운동 등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박 시장님이 에너지 문제에 대해 시민운동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 놀라셨다.

박원순 시장님을 만났을 때 웃으며 “그 슬로건 우리 것이잖아요. 언제 우리 것 도청했나요?”라고 농담을 했다. 그 상황을 한 신문사에서 기사화 했던 적이 있다. 성대골이 그 때부터 노출이 되었고 여러 곳에서 회자가 되기 시작됐다.

1년간 성대골이 달려왔던 에너지 절약 활동을 ‘서울시 원전하나 줄이기’ 정책에 녹여내면서 파트너로서 협력을 했다. 서울시와 2014년까지 3년 동안 숨 가쁘게 에너지 자립마을 사업을 했다.

 

마크 볼프란 교수 “성대골이 해 온 일은 약간 거친 상태의 리빙랩”

 

사업이 완료되는 시점인 2014년이 되어서 고민이 시작됐다. 사업기간 동안 해보고 싶던 실험들을 다양하게 해봤는데, 과연 도시에 맞는 사업이었는지, 실패의 원인은 무엇인지, 성공을 한 사례는 성공 요인이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짚어보며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 될지에 대한 ‘에너지 운동 2.0’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4년간 성대골과 협력을 했던 전문가들을 찾아 고민을 털어놓았다.

마크 볼프람 연세대 교수님께서 네덜란드와 독일의 에너지 전환 사례를 들려주시며 “성대골이 그동안 해왔던 일들은 약간 거친 상태의 리빙랩”이라고 설명해주셨다. 교수님께 “조금 더 리빙랩을 학습한 다음에 그 프로세스에 맞게 앞으로의 활동을 설계해보면 좋겠다”는 자문을 받았다.

2015년 1월에 팀을 짜고 2월에 서울시로부터 한 사업을 받았다. 하지만 공모사업의 틀이 리빙랩에 맞지 않았다. 2015년 1년을 리빙랩을 학습하고 실행하고 주변에 시도해보고 네트워킹을 조직하며 보냈다.

2015년에 리빙랩이 진행되는 동안 성지은 박사님이 성대골을 다녀가셨고, 사업을 조금 더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씀 드렸더니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했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사업을 추천해주셨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활동을 계속 이어오며, 성대골의 활동과 기술력, 그리고 리빙랩을 고도화시키기 위해 때론 겁도 나는 과감한 실험들을 계속하고 있다.

2013년도에 10월에는 25명의 성대골 주민들이 독일을 2주간 방문했다. 에너지 전환을 왜 해야 하는지 마을 주민들이 몸소 느끼기 위해서였다. 눈만 뜨면 독일 남부에 위치한 에너지 자립마을의 주인공들을 만나러 다녔다. 유엔 파리 기후변화 협약 통과가 되는 2015년에는 파리테러 직후였는데에도 불구하고 마을 주민 16명이 현장에서 2주 동안 시위를 하며 우리의 뜻을 알렸다.

 

성대골 시민운동의 목적은 ‘온실가스 총량 감소로 지구 온난화 막는 것’

 

독일 쉐나우 마을의 방문이 인상 깊었다. 주민들은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겪으며 에너지 전환운동을 시작했고, 절전운동에서 시작해 주부들이 전력회사를 인수했다. 성대골도 전력회사를 갖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우리나라에는 단 1개의 전력회사가 있는 반면에 독일에는 약 1000여개의 전력회사가 있다.

한전은 발전 원가나 정상 단가를 알려주지 않는다. 한전은 국가의 지분이 25%인 사실상 사기업이다.

한때 “콩 값보다 두부 값이 더 싸다”는 한전 사장의 취임인사가 언론에 뭇매를 맞은 적이 있었다. 한전은 전력자원의 개발, 발전, 송전, 변전, 배전 전반에 관여하는데, 국내 6개 발전 자회사로부터 전기를 사고 소비자들에게 판매를 한다. 세계 평균에 비해 3배 정도 비싸게 구입해서 독일 소비자에 비해 3배 정도 싸게 판매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고 그렇게 하자고 외치지만, 전환을 할 비용이 없다.

성대골은 ‘왜 콩 값이 그렇게 비싼지’, ‘두부 값이 왜 세 배 싼지’, ‘정부가 왜 사기업의 살림살이에 관여를 하는지’, ‘에너지 전환을 어떤 비용으로 할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에 궁금했고 답을 얻기를 원했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가 2015년 유엔 파리 기후변화에 대한 협약에서 약속했던 온실가스 37% 감축 불이행과 관련해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시민회의를 조직한 것도, 온실가스 총량을 줄이지 않는 국가에 대한 소송도 성대골에서 제안하고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성대골에서 하는 에너지 전환 운동의 목적은 단순히 안 쓰는 플러그를 뽑고, 태양광을 설치하고, 계단 오르내리는 절전운동에 그치는 것이 아닌, 온실가스 총량을 줄여 지구 온난화를 막는데 있다.

우리나라는 전력 예비율이 높다. 우리가 불을 끄고 절약을 위한 소소한 실천을 한다고 해서 에너지 생산 총량이 줄지 않는다. 이미 생산된 전력은 사용하지 않으면 버려진다.

이런 시스템적인 문제를 알고 우리의 실험과 노력이 실질적 목표인 온실가스 감축을 하는데 기여를 했으면 한다. 이런 이유로 점점 활동의 영역이 넓어지고 과감해지며 때론 두려우리만치 무모하게 도전을 해야 할 때도 있다.

 

8월 7일 서울역 부근 ‘더하우스1932’에서 개최된 ‘리빙랩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좌담회에 참석한 김소영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 대표(왼쪽)와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사진=정명곤 기자]
8월 7일 서울역 부근 ‘더하우스1932’에서 개최된 ‘리빙랩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좌담회에 참석한 김소영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 대표(왼쪽)와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사진=정명곤 기자]

 

성대골 실험, 국내 에너지 전환 정책 다음 궤적 그리는 역할

 

◇ 성지은 연구위원 = 우리 사회가 가고 있는 시스템은 절대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사회적이든 기술적이든 시스템 전환을 해야 하는데 리빙랩은 하나의 실험으로서 작용을 한다.

성대골의 경우는 새로운 에너지 전환과 관련한 실험을 하는 곳이다. 그 실험이 성공이든 실패이든 이 부분이 우리나라 에너지 전환 정책에 상당부분 그 다음 단계의 궤적을 그리는데 영향을 주고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모든 에너지 전환 문제가 성대골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이를 이끄는 김소영 대표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여 전사처럼 가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님이 작은 틈을 만들어 놓으면 다음 단계에서 오는 후발주자들은 그 틈을 기반으로 조금 더 큰 균열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얼마나 많은 에너지 소모와 어려움이 있겠나.

이런 이유로 늘 김소영 대표님을 보면 응원을 하고 싶고, 이야기를 듣고 현장을 보면 '김 대표님께서 더 크게 균열을 만드셨구나. 또 한발짝 변화를 일구셨구나' 라는 마음에 감정이 울컥해진다.

◇ 김소영 대표 = 성대골 에너지 전환 운동을 진행하면서 현장의 힘을 알게 됐다.

기득권을 가진 세력이 변화를 이끄는 한 단체의 대표를 응징할 수는 있지만 현장의 구성원 전체를 응징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주민들을 의식화시켜 그들이 메시지를 전하는데 있어 한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전기요금이 비정상적이란 문제를 구청 강당과 같은 공개적인 곳에서 발신하고,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전력시장을 부검하자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민사회가 주도를 하고 지자체는 공간만 협조하라고 했지만 공무원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지원을 해주는 서울시가 고맙다. 서울시 덕분에 비빌 수 있는 언덕이 생겼고 시작을 할 수 있었다.

무모해보이지만 성대골과 서울시가 출발을 하면 여기에 전문가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데 보다 수월하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그 정도의 역할만 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지방경찰청 통신 내역 조회…국회 자료 요청 받아

 

◇ 사회 = 기득권의 저항이 거셀 것 같다.

◇ 김소영 대표 = 전에 테러방지법이 통과되었을 때 주변에서 각자 통신사에 연락해서 통신내역 조회를 해갔는지 알아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연락해보니 테러범 수준의 의심으로 통신내역 조회를 요청받아 내 의사와 상관없이 내역을 가져갔음을 확인했다. 또한 공무원들이 꺼려할 만큼 의회 등에서 자료 요청이 와 성대골과 사업을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기도 했다. 지구 환경을 위해 에너지전환 활동을 한다는 것이 이럴 일인가 싶을 때가 있다.

◇ 사회 = 갈등은 없었나?

◇ 김소영 대표 = 태양광 등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민간에서 의미 있게 펼쳐 나갈 수 있는 틈새시장을 기획했었다. 태양광을 설치하면 이후 이를 유지 관리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서울시와 충돌하는 부분이 생겼다. 서울시가 태양광 지원센터를 만들어 유지 관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물론 행정이 나서 후속지원을 하는 것에 대해선 잘못됐다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지속 가능성과 에너지 전환 생태계의 육성을 위해선 더디지만 어느 정도 행정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민간으로 확대해 일거리를 만드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민간의 영역에서 자연스럽게 에너지 전환의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행정에서 정책적 변화가 생기더라도 현재의 체재가 유지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현재의 박원순 서울 시장님은 에너지 전환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의지가 있지만 추후 서울 시장이 바뀔 경우 에너지 전환의 문제가 차 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성대골과 같은 에너지 전환에 대해 의지가 있는 그룹들을 전국적으로 확대시키면 자연스럽게 그룹 내 조직이 만들어지고 민간에서 스스로 유지 관리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 고민을 서울시 관계자와 나누고 있지만 실마리를 풀 기회를 만들기는 어려웠다. 또한 부처 공무원의 특성상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날 경우 다시 처음부터 설득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에너지 전환 문제 지금 구조로 지속가능하지 못해…민‧관‧산‧학‧연 협력해 풀어야

 

◇ 성지은 연구위원 = 에너지 전환은 어떤 식으로든 시도를 하고 나아가야할 방향이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 쪽으로 가고 있고, 우리 정부도 에너지 전환을 주요 정책으로 발표했다. 정부가 진행을 해야 하지만 지금 구조로는 절대로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이런 이유로 성대골의 에너지 전환 운동을 막을 근거가 없다.

성대골의 에너지 전환은 시민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해 왔다. 하지만 시민 주도만으론 에너지 전환을 성공시킬 수 없다. 정부와 민간, 관련 주체들이 모두 협력해 넘어야 할 과제이다.

성대골을 서울시가 백업을 해주고 있다. 서울시가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굉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가 에너지 전환을 하겠다는 자신감은 성대골의 실험과 성공의 경험에서 나왔다.

제가 리빙랩을 활용해 정부사업을 진행하면서 ‘선례가 있느냐?’는 질문을 늘 받는다. 성대골은 중요한 선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매우 의미가 있는 부분이다.

◇ 사회 = 성대골의 에너지 전환 시민운동을 추진하는데 리빙랩을 학습하고 활용했다고 들었다. 이유가 있었나?

◇ 김소영 대표 = 리빙랩의 가장 큰 강점은 시민의 힘이다. 시민의 주도성이 굉장히 강조되는 부분이 있다. 현장과 시민이 없으면 리빙랩은 성사가 되지 않는다. 리빙랩은 시민의 성장과 시민의 힘을 굉장히 증폭시킬 수 있다.

그 전에는 민‧관‧산‧학‧연이 결합을 하더라도 시민의 역할이 굉장히 미약했다. 시민은 소비자로서 결과물을 사용하고 의견을 말해주는 수준이었다.

시민의 의견을 반영할 것인지 반영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해선 정부나 기업이나 연구자들이 결정했다.

그런데 리빙랩에선 시민들이 ‘우리가 생각할 땐 이렇게 만들어져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와 봐라’, ‘이렇게 보완해 오면 쓸게’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 시민의 기회와 역할이 정확히 주어진다.

그리고 이렇게 사고를 해야 한다고 교육을 한다. 내가 가진 생각을 상대에게 전달하고 소통하기 위해 나의 언어를 좀 더 다듬는 훈련도 한다.

성대골에는 세 개의 협동조합이 있다. 에너지 전환 운동을 하던 마을 연구원들이 세 번째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그 조합은 앞서 조직된 두 개의 조합에 비해 구성원간의 결속력이 훨씬 단단하다. 이는 긴 시간 리빙랩을 통해 이루어진 학습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교육의 내용이 어려워 모이신 마을 연구원님들 중 10~20%도 습득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을 때에도 학습을 즐기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나중에 물어보면 10%도 알아듣지 못한 상태였다.

마을을 바꾸는 연구에서 한 명의 공식 구성원으로서 참여를 한다는 사실이 마을 연구자분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 같다.

호칭과 관련해선, 마을 리빙랩에서 리빙랩을 주도하는 주민은 연구원이다. 그러니 당연히 연구원으로 호칭한다. 우리를 자문하고 돕는 외부 전문가들은 스텝 연구원으로 부른다.

리빙랩이란 판이 깔리면 마을 연구원들은 학습을 하고 스텝 연구원은 다과라든지 방명록이라든지 사회를 준비한다. 보통의 연구는 주민들이 준비를 하고 전문가들은 와서 앉아 있는데 반대의 모습이다.

대신 마을 연구원들에게 숙지를 시킨다. 마을 연구원님들께는 4만원의 자문비가 지급된다. 때문에 왜 이 자리가 마련되었는지, 질문의 의미를 잘 파악하고 엉뚱한 대답을 하지 않도록 하라고 숙지를 시킨다. 교육이 거듭될수록 마을연구원의 집중력이 높아졌다.

그들 스스로 마을 연구원으로서 적정 수준에 오르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이다.

 

마을 연구원 4만원 자문비 지급…자존감 높아져 연구 집중 ‘효과’

 

◇ 사회 = 마을 연구원님들께 4만원씩 자문비를 지급했다고 했는데 성대골 외에 다른 사례에서도 마을 연구원에게 자문비를 주는 사례가 있었나?

◇ 김소영 대표 = 전체 사업 예산이 1억9000만원을 4개 기관이 나누었다. 이 중 성대골에는 3300만원이 할당됐다. 마을 연구원들의 자문비를 지급해야하니 1000만원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부분을 동의하지 않았었다. 자문비가 4만원으로 결정된 것은 서울시의 단순 인건비의 최대 인건비가 4만원이어서 행정지침에 따라 드린 것이다.

◇ 성지은 연구위원 = 대전의 경우에도 리빙랩을 진행했는데 마을 연구원들에게 자문비를 지급할 여지가 없었다. 다른 곳에서 굉장히 부러워하고 있는 부분이다.

재미있는 건 마을 연구원들이 눈을 반짝이며 열의를 가지고 참여를 한다는 것이다. 리빙랩 또 언제 하냐고 묻고 100% 참석률을 보였다. 그리고 세 시간이든 다섯 시간이든 최선을 다한다.

그 곳에 온 사람들 정도면 오만원이 아쉬워서 온 사람들이 아니다.

주민들은 몇 시간씩 동원되어 과자나 조금 주면 되는 사람으로 취급 받다가, 처음으로 전문가들이 당신의 의견을 필요하다. 돈을 주고 사겠다고 하니 자존감이 높아진 것이었다.

리빙랩에서 마을 연구원에 대한 자문비에 대해선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다. 일본 리빙랩에선 최저임금을 주게 되어 있다. 하지만 유럽 리빙랩에선 지급하지 않는다. 유럽의 에너지 전환 리빙랩 같은 경우 구성원들이 애정을 가지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급하지 않았는데, 성대골의 사례는 마을 연구원들에게 자문비를 주는 경우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공모사업과 다른 리빙랩 프로젝트…현장과 시민의 주도성을 인정해야

 

◇ 사회 = 에너지 전환 리빙랩을 진행하면서 느낀 부분을 말씀 부탁드린다.

◇ 김소영 대표 =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반적인 프로젝트와는 달리 리빙랩으로 이름을 붙인 프로젝트에선 모든 현장과 시민의 주도성을 인정할 각오를 해야 한다. 또한 눈에 보이는 성과지표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지양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리빙랩 프로젝트는 현장에서 다양한 분야에 있는 구성원들이 협력해 해결방법을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터득해 나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가시적인 효과와 성과를 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리빙랩이 가진 장점을 활용해 이것을 필요로 하는 사례에선 리빙랩 프로젝트를 적용해 현장을 개선했으면 좋겠고, 굳이 리빙랩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도전이 필요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선 붐이나 그럴 듯 해 보인다는 이유로 리빙랩 프로젝트라고 붙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또 리빙랩 연구라면서 사업을 발주한 기관이 결과 보고서 틀까지 잡아주면 이는 리빙랩이 아닌 일반 공모사업이 된다.

공모사업에는 행정에 특별한 목적이 있다. 공모를 하는 이유와 성과 내용이 명확하다. 그런데 행정으로 안 될 때 ‘당신들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실마리를 풀어봐’, ‘행정은 협조할 자세가 되어 있어’라고 중심축을 현장으로 옮겨 놓는 것이다. 그것이 리빙랩 사업이다.

리빙랩 사업에서 관공서의 역할은 감사와 평가를 하는 주체가 아닌 지원을 하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리빙랩에선 민·관·산·학·연이 실험에 공동으로 들어와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을 하는 것인데 이 모든 구성원이 힘을 실을 때 중심을 현장에 두어야 한다.

대신 민은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전문가들과 파트너가 될 수 있을 만큼 학습을 하고 성장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상당한 집중력을 가져야 한다. 실험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책임도 기꺼이 함께 질 수 있는 자세를 가지는 민이 있으면, 행정에 훨씬 여유가 생긴다.

그렇게 되면 신뢰가 만들어진다. 리빙랩이란 프로젝트는 서로간의 신뢰를 만들어내는 과정인 것 같다.

행정이 민을 믿고 권한과 책임을 넘겨줄 수 있는 경험을 하게하는 것으로 조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민이 느끼는 성취감은 대단하다.

처음에는 많이 싸운다. 저는 이런 갈등이 신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저희는 지금도 가성발전소와 관련해 이사회를 소집하면 자신의 주장을 내며 치열하게 싸우다 곧잘 파행이 되곤 한다.

제가 리빙랩을 하면서 자주 쓰는 말이 있다. 사이좋게 싸우자는 것이다. 싸운다는 것은 그 문제에 집중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싸우는 것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건 그 일을 매듭짓지 못하는 한이 있어도 싸울 건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연장과 포기는 12월 달에 결정해야 할 이야기이고 10월까지 싸우다 11월에 갑자기 일이 풀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이를 보고 애가 탄다. 12개월짜리 프로젝트에서 8개월을 싸우고 있으니 언제 할 것이냐는 말이다.

하지만 이를 안 하면 성과를 내놓고 또 싸우게 된다. 사업은 시작을 못했으니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그런데 예산은 예산대로 다 쓰고 일은 벌려 놓고 그 때 사이가 벌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실컷 싸운 후 의기투합이 되면 가야한다.

 

8월 7일 서울역 부근 ‘더하우스1932’에서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대골의 에너지 전환 성공사례가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제2의 제3의 성대골을 만드는 것이 우리나라 에너지 전환의 길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사진=정명곤 기자]
8월 7일 서울역 부근 ‘더하우스1932’에서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대골의 에너지 전환 성공사례가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제2의 제3의 성대골을 만드는 것이 우리나라 에너지 전환의 길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사진=정명곤 기자]

 

제2의 제3의 성대골 만드는 것이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의 길

 

◇ 성지은 연구위원 = 성대골은 지금 굉장히 치열하다. 리빙랩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게 만드는 개념이다.

김소영 대표님이 리빙랩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사업들은 도전이 수반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일정부분 절차나 규제의 선을 허용해주어야 한다는 내용의 말씀을 해주셨다.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이다.

방금 김소영 대표님이 “리빙랩 방식이라며”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정부보고 바꾸라는 말이다. 또 정부는 기존 방식으로 안 되니 새로운 해결 방식을 찾으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리빙랩은 굉장히 혁신적이고 뜨거운 개념이다. 또한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성대골은 가능성을 연 사례이다.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감히 가능성이 있고, 지금도 뜨겁게 진행되는 중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어제의 성대골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고, 성대골을 바라보는 부처도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성대골의 에너지 전환의 성공은 국내 에너지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민과 관에서 새롭게 학습과 인식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보고 놀란다. 성대골과 같은 뜨거운 사례를 소개할 수 있어서 영광이고 항상 응원하겠다.

성대골 에너지 전환 운동 사례를 보며 꿈꾸는 것이 있다. 제2의 제3의 성대골과 같은 마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 길이 우리나라가 에너지 전환으로 가는 길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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